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채권단에 신협 조직만 54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조합은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한 곳당 많게는 20억원을 채권을 가졌는데, 만기일이 채권행사 유예기간을 훌쩍 넘어 채권 회수가 불투명하다. 금융권에선 뱅크런 조짐을 보였던 새마을금고 사례의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3일 산업은행의 '태영건설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를 보면 태영건설 금융채권단의 직접 차입금 채무는 약 9037억원 규모다.
채권단 중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은행 신협이 포함됐다. 단일 채무 규모 기준 가장 큰 금액은 1000억원이다. 만기일은 내년 2월 20일이며 채권자는 산업은행과 SK증권이다.
신협의 채권 규모는 적게는 신협중앙회 1억2000만원, 많게는 20억원 등 다른 금융기관과 비교해 소액에 그쳤다. 다만 채권자 수에선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해당 자료를 보면 신협중앙회와 단위 조합으로 이뤄진 '신협' 채권자는 무려 54곳이다. 신협중앙회와 53개 단위 조합의 태영건설 여신잔액을 더하면 846억원이 넘는다.
신협중앙회와 단위 조합의 태영건설 직접 차입금 채무는 다른 금융기관의 사채 성격과도 구분된다. 하나증권 등이 태영건설 여의도 본사를 담보로 대출해준 것과 달리신협중앙회와 단위 조합들은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에 직접 PF 대출을 내줬다. 신협은 태영건설의 PF 사업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산업은행이 오는 11일 1차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하기 위해 낸 문서를 보면 '채권행사 유예대상 채권 범위 및 유예기간 결정'이 2호 의안으로 올랐다. 이 의안을 보면 채권행사 유예기간은 오는 11일부터 4월 11일까지 3개월이다. 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금융채권자협의회에 통보해 채권행사 유예기간을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주채권은행과 금융채권자협의회의 추후 결정에 따라 신협의 직접 차입금 채무 처리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태영건설의 채무 규모가 큰 데다 채권자마저 많아 이번 2차 협의 외에도 태영건설의 빚 정리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의 신협 채무 청산이 늦어진다고 가정하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수다. 여러 시나리오 중 무게가 쏠리는 쪽은 뱅크런이다.
PF 부실이 현실화한 뒤 상호금융권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이 벌어졌던 최근 사례도 있다.
새마을금고는 대다수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PF 집행 규모를 줄인 것과 반대로 공격적인 대출에 나섰다. 지난해 4월 기준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및 건설업 대출 규모는 56조원으로 4년 전인 2019년의 두 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2.5%에서 9%로 수직 상승했다.
공격적인 부동산 대출 불씨는 지난해 7월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에서 터졌다. 이때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600억원대 부실대출을 실행했고 결국 인근에 있던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됐다.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와 화도새마을금고 합병으로 불안 조짐을 느낀 고객들은 예금을 대거 인출하고 예적금을 해지하는 데 이르렀다. 그러자 정부는 주요 인사들을 보내 새마을금고 지점에서 금액을 예치하거나 금융상품을 구입하는 식으로 민심을 달랬다.
여론 진정은 쉽지 않았다. 새마을금고 예적금은 줄어들었고, 고객 예치금으로 곳간을 채워 영업을 해야 하는 조합들은 연 금리 10%대 적금까지 내놓으면서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실제로 지난해 8월께 연 금리 10% 이상인 적금 상품을 출시한 곳은 △더좋은새마을금고 이문1동점지점 △광덕새마을금고 두정지점 △답심리새마을금고 답십리2지점 △도화2동새마을금고 △무태새마을금고 연경지점 △용마새마을금고 제1지점 △용산새마을금고 △천안서부새마을금고 △북인천새마을금고 등 9곳이나 됐다.
금융권에선 신협이 태영건설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에도 PF 대출을 실행했을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뱅크런 우려를 무시할 순 없을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금융권에 미칠 영향 중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연쇄 효과"라며 "다른 건설사의 부실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면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에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협 단위 조합이 태영건설에만 돈을 빌려주진 않았을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 돈을 맡긴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질 텐데, 이 경우 뱅크런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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