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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팬데믹] 태영건설 채권단 절반이 상호금융권…부동산 경기 악화에 위기감 고조

Numbers_ 2024. 1. 5. 12:01

 

(사진=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살 채권단의 절반이 상호금융권에 집중됐다. 채권 자체가 소액이라 부실 우려가 적다고는 하지만 건설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라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4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 채권단은 총 609곳이다. 산업은행은 이 중 새마을금고나 신협 단위 조합, 지역 농협 등이 절반을 넘는 300~400곳이라고 보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전날 채권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많은 채권단인데 그중 상당수가 새마을금고나 신협, 또는 단위 농협"이라며 "이들을 빼면 300~400개 정도 될 거라고 계산이 되고, 이 중에서 500억원 이상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있는 곳은 60개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빠른 시일 내 주요 채권단을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소집할 채권단과 익스포저 금액 등 구체적인 사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태영건설 직접 차입금 채무 명단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신협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금융채권자 공동관리 절차 개시 등을 위해 채권단에 보낸 문건을 보면 신협에선 중앙회와 53개 단위 조합이 태영건설에게 대출을 내줬다. 총액은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846억원가량이다. 차입금 규모는 제각각이다. 신협중앙회 차입금은 1억2000만원이며 조합에선 적게는 5억원, 많게는 20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반면 신협은 45개 조합이 태영건설에 차입금을 제공했고, 계정과목도 PF라고 명시한 산업은행 문건과 달리 담보대출이라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에게 대출을 실행한 신협 단위 조합 수와 여신잔액은 1차 협의회가 열리는 오는 11일 이전에 확정된다. 산업은행은 각 채권자에게 태영건설 채권 신고를 받고 이를 태영건설 측 자료와 비교한 뒤 워크아웃 개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신협을 제외한 다른 상호금융권에선 얼마나 많은 조합이 채권단에 포함됐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상호금융권이 전체 채권자의 절반이 넘는 데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미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일부 새마을금고 지점이 불법 대출을 한 뒤 인근 지점과 합병되면서 뱅크런 사태까지 치달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상호금융권에선 조합이나 지점이 독자적으로 대출할 수 있는 규모가 제한적인 데다 PF 대출은 사실상 중앙회를 거쳐야 해 구조상 허점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협을 예로 들면 단위 조합은 70억원 이상의 대출을 실행하려면 반드시 중앙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PF 대출은 조합이 단독 결정할 수 없다. 농협 역시 중앙회 주도로 PF 대출이 결정되면 지역 농협들이 참여하는 식이다.

당국 해석은 다르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진 만큼 상호금융권의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실제로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오르는 추세다. 금융위원회의 부동산 PF 대출 리스크 현황을 보면 상호금융권 연체율은 지난해 9월 기준 4.18%로 같은 해 6월 말 대비 3.05%포인트 올랐다.

당국이 내놓은 해법은 부동산·건설업 대출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상향 조정이다.

금융위는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부동산·건설업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현행 100% 이상에서 130%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상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5월 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했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업계의 부담 등을 고려해 시행을 미룬 바 있다.

이 밖에 당국은 올해 말부터 상호금융권의 개인사업자·법인 대상 대출 중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을 각각 총대출의 30% 이하로, 합계액을 총대출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여신한도 규제도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상호금융권이 다른 건설사에 내준 대출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기류가 읽힌다. 태영건설의 상호금융권 채권이 비교적 소액이라 건전성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다른 건설사까지 휘청거리는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상호금융권에 갚아야 하는 빚은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해 심각한 단계는 아니지만 문제는 건설사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미 신용등급이 떨어진 곳이 있을 만큼 전망이 밝지 않아 금융권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태영건설 외 다른 건설사가 위기를 맞게 되면 파급효과는 점차 커질 것"이라며 "상호금융권뿐 아니라 금융업 전반에도 파장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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