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공동관리절차)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상거래채권 중 미상환한 451억원 규모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에 대해 '선택적 상환' 하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이 채무 유예에 동의할 경우 외담대는 단시간내에 바로 갚겠다는 발언에서다. 태영건설은 상거래채권을 성실히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은행에서 할인이 이뤄진 외담대의 경우 워크아웃 대상인 금융채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3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신욱 자금팀장은 "협력업체가 할인받은 외담대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9조 3항에 의거해 금융채권에 해당한다"며 "채권단에게 통지가 간 이후 1차 협의회 의결일인 오는 11일까지 모든 금융채권 지급이 유예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 팀장은 "1월 11일 의결되는 공동관리절차의 제2호의 유예되는 채권범위에 해당하는데 '외담대는 제외하는 것을 포함해 의결'해줄 것을 채권단 설명회에서 이야기했다"며 "이 부분을 동의해주면 실사 기간 3개월 내 외담대에 대해서는 상거래채권으로 해서 정상 결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중 외담대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외담대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구매대금을 현금 대신 외상매출채권으로 지급하고, 하청업체는 해당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방식이다. 태영건설 하청업체는 외담대로 자금을 수취했지만 정작 외담대를 실행한 은행은 태영건설로부터 상환을 받지 못했다.
현재 태영건설의 외담대 발행한도는 하나은행 1000억원, 신한은행 870억원, 우리은행 660억원 규모이나, 추가 자금이 필요한 태영건설 협력사들은 기대출이 미상환된 만큼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엮인 탓에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측이 외담대를 정상상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태영건설의 '버티기'에 뾰족수가 없는 모습이다.
PF 리스크에 불구하고 태영건설 측의 자금여력에 비춰보면 451억원은 상환이 불가능하지 않은 액수다. 앞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2400억원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태영 측은 해당 매각 대금을 SBS를 보유한 TY홀딩스의 보증 채무를 갚는데 먼저 사용했다. 전 금융업권이 포진한 채권단에 상대적으로 소액인 1금융권 채권도 상환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모습을 두고 채권단 대다수의 지지 획득이 필요한 태영 측이 '소탐대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강석훈 회장은 "당사자의 자구안을 바탕으로 채권단이 '어느 정도 신뢰가 가니 같이 해보자'라는 게 워크아웃의 기본 정신인데 오늘은 자구안을 제시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만 한 이걸로는 상식적으로 채권단에서 이 제안으로 75%가 동의한다고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강승혁 기자 ks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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