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에게 당초 약속했던 네 가지 자구책 이행을 당부했다. 태영 측이 티와이홀딩스 자회였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으로 얻은 대금을 태영건설에 대여하지 않은 일을 꼬집은 것이다. 산업은행은 그러면서도 자구책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상 태영 측이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라는 느슨한 태도를 보였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3일 태영건설과 채권단이 모인 워크아웃 관련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태영건설 상황은 기본적으로 태영건설 및 대주주의 잘못된 경영 판단에서 비롯된 만큼 태영건설과 대주주가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특히 대주주의 뼈를 깎는 충분한 자구 노력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며 "워크아웃의 대전제는 대주주의 충분한 자구 노력인 만큼 태영 측이 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채권단의 원만한 협조와 시장 신뢰 회복을 이끌어낼지 매우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채권단에게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설득해야 하는 주채권은행 최종 의사결정권자 입에서 날선 비판이 나온 것은 그간 태영 측이 보인 행동 때문이다.
강 회장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태영건설과의 워크아웃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또 다른 티와이홀딩스 자회사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5.5% 담보 제공 등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태영은 조건 이행의 일환으로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했으나 매각대금 중 일부인 1485억원을 태영건설 상거래채권 결제자금 상환에 쓰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강 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400억원만 지원했다"며 "채권단과 태영 측의 신뢰성이 상실된 첫 번째 케이스"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블루원의 지분 담보를 제공하고 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은 이 자금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사용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겠다고 한다"며 "태영 측을 직접 만나 원래 약속했던 4가지 조항을 끝까지 지켜줄 것을 촉구했고, 오늘 채권단 회의에서 공표해 주기를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에 따르면 산업은행 요청과 달리 태영은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자구책을 공개하지 않았다.
강 회장은 "(오늘 회의 중) 1시간은 태영건설 파트, 나머지 1시간은 채권단과의 질의응답 시간이었다"며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모두말씀 또는 인사말씀 등을 통해 태영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취지로 10여분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이어 "나머지 시간은 태영건설에서 구체적인 자구안에 대한 설명 없이 태영건설이 어떤 회사인지 설명을 했다고 보고받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강 회장은 태영건설이 변하지 않는 한 채권단의 75%가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4개 조건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구체적인 자구안이 없는 워크아웃 계획안은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며 "태영 측에서 확약을 하게 되면 4개 안을 가지고 채권단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태영건설과 대주주의 진정성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는 있지만, 선결 과제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강 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이후와 마찬가지로 태영 측이 4개 조건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를 지키지 않는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 "사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이제 이 내용이 다 공유됐고 태영 쪽에서 조건을 이행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말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산업은행이 제시한 4개 조건을 제외한 오너 일가의 사재 출현 등 추가 자구안은 현재로선 정해지지 않았다.
강 회장은 추가 자구안을 묻는 질문에 "(태영이) 4개 사항을 완벽하게 이행했지에 따라 다음 단계를 생각할 문제"라며 "자구계획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재 출연(규모)은 어느 정도라고 (예상)하기보다 워크아웃을 진행하다 보면 여러 과정상 자금이 필요하다"며 "그런 경우가 되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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