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공동관리절차)을 신청한 후 발표한 자구안에 대해 손해보험업계는 '정중동 속 냉소'를 띄는 분위기다. 직접대출액이 농협손해보험 333억원, 한화손해보험 250억원 수준으로 미미해서다. 다만 보증 방식의 PF 간접 채무는 수천억원 수준으로 적지 않다.
그동안 태영건설 PF에 참여한 손보사는 삼성화재를 포함해 16개사이며 이들이 참여한 사업장은 79곳에 이른다. 산업은행이 작성한 '태영건설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서'에 따르면 이들의 대출잔액은 1조6049억원이며 이 중 우발채무는 4732억원으로 집계됐다. 태영건설의 전체 우발채무는 9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반면 태영그룹은 중도금대출 보증과 분양률 75% 이상 본PF 보증을 제외하면 실질적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규모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 잔고는 12조원이 넘으며 향후 3년간 연 3조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하다"며 워크아웃 승인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등을 자구안으로 제시했다. 채권단은 대주주 사재 출연, SBS 지분 매각 등 실질적 방안을 기대했지만 이 내용은 자구안에서 모두 빠졌다.
4일 대형손보사 한 관계자는 <블로터>에 "핵심인 방송사는 팔지 않겠다는 것과 본인은 책임지기 싫다고 생각이 들 수 있는 자구안 수준"이라고 평했다.
우발채무는 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경우 부채가 되는 채무다. 손보업계 연관 사업 중 우발채무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은 현대해상의 서초동 업무시설 개발사업으로 1141억원이다.
이어 만기도래일 가장 빠른 사업은 오는 6월 3일로 예정된 삼성화재의 용인8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대출잔액 868억원 전액이 우발채무로 잡혀있다. 가장 많은 사업장을 보유한 곳은 삼성화재로 18곳이다. 이밖에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은 5곳이며 우발채무 금액은 3351억원이다.
보험업계는 제2금융권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큰 편이다. 이를 고려하면 설사 우발채무 금액의 회수가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회사 자금 운용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여기에 구리~포천 고속도로, 대곡~소사 복선전철 BTL, 신분당선복선전철(강남~정자) 등 이미 완료한 사업과 만기 도래일까지 10년 이상 남은 광명~서울간 고속도로 BTO 등의 비중이 높아 워크아웃 신청으로 당장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이 적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대부분 PF를 보수적으로 접근한 경향이 있어 타 금융권에 비하면 우발채무가 적은 편"이라며 "직접 차입금 채무가 있지 않는 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워크아웃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채권단 75%를 설득해야 한다. 태영건설은 부동산파이낸싱(PF)과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영위하고 있어 사업범위가 넓은만큼 채권단 규모가 400곳을 넘길 정도로 많다.
이 때문에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자협의회에 앞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채권단 설명회를 열었다. 문제는 태영건설의 자구안으로 제시한 내용이 호평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달 11일에 예정된 워크아웃이 무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태영건설의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짚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일단 워크아웃 무산이 확정되면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박준한 기자 bigstar102@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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