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로봇을 개발·제조하는 기업인 엔도로보틱스(Endo Robotics)가 정부의 ‘고위험·고성과(하이리스크·하이리턴) 기술개발(R&D)’을 수행할 기업으로 선정됐다. 전 세계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엔도로보틱스는 ‘무흉터 유연 복강 수술 로봇’을 개발할 예정이다. 복부 비침습 복강 수술을 가능케 한다는 목표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복강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 복강 수술이 등장했을 때만큼 또 한 번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사업을 수행할 기업 2곳을 최종 선정했다. 엔도로보틱스(로봇·바이오융합)와 에스비티엘첨단소재(이차전지)다. 이들이 고위험 기술개발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는 규모는 100억원씩이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투자와 R&D 출연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지원금 100억원에는 투자와 R&D 출연금이 모두 포함됐다.
사업 지원 자격은 스케일업 팁스 운영사 추천으로 제한됐다. 스케일업 팁스를 운영하고 있는 벤처캐피탈(VC)과 R&D 회사 컨소시엄은 20개 정도 된다. 20억원 이상을 투자한 포트폴리오 가운데 한 곳씩을 추천할 수 있었다. 엔도로보틱스는 L&S벤처캐피탈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엔도로보틱스가 정부 지원금으로 도전할 과제는 무흉터 유연 복강 수술 로봇 개발이다. 예컨대 현재 복강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 복강 수술로 담낭을 절제하려면 수술 기구를 넣기 위해 배에 작은 구멍을 내야 한다. 하지만 엔도로보틱스가 개발을 완료하면 입이나 항문을 통해 들어가 소화기관 밖을 뚫고 나가 담낭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배가 아닌 위나 직장 등을 뚫고 나가 담낭을 제거하고 다시 위나 직장 등을 봉합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과 비교했을 때 이점은 몸 외부인 피부에 흉터가 생기지 않고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입원 기간도 기존의 절반 수준인 7일 정도로 줄어들어 환자의 의료비가 줄고 병원 입장에선 병상 회전율이 증가할 수 있다.
전세계 의료계의 기대와 공감대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적당한 도구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었다. 엔도로보틱스는 기존에 ‘내시경 호환형 유연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었다. 올 하반기부터 비급여로 시장에 진입한다. 내시경 앞 단에 탈부착해 소화기관 내부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제품이다. 경쟁사 제품보다 간편하고 저렴하다. 기존에 엔도로보틱스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자체 생산 공장도 가지고 있어 대량생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때문에 엔도로보틱스는 이번 지원금으로 개발해야 하는 4가지 기술 가운데 △멀티 암 유연 로봇 △점막·근육 전층 봉합 기술 개발 경험 등이 있다. 새로 개발해야 하는 기술은 △능동 경로 제어 기술 △유연 경로 시각화 기술 등이다. 기존에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선도적인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 진입장벽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규모는 관련 질환자 수와 치료 기관 수를 기반으로 추정할 때 현재 전 세계적으로 12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새로운 의료 기술이 시장에 정착하는 데 중요한 건 환자에게 실제로 이점을 가져다줄지 여부다. 엔도로보틱스는 시장의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과제 기간은 3년인데 이후 임상 허가 등에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용화는 5년 후를 바라보고 있다. 10년 뒤엔 시장에 정착이 되는 기술로 만드는 게 목표다.
엔도로보틱스는 2019년 설립됐다. 기계공학자인 홍대희·김병곤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다. 공동창업자로 고려대학교 소화기내과 교수진들이 있다. 임직원 23명 가운데 20명이 기술전문 연구인력이다. 국내외 지식재산권 58건을 보유하고 있다. 소화기 내시경 시장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올림푸스가 선정한 ‘2023 글로벌 Top 13 스타트업’에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80억원이다. 지난해 8월 진행한 시리즈B 라운드엔 △프리미어파트너스 주도로 △L&S벤처캐피탈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 △동훈인베스트먼트 △패스파인더H 등이 참여했다. 시리즈A엔 △케이넷투자파트너스 △패스파인더H △케이그라운드벤처스 △세진메탈 △서울산업진흥원 △한국기업가정신재단 등이 참여했고 프리 시리즈A 투자사는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시드 투자사는 △고려대학교기술지주다.
올해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에 나서는 엔도로보틱스는 매출을 일으켜 내년 상반기 중 투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시리즈C 라운드 혹은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라운드를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는 세일즈와 마케팅팀을 확대할 계획이다.
황금빛 기자 gold@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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