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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총수에 오르고 3년차에 접어들었다. 취임 당시 내세웠던 ‘양손잡이 경영’이 성과를 거두면서 성장 곡선을 그렸다. 기존 전기와 전력, 소재을 기반으로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배·전·반) 신사업 개척을 통해 퀀텀점프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은 최근 인공지능(AI)과의 접목에도 공을 들이며 ‘비전 2030’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LS그룹 ‘사촌경영 체제’의 다음 리더를 꼽는 경쟁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막내아들인 구 회장은 2세대 라인의 마지막 주자로 총수를 맡고 있다. 아직 3대로 넘어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차기 자리를 놓고 후보간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배·전·반 확장’ 영업 1조시대 개막…AI 시대 앞둔 ‘비전 2030’
LS그룹은 구자은 회장 취임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는 2022년 1월 그룹 총수에 오르면서 취임 일성으로 ‘양손잡이 경영’ 전략을 내놓았다. 기존의 주력 사업이었던 전기·전력·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을 신사업으로 접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직접 고안한 용어인 배·전·반 사업 진출 또는 확장에 공을 들였다. 우선 취임한 첫해에 전기차 충전 사업 진출 목적으로 ㈜LS와 E1이 공동 투자해 ‘LS이링크(LS E-Link)’를 설립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LS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전기와 전력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투입했다. LS이링크는 지난해 전기차 B2B(기업간 거래) 충전사업 강화 차원에서 SE모빌리티의 지분 49.9%를 430억원에 인수했다.
지주사인 ㈜LS는 과거 일본 컨소시엄인 JKJS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던 ‘LS MnM(구 LS니꼬동제련)’의 단일 주주로 올라섰다. 2022년 5월 JKJS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49.9% 전량을 9331억원에 매입했다. LS MnM은 기존 금속 사업에 더해 2차전지와 반도체 소재까지 진출해 종합 소재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주력 계열사인 LS일렉트릭도 미래 사업 확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구축에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로 턴키(설계·시공 일괄) 수주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이 밖에 LS머트리얼즈는 최근 전기차 알루미늄 부품업체인 오스트리아 하이(HAI)와 합작법인 하이엠케이(HAIMK)를 설립했다. 하이엠케이는 2025년부터 배터리를 보호하는 알루미늄 케이스 양산에 들어간다. LS전선아시아도 지난해 11월 사명을 ‘LS에코에너지’로 바꾸고 해저케이블, 희토류 등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LS그룹은 배·전·반 신사업 안착과 함께 향후 AI 시대 대비에 나섰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비전 2030’을 내세우며 디지털 전환과 탄소 배출 없는 전력(CFE) 등의 방안을 꺼내 들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4에 참석해 “폭풍 같은 미래가 오더라도 AI와 소프트웨어 등 협업과 기술 혁신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사업 체계를 갖추고 준비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취임 이후 달성한 LS그룹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오너 2세대’ 마지막 주자, 출발선에 선 ‘3세 후보들’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사촌 형제들이 차례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LS가 지주사로 정점에 있고 LS전선, LS일렉트릭 등 계열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LS는 구자열 이사회 의장이 최대주주로 있지만 지분율은 1.87%에 그치고 나머지를 친인척이 조금씩 나눠가지는 구조다.
E1은 LS그룹에 속하지만 지주사와 지분 관계없이 구평회 명예회장의 직계가족들만 보유하고 있다. 산하에 LS네트웍스와 E1물류, E1컨테이너터미널 등을 거느리고 있다. 예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하는 예스코그룹 역시 ㈜LS와 별개의 지분 관계를 구축하며 구태회 명예회장과 구두회 명예회장 집안 구성원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S그룹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인척 간의 합의와 전통이 필수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고(故) 구자홍 LS 초대 회장과 구자열 의장, 구자은 LS 회장 순으로 9년(3연임)씩 회장직을 수행했다. 이는 3년차에 접어든 구 회장도 아직 회장직을 수행할 시간이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구 회장은 ㈜LS의 지분 3.63%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3세에 들어선다면 이 같은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지금과 같은 장자 라인에 따른 승계를 이어갈 수도 있다. 다만 전보다 후계자가 늘어난 만큼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LS그룹 내에 소그룹의 완전한 독립 경영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사촌 간 장자 라인을 따른 승계를 가져간다면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구자홍 회장의 장남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러나 구 대표는 LS그룹 지분을 정리하고 독자적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LS그룹이 기계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진행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와 구본규 LS전선 대표, 구동휘 LSMnM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구본권 LS MnM 전무 등 사촌형제가 차기 후보로 거론되며 출발선에 섰다. 구본혁 대표는 고(故)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구자명 명예회장의 아들로 3세 경영인 가운데 최연장자다. LS전선 해외영업부문에 입사한 이후 ㈜LS 사업전략팀, LS니꼬동제련(현 LS MnM)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다만 예스코그룹이 LS그룹에서 계열 분리 후 독립을 진행할 지 여부가 변수로 남았다.
구본규 대표는 구태회 명예회장 손자이자 구자엽 LS전선 회장 장남이다. 그는 2007년 LS전선 미국 법인에 입사했고 LS엠트론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2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 LS전선 단독 대표에 오르며 입지를 굳혔다. 구동휘 부사장은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지주사 LS 이사회 의장)의 아들로 E1 최고운영책임자와 신성장사업부문 대표를 맡았고 지난해 LS MnM COO로 올라 2차전지 소재 신사업을 맡았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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