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국적 선사 HMM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보유 중인 HMM 주식과 관련해 취득 시점별 매수가격배분(PPA) 평가와 손상검사 등을 위해 외부 실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KDB산업은행은 HMM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최종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HMM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 실사를 위해 대형 회계법인 등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지난 15일까지 입찰제안을 받았다. 협상을 통해 입찰하는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KDB산업은행은 제안서를 평가한 뒤 협상 적격자에 한해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실사 소요 기간은 약 5주 안팎으로 KDB산업은행은 예상하고 있다.
이번 외부 실사는 KDB산업은행이 HMM 경영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발행된 영구채의 주식 전환 시점이 각기 달라 정확한 지분가치 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4000만주의 영구전환사채(CB)와 6000만주의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행사가액과 전환가액은 모두 1주당 5000원씩 총 5000억원 규모였다. 이보다 앞선 2021년 6월에도 6000만주의 CB를 주식으로 바꿨는데 마찬가지로 전환단가가 1주당 5000원씩 3000억원 규모였다. 모두 매각 대상이다.
CB는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BW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액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으로, CB는 주식 전환시 사채가 소멸되는 반면 BW는 인수권을 행사해도 인수권만 소멸되고 사채는 소멸되지 않는다. CB와 BW는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높아지면 주가와의 연동성이 강해지고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낮아지면 채권으로서의 이율이 중시된다.
KDB산업은행이 2021년과 2023년에 걸쳐 주식을 전환한 8000억원 규모 영구채는 2016년과 2018년에 발행됐다. 당시 HMM 주가는 5000~6000원대를 오가던 시절이었다. 사채의 이율은 모두 연 3%에 불과하다. KDB산업은행 입장에선 현재 HMM 주가가 2만원대를 오르내리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 시세차익만 2조4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주식 전환 청구를 행사하지 않으면 오히려 배임 혐의에 몰리게 돼 해당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번 실사에선 영구채 전환 주식들을 포함한 매각 대상 2억119만9297주(KDB산업은행 보유 지분율 29.2%)에 대해서도 손상검사가 진행된다.
HMM은 옛 현대상선 시절인 2008년 글로벌 위기에 따른 해운업 불황으로 2011~2015년 동안 누적 1조7753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경영난에 시달려 2016년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섰다. 이후에도 HMM은 2019년까지 매년 적자를 지속하면서 채권단으로부터 영구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던 것이다. 이 때문에 KDB산업은행 입장에선 HMM 인수 이후 회수 가능한 자산에 대한 손상평가를 통해 회계상 손익도 살펴야 한다. 매년 4월마다 발표되는 KDB산업은행의 출자 및 투자 현황을 보면 2022년 말 기준 HMM 주식 1억119만9297주(당시 지분율 20.7%)에 대해선 1조9745억원으로 장부가액을 산정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KDB산업은행은 매각 속도를 높여 올 상반기 내에 거래(Deal)를 종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달 초 공식석상에서 HMM 매각 1차 협의 결과가 이르면 이달 말 정도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12월 입찰가로 6조4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하림그룹을 HMM의 경영권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구체적으론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잔여 영구채(1조6800억원 규모) 처리와 자금 조달 계획 등을 두고 샅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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