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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OCI 통합] 엄마와 아들은 어쩌다 사이가 틀어졌을까?

Numbers_ 2024. 1. 17. 16:37

(사진 왼쪽부터)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사진=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그룹과 OCI 그룹의 통합, 이에 대한 한미약품 오너가 아들의 반발. 양 그룹의 통합 발표로 인해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중에 모자(母子)의 갈등이 세상에 알려지는 모양새다. 모친은 아들과 상의하지 않고 가문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체에 다른 그룹을 끌어들였고, 아들은 모친의 행보에 격정 토로를 하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미약품그룹내 '모자' 관계는 왜 이렇게 악화되어 있었던 걸까?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 계획이 발표된 이후 새삼 재계에서는 두 인물의 갈등 관계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명예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미국 보스턴칼리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곡분야 석사과정을 수학했다. 재계 승계 1순위 후보자가 일반적으로 거치는 교육 과정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면, 고 임성기 회장은 일찍부터 장남에게 경영승계할 것을 염두에 뒀을 수 있으나 어느 시점부터 아들인 임종윤 사장은 부친의 의도와 엇갈렸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이후 임종윤 사장은 전공과는 무관하게 2000년 한미약품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하며 후계 승계 수업을 시작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입사 전에는 물론, 입사 후에도 한미약품 경영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종윤 사장은 1999년 밴드를 결성하고 한미약품 입사 이후인 2003년에도 앨범을 내는 등 외적인 활동에 전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임종윤 사장은 북경한미약품으로 이동한다. 2004년 북경한미약품 기획실장으로 승진하며 중국으로 이동한 임종윤 사장은 곧 북경한미약품 부총경리(부사장), 총경리(사장)을 맡았다. 중국 법인은 대개의 경우 총경리가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진다.

북경한미약품은 1996년 한미약품과 베이징제3의약창, 천축공항공업개발총공사가 상호출자해 만든 합작법인이다. 현재는 한미사이언스가 100%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임성기 회장은 중국 진출이 회사의 미래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에는 임종윤 사장의 활약이 경영승계에 보탬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북경한미약품은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자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2023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933억원, 영업이익 260억원, 순이익 238억원을 달성했으며, 연매출 3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2010년 이후 북경한미약품 총경리 자리에서 내려오고 동사장(국내 상법상 이사회 의장의 위치) 직함만을 유지했지만, 꾸준히 중국 내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임종윤 사장은 북경한미약품 근무 시절 투자법인인 코리(COREE)그룹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이후 임종윤 사장은 HMG차이나, Hit Marketing 그룹 등의 법인을 통합해 코리그룹을 결성한다. 현재 임종윤 사장은 코리그룹 회장이기도 하다. 

임종윤 사장의 이러한 활동은, 한미약품 경영에 집중하기를 원했던 임성기 회장에게는 마뜩잖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걱정은 임성기 회장 사후 임성기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에게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임성기 회장이 작고한 후 경영을 승계하겠다며 전면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송영숙 회장, 그리고 사내에서 인적 관리와 롤베돈(롤론티스)의 미국 진출을 이끌었던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경영실장의 눈에는 그리 마음에 드는 모양새가 아니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후 한동안 한미약품 이사회에 적극 참여했던 임종윤 사장은 2022년 3월 24일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 표결이 안건으로 상정된 이사회에 불참한다. 이날 한미약품의 대표이사는 우종수·권세창 대표가 그대로 유임됐다. 정황상 임종윤 사장이 대표이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사회에 불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이사회를 사실상 보이콧한다. 2023년 한미약품 이사회에 임종윤 사장은 5번의 의결 회의 중 단 한 번만 참석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이 임종윤 사장을 묵살한 것이 아니라 임종윤 사장이 한미약품을 묵살하고 있는 중”이라며 “(오너가 갈등이) 통합이라는 큰 명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안치영 기자 ac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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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OCI 통합] 엄마와 아들은 어쩌다 사이가 틀어졌을까?

한미약품 그룹과 OCI 그룹의 통합, 이에 대한 한미약품 오너가 아들의 반발. 양 그룹의 통합 발표로 인해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중에 모자(母子)의 갈등이 세상에 알려지는 모양새다. 모친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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