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은 지주회사인 ㈜효성과 8개 상장기업을 포함해 총 121개의 국내외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해외 법인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제외하더라도 4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22곳은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두 오너형제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분을 보유 중인 계열사가 많다 보니 배당, 임금, 주식 매각 등 자금을 끌어 모을 방안도 여러가지다. 두 사람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는데, 이들 계열사는 열악해진 자금력을 보완하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너 형제, 10년간 얻은 ㈜효성 배당금 '3625억원'
㈜효성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374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2014년까지 배당금 총액은 300억원대였는데, 2015년 665억원으로 두 배 확대했으며, 이후 매년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공교롭게도 조 회장과 조 부회장 지분 매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를 바탕으로 조 회장의 배당수익을 계산해보면 2014년 33억원에서 2015년 7억원, 2016년 137억원으로 늘어난 뒤 해마다 매년 2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다. 10년간 ㈜효성만으로 그가 가져간 배당금은 1864억원이다. 같은 기간 조 부회장은 1761억원을 수령했다.
이들의 배당수익은 2018년 6월 인적분할 이후 더욱 커졌다. 대표적으로 조 회장(14.59%)이 2대주주로 있는 효성티앤씨는 설립 이듬해인 2019년 43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매년 두 배 규모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다 2022년엔 무려 2158억원까지 늘었다.
이렇게 배당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대부분 주식담보대출금을 상환하는데 쓰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렇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2년 만기인 수천억원대 금융권 차입금을 매번 연장하며 현재까지 들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오너 차입금 상환 도우미…자금력 보완해준 개인 회사
무엇보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각자 보유 중인 개인회사에 사재를 투입한 적이 별로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개인회사가 두 사람의 자금력을 보완해준 모양새다.
먼저 조 회장은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트리니티에셋)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갖고 있다. 조 회장이 트리니티에셋 지분 80%를 보유하고, 조 회장과 트리니티에셋이 GE 지분 62.78%, 18.05%를 나눠 갖는 구조다. 트리니티에셋의 발행주식총수는 2003년 13만2000주에서 자본금 감소(감자)로 2004년 8만2500주로 줄어든 뒤 현재까지 동일한 주식수를 유지하고 있다. 최대주주 등을 대상으로 증자한 적이 없는 것이다. 이 기간 트리니티에셋의 총자산은 279억원에서 1900억원으로 최대주주 도움 없이 6.8배의 규모 성장을 이뤘다.
GE의 경우 조 회장이 2008년 2월 유상증자, 2009년 5월 지분 매입으로 24억원을 들였지만, 2013년 7월 유상감자를 통해 166억원을 회수해갔다. 회사 측에서 밝힌 유상감자 사유는 “상장 무산에 따른 재무적투자자(FI) 주식 인수”인데, 공교롭게도 정작 FI에게 돌려줘야 하는 자금 15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트리니티에셋이 책임졌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은 트리니티에셋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트리니티에셋을 활용해 GE로 인한 사재 출혈을 막은 셈이다.
조 부회장이 가지고 있거나 보유했던 개인회사는 △신동진 △ASC(100%) △더클래스효성이다. 신동진 또한 조 회장의 트리니티에셋과 비슷하게 2005년 감자를 실시해 발행주식총수가 22만주에서 6만8750주로 줄어든 뒤 현재까지 동일한 주식수를 유지 중이다. 이 기간 총자산은 2005년 330억원에서 2022년 2343억원으로 7.1배 늘었다.
또 조 부회장은 2015년 11월 더클래스효성 지분 58.02%를 ㈜효성으로부터 447억원에 매입했다가 2017년 5월 ASC(당시 디베스트파트너스)에 990억원을 받고 매각한 바 있다. 총 회수금액은 543억원으로 멀티플 2배를 웃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ASC는 조 부회장의 소유가 아니었다. 이후 2016년 조 부회장은 ASC를 인수하면서 수직적 지배구조를 갖췄다.
조 부회장이 ASC를 얼마에 인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처음 공시된 2017년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기업가치를 추정할 수는 있다. 2016년 말 기준 회사의 순자산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0억원, 47억원이며, 발행주식수는 2만주다. 이를 기반으로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계산한 100% 지분가치는 330억원 수준이다. 조 부회장이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팔아 거둔 차익 543억원보다 200억원 이상 적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 어느정도 교통정리가 됐겠지만 워낙 총수일가 또는 지주회사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가 많고, 그게 또 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이어지니까 여전히 복잡해 보인다”며 “지배구조가 이렇다 보니 그 안에서도 오너의 사재나 회삿돈이 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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