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부터 국내 대기업까지 차세대 항암제로 부상한 ADC(항체약물접합체, Antibody–drug conjugate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허가 사례가 있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빅딜(Big deal)이 연달아 이뤄지면서 미래 먹거리로서 가능성이 커지는 중이다.
특히, ADC 분야는 신약개발을 넘어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측면에서 여러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이다.
ADC 핵심 '치료 효과 높이고 부작용 낮추고' 시장 규모 급성장
항체-약물 복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s)는 바이오베터를 만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 중 하나로 단일클론 항체의 선택성을 화학요법의 세포사멸 특성과 결합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종류의 항암제이다.
현재 항암치료는 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항암제들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많은 암종에서 전통적인 화학요법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화학요법의 경우 독성이 강력해 환자에게 미치는 부작용이 존재하는데 ADC의 특징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ADC는 여러 기전을 통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는데, 이를 통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각광받는다.
글로벌 시장규모를 봤을 때도 ADC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글로벌 ADC 시장 규모는 2022년 73억5000달러(9조783억)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4.8%의 급격한 성장률을 보였으며, 2028년까지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5.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 가지 기업들이 ADC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적응증이 특정 암종에 쏠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에서 기존에 허가받은 암종 이외에도 HER2 발현을 보이는 다양한 전이성 고형암에서 높은 반응률을 기록했다고 보고, 암종 불문 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이밖에도 길리어드의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는 Trop-2 표적연구를 바탕으로 적응증 확장을 노리고 있으며, 아스텔라스의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 등도 여러 병용요법을 통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ADC 분야 M&A 활성화…연구 협업도 증가세
결과적으로 ADC가 차세대 항암제 타이틀을 바탕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화이자는 ADC 분야 선도기업 중 하나인 시젠(Seagen)을 43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인수 2019년 이후 바이오파마 분야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거래액을 기록했으며, MSD의 경우 지난해 10월 다이이찌산쿄와 선급금 40억달러를 포함하는 3개의 ADC 약물에 대한 최대 220억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가깝게는 존슨앤드존슨(J&J)이 지난 9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ADC 신약을 개발하는 앰브렉스 바이오파마(Ambrx Biopharma)를 약 20억 달러(2조 63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오리온이 국내 대표 ADC 플랫폼 바이오기업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주목받았지만, 그 외에 국내 제약사들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동아에스티는 ADC 전문 기업 앱티스(AbTis)의 경영권과 신규 모달리티인 3세대 ADC 링커 플랫폼 기술, 파이프라인을 인수했으며, 안국약품은 피노바이오와 업무협약 및 전략적 투자계획을 결정했다.
삼진제약의 경우 지난해 1월과 8월 각각 항체신약개발 기업 노벨티노빌리티, 탈모치료제 전문 연구개발 기업 에피바이오텍과 ADC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밖에 종근당 역시 2023년 2월 네덜란드의 생명공학기업 시나픽스(Synaffix B.V)와 항체-약물 접합체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로직스' CDMO 기업도 ADC 분야 관심
ADC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요소는 CDMO 기업의 관심이다. ADC 치료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절단할 수 있는 링커와 세포독성 약물이 중요해 제조과정에서 CDMO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CDMO 기업들까지 ADC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미 론자와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의 CDMO 기업이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ADC 치료제 생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ADC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4년 준공을 목표로 ADC 의약품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2일 미국의 비임상·임상 계약 연구기관(CRO) 전문 업체인 NJ BIO(이하 NJ바이오)와 원스톱 ADC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 체결 소식을 알리는 등 ADC 역량 내재화를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에 힘쓰고 있다.
실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월에는 ADC 플랫폼 전문 기업 '피노바이오'와 전략적 업무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이어 7월에는 ADC 기술 플랫폼 내재화를 위해 국내 바이오기업인 카나프테라퓨틱스와의 공동 개발을 발표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사들이 크기와 상관없이 ADC 자산에 대해 접근하고 상당한 선급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는 바이오벤처와 스타트업의 수혜로도 이어지고 있고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DC 기술이 단순하지 않은 만큼 기술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텍의 인수합병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ADC 생산시설은 대규모 생산보다는 ADC 전용 설비가 필요해 어느 바이오텍에서 어떤 기술을 가져올지가 현재 단계에서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황병우 기자 tua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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