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베이스에서 영업여건을 구축하기 위해 스타트업 업계의 결손금 발생은 불가피한 일이다. 증권업계의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는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도 마찬가지다. 현재 결손금의 변화 추이를 보면 토스증권이 결손금을 더 빨리 해소할 가능성이 밝아보인다는 분석이다.
22일 각사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토스증권의 미처리결손금이 2022년 1109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292억원으로 16.5% 늘어난 동안, 카카오페이증권은 379억원에서 873억원으로 130.4% 급증했다. 각사 모두 최대주주와 주주단의 존재로 유증에 성공해 결손금으로 인해 자본력이 줄어들진 않았지만,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이 늦어질 경우 자본조달 난이도는 더 어려워지고 최악의 경우 주주들의 '손절'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양사의 결손금 차이는 영업수익에 기인한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증권의 영업수익이 552억원에서 596억원으로 소폭 상승한 반면 토스증권은 997억원에서 151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토스증권의 실적에 크게 기여한 건 267억원에서 518억원으로 늘어난 '외화증권수탁' 수수료다. 이는 증권사가 해외주식 거래를 지원하는 대가로 받는 중개수익이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해외주식 거래를 지원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외화증권수탁 수익은 33억원에 그친다.
토스증권은 회사의 방향성 자체를 해외주식에 뒀다. 업계 최초로 주문과 동시에 체결되는 '해외주식 리얼타임 소수점 거래'를 선보였고 지난해 첫 실전 투자대회를 해외 주식 한정으로 열었다. 토스 특유의 깔끔한 UI와 시너지를 내 해외개미들을 이끌었다. 2021년 출범한 토스증권은 2년여만인 2023년 하반기 해외 주식 매매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승부수로 여겨졌던 신용거래는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13억원 수준이다. 더 문제는 카카오페이증권은 자기자본 2065억원까지 신용공여를 내줄 수 있는데 신용공여금이 722억원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는 카카오페이증권이 연 3.9%의 저금리를 7일간 제공하는 '신용융자 금리 할인 이벤트'를 올 6월까지 지속 연장하고 있는 이유로 분석된다.
이렇게 내준 빚이 최근 하락장세와 맞물려 부실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카오페이증권이 투자자에 빌려준 뒤 받지 못한 '위탁매매 미수금'은 2022년 3분기 6085만원에서 1년 새 17억3561만원으로 급등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9일 증시자금 중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199억원을 기록했고 반대매매금액의 경우 99억원을 차지했다. 증시가 반등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담보비율 낮아지고 반대매매 물량 출회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토스증권은 현재 신용거래를 지원하지 않지만 신용운영담당자 포지션을 채용하고 있다. 향후 시장이 반등하는 시점에 맞춰 신용거래를 지원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향후 토스증권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리테일 영업에 더욱 집중해 현재의 수익 규모를 더욱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김승연 토스증권 대표는 "국내 유권자 3명 중 1명은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라며 "개인의 직접 투자 비중은 점차 커져 중장기적으로 50%까지 올라설 것"이라 했다.
이렇게 토스증권이 승승장구하는 사이 카카오페이증권은 각종 이벤트를 통해 투자자를 확보하려 부심이다. 오는 4월 초까지 국내외 타사 주식을 옮기면 최대 18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에 나섰다. 해외주식 사업기반을 보강하기 위해 현금성 지원에 나선 셈이다. 그러면서 해외주식 매매 표준수수료율을 인상해 수익성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카카오페이증권의 '장기적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 지난해 IR 당시 미국 증권사 시버트 인수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정작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 이후'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토스증권과 수익의 질 측면에서 차이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최근 이승효 카카오페이증권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후임 사령탑을 찾는 중이다.
강승혁 기자 ks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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