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농슬라’ 대동·TYM의 엇갈린 운명?

Numbers_ 2024. 1. 24. 11:05

대동 자율주행 농기계 관련 이미지. (사진=대동)


‘농슬라(농기구+테슬라)’로 불리는 국내 1·2위 농기계 기업 대동과 TYM의 명운이 엇갈리고 있다. 대동은 북미 실적이 감소한 이후 유럽에서 실적을 방어하고 있는 반면, TYM은 수출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특히 TYM은 실적 악화 속에서도 최근 마약사건에 연루됐던 3세 경영 승계를 단행하며 불 꺼진 ‘오너리스크’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용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를 제조·판매하는 두 회사가 농슬라로 불리게 된 이유는 자율주행 농기계 때문이다. 국내 자율주행 농기계는 △원격제어(0단계) △자동조향(1단계) △자율주행(2단계) △자율작업(3단계) △무인자율작업(4단계)로 나뉘는데, 대동이 2023년 10월 업계 최초로 3단계를 상용화했다. TYM은 올해 상반기 중 자율주행 3단계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대동과 TYM은 코로나19로 북미(미국, 캐나다) 시장에서 하비파머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함께 성장했다. 대동은 2022년 연 매출 1조4637억원을 기록하며 1년 새 23.13% 성장했으며, TYM은 매출 1조1661억원을 내며 ‘1조 클럽’에 입성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사라진 현재 대동과 TYM의 실적은 엇갈리고 있다. 대동은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 1조1769억원, 영업이익 828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3분기 대비 각각 3.54%, 2.53% 증가했다. 반면 TYM은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 6563억원, 영업이익 717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누적 대비 각각 29.19%, 38.98% 감소했다.

대동은 유럽 공략을 확대하며 북미 매출 감소를 방어했지만, TYM은 수출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선 자체 브랜드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대동과 달리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중심의 TYM의 사업구조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3년째 ‘1조 클럽’ 대동…중대형으로 유럽 공략



2021년 1조 매출을 넘긴 대동은 2023년 3분기까지 1조원이 넘는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1980년대 일찌감치 북미 시장에 진출한 대동은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로 눈을 돌렸다. 기존에는 하비파머 트렌드에 맞춰 취미용으로 사용하는 중소형 트랙터를 수출했지만, 향후에는 유럽에서 수요가 높은 중대형 트랙터 위주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동은 2023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농업 플랫폼 기업 도약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해 말 사업혁신부문을 신설하고, LG유플러스·현대모비스 출신으로 IoT(사물인터넷), 모빌리티 분야에 잔뼈가 굵은 윤치환 전무를 영입했다. 또 로봇 사업 속도를 올리기 위해 상품기획부문 산하에 로봇사업 기획본부를 신설했다. 

올해 대동은 중대형 트랙터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잔디깎이인 '로봇모어' 등 신제품을 유럽에 선보이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론 2023년 730억원(예상) 수준인 유럽법인 매출을 2024년 1400억원까지 확대한다. 또 자율주행 농기계 3단계 판매처를 국내에서 호주 등 해외로 넓히고,  2026년까지 4단계 완전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동 관계자는 "자율주행 농기계는 아직 국내 농업산업을 위주로 개발됐지만 해외에도 분명히 수요가 있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2023년말 북미 농기계 시장에서 8%의 점유율을 달성한데 이어 2024년에는 호주, 유럽 국가에 집중할 것. 특히 유럽 법인은 2028년까지 50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 김식 TYM 전무, 3세 경영 돌입하나



대동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TYM은 당분간 3세 승계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희용 회장이 막내아들인 김식 전무에게 보유 지분 전량을 몰아주며 3세 경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당초 마약사건에 연루돼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던 김 전무는 현재 회사에서 마케팅 등 업무를 담당하는 비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희용 회장은 이달 17일 김식 전무에게 TYM 보유 지분 전량인 9.62%(433만3737주)를 증여했다. 김 회장의 막내아들인 김식 전무는 김 회장의 보유지분 수증으로 지분이 20.3%로 증가했다.

김 회장은 김태식 전 부사장, 김소원 CSO(전략 총괄 책임자) 전무, 김식 전무까지 총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 중 김 전 부사장은 지난해 2월 음란물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김식 전무 또한 뒤이어 재벌가 마약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김 회장은 김식 전무에게 지분을 몰아주며 힘을 실어줬다. 김 회장은 2022년 12월 지분 7.29%를 삼남매에게 각각 증여했고, 이 과정에서 김식 전무는 지분 10.53%로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며 승계 작업은 중단된 듯 보였지만, 김 회장은 올해 1월부터 다시 김식 전무에게 지분을 넘겼다.

TYM 측은 대동에 맞서 중대형 트랙터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TYM 관계자는 “현재 독일에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며 폴란드, 독일 등 대형 딜러상을 위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북미 중소형 트랙터 시장이 위축되며 실적이 다소 감소한 상태지만, 향후 자체 브랜드 직수출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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