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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배임?…”LBO 관련 위법성 기준 명확해져야”

Numbers_ 2024. 1. 26. 21:56
블로터·넘버스 2024 M&A 전망 설문조사 ⑫

 



인수합병(M&A) 방법 가운데 하나인 ‘차입매수(Leveraged Buy Out, LBO)’에 대해 법리적으로 명확한 위법성 판단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블로터와 넘버스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M&A 관련 기업 44곳에 근무하는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M&A 시장이 성장하기 위한 규제 개선 과제 중 하나로 'LBO 관련 명확한 정의'가 언급됐다.

LBO는 기업을 인수할 때 100% 자기자금을 활용하지 않고, 피인수기업의 주식이나 현금성자산 등 재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인수하는 M&A 기법 중 하나다. 적은 자금으로도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데다 다시 매각할 때 순수 자기자금으로 샀을 때보다 몇 배 증폭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LBO 방식의 M&A는 필연적으로 배임죄 논란이 따라붙는다. 거래 방식 자체로 피인수기업의 손해 발생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이유에서다. 피인수기업은 향후 기업가치 제고에 실패할 경우 담보로 제공된 자산을 잃게 되는 등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반면 인수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으니 ‘돈 놀이’에만 몰두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뒤따랐다.

인수 뒤에 기업가치를 높이더라도 문제의 소지는 남는다.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서로 별개로 판단되고 있어서다. 때문에 LBO 방식의 M&A를 추진하는 경우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받아 왔다.

비슷한 LBO라도 유죄와 무죄가 성립되는 경우가 달라 혼란이 가중됐다. 대표적으로 과거 2006년 법원은 건설회사 신한을 인수한 김춘환 전 회장에 대해 배임죄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본인의 자산을 담보로 차입금을 조달했다가 인수 뒤에 신한의 자산을 담보물로 교체했다. 법원은 이를 인수자가 아무런 대가 없이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제공했다고 판단, 신한에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봤다.

반대로 한일합섬을 인수한 동양메이저는 2009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동양메이저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차입금을 조달한 뒤 한일합섬을 인수했다. 이후 동양메이저는 SPC와 한일합섬을 동양메이저에 흡수합병했으며, 한일합섬의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했다. 검찰은 이를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배임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인수자 측의 경제력 등을 감안해 피인수기업에 피해를 끼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후 ‘인수자만을 위한 담보제공이 무제한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는 정도로 큰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인수를 위해 투입한 자금이 매우 적은 경우 등 상황에서는 여전히 배임 이슈가 뒤따르고 있다. 현재까지는 판례만으로 위법성 여부를 짐작해야 하기 때문에 LBO 논란이 불식되지 않은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LBO는 사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별다른 논란 없이 활용되는 M&A 방식인데, 법률적 이슈가 있는 데다 인식적으로도 기업사냥꾼 이미지가 연상돼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찾아보기 어려운 딜”이라며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도 어느정도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LBO 자체가 배임죄인 것은 아니지만,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인수자가 자기자본을 투자해 피인수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재무구조가 악화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설문에는 총 44곳의 대표 또는 임원 66명이 참여했다. 기관투자가 16곳 23명, 사모펀드 19곳 19명, IB와 자문사 18곳 24명 등이다. 설문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는 익명을 요구한 국책은행(2명)과 공제회, 건설공제조합, 공무원연금공단(3명), 교정공제회, The-K한국교직원공제회(3명), 무림캐피탈, 부국증권, 사학연금, 삼성증권(2명), 새마을금고중앙회(2명),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신협, 우리은행, 우정사업본부 등이다.

GP와 PEF는 글랜우드크레딧, 노틱인베스트먼트, MBK파트너스, VIG파트너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 IMM PE, SG PE, NH투자증권, NPX PE, 오케스트라PE, UCK파트너스, 자베즈파트너스, JC파트너스, JKL파트너스, 코스톤아시아, 큐리어스파트너스, 키스톤PE, 한국투자PE, 한앤컴퍼니 등이 참여했다.

IB와 자문사는 대신증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미래에셋증권, 바른(2·법무법인), 산업은행, 삼덕(회계법인), 삼정KPMG(2·회계법인), 세종(법무법인),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율촌(2·법무법인), EY한영(회계법인), 이촌(회계법인), 지평(2·법무법인), KB증권, 태평양(법무법인), 하나증권, 화우(2·법무법인) 등이 설문에 답했다.

위 기업명은 가나다순으로 나열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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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배임?…”LBO 관련 위법성 기준 명확해져야”

블로터·넘버스 2024 M&A 전망 설문조사 ⑫ 인수합병(M&A) 방법 가운데 하나인 ‘차입매수(Leveraged Buy Out, LBO)’에 대해 법리적으로 명확한 위법성 판단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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