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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의 꿈’ LX세미콘, 2조클럽 재입성 위한 조건은?

Numbers_ 2024. 1. 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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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의 꿈’ LX세미콘, 2조클럽 재입성 위한 조건은?

LX그룹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LX세미콘이 ‘2조클럽’에 입성한지 1년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디스플레이 업황이 악화되며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의존도가 높은 LX세미콘 또한 2023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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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 (사진=LX세미콘)


LX그룹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LX세미콘이 ‘2조클럽’에 입성한지 1년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디스플레이 업황이 악화되며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의존도가 높은 LX세미콘 또한 2023년 한 해 보릿고개를 겪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DDI 매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X세미콘은 2023년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9014억원, 영업이익 1290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3%, 영업이익은 58.5% 감소했다. 3분기까지 최대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 중국 BOE의 ‘아이폰15’향 패널 양산이 지연되며 DDI 매출 중에서도 절반을 차지하는 모바일DDI 출하량이 줄었다.

 

구본준 ‘반도체의 꿈’ 담겨…문제는 DDI 의존도


LX세미콘은 지난 2021년 LG로부터 계열분리 하면서 설립된 LX그룹의 핵심 사업회사다. 과거 LG그룹의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던 구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LG반도체 대표이사를 맡았던 1997년 LG그룹은 외환위기로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며 회사를 그대로 떠나보내야 했다.

이에 구 회장은 계열분리 과정에서 LG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였던 LX세미콘(당시 실리콘웍스)를 가져왔다. 이후 그는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의 집무실을 마련해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길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다행히 그의 꿈을 담은 LX세미콘은 계열분리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수요가 맞물리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TV, IT(정보기술)기기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2020년 1조1612억원이었던 LX세미콘 매출은 2021년 1조8988억원, 2022년 2조1193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LX세미콘 실적 현황. (단위:억원, 자료=LX세미콘 IR)


문제는 LX세미콘의 매출이 DDI에만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LX세미콘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칩인 DDI의 매출 비중이 약 91.52%(2023년 3분기)로 매우 높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3년 4분기 역시 DDI 매출 비중은 89% 수준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LX세미콘의 실적은 IT기기 수요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2023년 3분기까지 고객사의 아이폰15 패널 양산 지연, IT기기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LX세미콘은 패널 양산이 정상화된 4분기부터 다시 개선되고 있다. 실제 LX세미콘은 4분기에만 매출 5127억원, 영업이익 67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매출은 12.3%, 영업이익은 429.1% 증가했다.

 

수익 다변화 절실…’삼성맨’ 영입하며 신사업 육성 의지

 

이에 업계에서는 구 회장의 수익 다변화 전략이 성과를 내야할 때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LX세미콘이 올해 다시 무난하게 2조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이라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지만, DDI로 인한 리스크는 끊임없이 대두된다.

우선 매출처를 다변화하는데 성공했지만, 신사업을 통해 DDI 의존도를 탈피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에만 편중돼 있는 매출처를 확대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이에 LX세미콘은 사촌격인 LG디스플레이 외에도 중국 BOE, 삼성디스플레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최근 구 회장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부품) 사업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2021년부터 DDI 사업 외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LX세미콘은 2021년 LG화학으로부터 일본 방열소재 업체인 FJ컴포지트 머티리얼즈의 지분 30%와 유·무형 자산을 7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2022년에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 기업인 텔레칩스 지분 10.93%를 267억원에 취득했다.

또 LX세미콘은 2022년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9900㎡(약 3000평) 부지에 방열기판 생산 공장을 짓고, 현재 가동을 준비 중이다. 주로 전기차에 사용되는 방열기판은 전력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빼내 동작 수명, 안정성을 개선하는 핵심부품으로 성장성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왼쪽)과 이윤태 LX세미콘 사장. (사진=LX그룹)


사업 육성에 대한 구 회장의 의지는 2023년 말 인사에도 반영됐다. 그는 지난해 실리콘웍스 시절부터 함께했던 손보익 사장과 결별하는 한편, ‘삼성맨’인 이윤태 사장을 영입했다.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지낸 이 사장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문 등을 거친 전통적인 삼성맨이다.

다만 이 사장의 경우 삼성전기 대표 시절 전장 사업을 주도적으로 육성하며 체질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LG그룹에서 성장한 임원들을 주축으로 LX그룹을 이끌어왔던 구 회장이 이례적으로 외부인재를 수혈하게 된 배경으로 추측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LX세미콘은 아이폰향 P-OLED 패널에 들어가는 모바일DDI를 독점 공급했지만, 올해(2024년)부터는 대만 노바텍과 점유율 경쟁을 해야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더라도 (출하량 증가가) 제한적이다”며 “신성장 동력 확보, 신사업 등의 현실화 시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