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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대주주 지위 유지할까?"...'금융위와 또 소송전' 이호진 전 태광 회장, 과거 판결 어땠나

Numbers 2024. 2. 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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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대주주 지위 유지할까?"...'금융위와 또 소송전' 이호진 전 태광 회장, 과거 판결 어땠

자본시장 사건파일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금융당국과 두 번째 소송 중이다.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이 전 회장에게 그가 보유한 고려저축은행 등의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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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사진=박선우 기자. 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금융위원회 홈페이지·뉴스1)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금융당국과 두 번째 소송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이 전 회장에게 그가 보유한 고려저축은행 등의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하면서다. 이에 이 전 회장 측이 서울행정법원에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0월 1심에서 일부 주장만 인정됐다.

이 전 회장 측 항소로 2심이 진행된다. 26일 기준으로 변론기일은 오는 3월 예정돼 있다.

이 전 회장은 과거에도 같은 이유로 금융위와 소송전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소송에서는 1심에서부터 이 전 회장의 승소였다. 이 판결은 대법원까지 그대로 유지돼 지난해 확정됐다. 당시 이 전 회장이 승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판결문을 통해 확인해 봤다.

 

형사처벌 전력...금융위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


현행 법령상 금융위는 저축은행 대주주가 대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일정 기간마다 심사한다(상호저축은행법 제10조의6 제3항).

금융위는 심사 결과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주주에게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고 요건을 충족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이를 어긴 대주주에게는 보유 중인 주식 일부를 6개월 이내에 처분하라고 할 수도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월 금융위는 당시 고려저축은행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에게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통지했다. 이 전 회장의 형사처벌 전력 때문이었다.

이 전 회장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는데, 이는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에 어긋난다. 금융위 심사 당시 '금고(禁錮·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은 하지 않음)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금융사지배구조법 제5조 제1항 제3호).

금융위가 이 전 회장에게 했던 명령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이에 금융위는 이 전 회장에게 ①'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을 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해당 명령을 따르지 않자, 지난 2020년 12월 금융위는 ②'2021년 6월 22일까지 고려저축은행 주식 45만 7233주를 처분하라'고 했다.

 

재판부 "규정 시행 후 발생한 범죄 행위에 적용해야"

 

지난 2021년 3월 이 전 회장은 금융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 및 주식처분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이 전 회장이 이렇게 주장한 근거는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제도' 관련 규정(상호저축은행법 제10조의6 제3항)이 시행된 시점에 있었다.

이 규정은 지난 2010년 9월 23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 부칙은 '해당 규정은 이 법 시행 이후 최초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상호저축은행의 대주주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대주주적격성유지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기존 대주주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위 심사에서 문제가 된 이 전 회장의 범행은 지난 2010년 9월 23일 전후에 걸쳐 발생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이에 이 전 회장은 "해당 규정 이후 발생한 횡령·배임 범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유죄로 선고받은) 범죄 전부에 대해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됐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은 "해당 규정 시행 이후 발생한 횡령·배임 범행만 판단 대상이 됐을 경우 벌금형 등 훨씬 낮은 형이 선고됐을 것이 명백한 이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관련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저지른 범행까지 판단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취지였다.

또한 이 전 회장은 "금융위가 처분을 명령한 주식(45만 7233주)의 가치는 약 471억원에 이르러 (유죄로 인정받은) 횡령·배임 범행의 위반금액인 2800만원에 비해 처분 대상 주식의 가치가 현격히 크다"며 "원고(이 전 회장)는 금융위 처분으로 인해 저축은행의 경영권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금융위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비춰 지나치게 과도한 제재"라고 했다.

(사진=박선우 기자)


지난 2022년 3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은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게 된 (이 전 회장의) 범죄가 이 사건 규정 시행 전후에 걸쳐 발생한 것인데도, 형을 선고받은 시점이 해당 규정 시행 후라는 이유로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시행 전 행위로 처벌된 부분까지 제재대상으로 삼는 결과가 돼 부당하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금융위의 처분은 대주주의 주식 처분을 강제하는 것으로 헌법 제23조 제1항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처분 사유의 존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야 한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이 사안은 2심에 이어 대법원 판단도 받았다. 결과는 이 전 회장 승소로 같았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