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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계약금 분쟁]③ 아시아나가 질권 설정한 이유, 현산에 유리한 장치였다

Numbers_ 2024. 1. 25. 09:02

자본시장 사건파일

 

 

(사진=박선우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스타그램·HDC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게티이미지뱅크)


'질권소멸통지 등'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사건명이다. 소송에서 아시아나 측은 "현산 등이 질권이 소멸됐다는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취지가 사건명에 반영된 것이다.

질권 소멸이 중요한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금 처분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아시아나 측과 현산 측은 계약금을 임의로 빼내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질권'을 설정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현산 측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 파기됐더라도, 아시아나 측은 곧바로 계약금을 처분할 수 없다. 아시아나 측 주장대로 현산이 "질권이 소멸됐다"는 통지를 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감수해야 하는데, 양측은 왜 '질권설정계약'을 맺었을까.

 

질권 설정, 계약 무산 시 계약금 수월하게 돌려받으려는 목적


현산 측은 지난 2019년 12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위해 아시아나 측과 계약을 체결했다. 현산 측은 계약에 따라 금호건설과 아시아나항공 명의로 된 각각의 계좌로 계약금(2500억원)을 보냈다.

질권은 이때 등장한다. 양측은 위 계좌로 들어간 계약금의 반환채권에 대해 질권을 설정하는 '질권설정계약'을 맺었다. 이후 아시아나 측이 이 사실을 각 은행에 통지했다.

질권(質權)은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서 채무자 또는 제3자(물상보증인)로부터 받은 동산·채권 등을 점유(물건 등을 차지함)하고 채무의 변제가 있을 때까지 유치(보관)하며, 채무의 변제가 없을 때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른 채권자에 앞서 자기 채권을 변제받는 권리)다.

쉬운 예로 전당포가 있다. A씨(채무자)가 전당포 주인(채권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물건을 맡긴다. 이로써 전당포 주인에게는 돈을 받을 권리(채권)가 생기는데 끝내 A씨로부터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그동안 A씨가 맡겨 놓은 물건을 팔아 돈을 회수할 수 있다.

이러한 질권을 설정해주는 A씨가 질권설정자, 질권을 갖는 전당포 주인이 질권자가 된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이번 사안에서는 아시아나 측이 질권설정자, 현산 측이 질권자다. 판결문에 따르면, 아시아나 측은 자사 명의의 각 계좌에 입금된 계약금과 이자 등에 대한 반환채권(계약금반환채권)에 대해 질권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이 파기되면 계약 당사자 어느 한쪽이든 계약금을 가져가게 된다. 만약 아시아나 측이 현산 측에 계약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현산 측은 아시아나 측으로부터 계약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 이 같은 권리를 담보하기 위해 아시아나 측이 계약금반환채권에 대해 질권을 설정한 것이다.

질권을 설정하면 아시아나 측이 임의로 계약금을 처분할 수 없다. 또한 현산 측이 아시아나 측으로부터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아시아나 측 명의로 된 계좌에 들어 있는 계약금인데도 돌려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면 질권 설정을 하지 않았다면, 현산 측은 아시아나 측의 부동산에 압류를 걸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밖에 없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는 "현산 측 입장에선 큰 계약금을 줬기 때문에 이 계약이 해지되거나 취소됐을 때 계약금을 수월하게 돌려받기 위해 아시아나 측과 질권설정계약을 체결했을 수 있다"며 "규모가 큰 거래에서는 계약이 무산됐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질권 설정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선승의 민태호 변호사는 "실제로 인수합병 과정에서 계약금반환채권에 질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1심 재판부 "현산 측, 질권 소멸 통지하라"


아시아나 측은 현산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동시에 패소한 현산 측에는 질권소멸통지 의무가 생겼다. 지난 2022년 11월 법원은 "이 사건 인수계약은 피고(현산 측)들의 귀책 사유로 적법하게 해제됐다"며 현산 측이 질권 소멸을 통지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판결문에 따르면 '양측은 계약에 따라 인수계약이 해제돼 계약금 등이 질권설정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경우 해제의 효력 발생과 동시에 질권을 소멸하기로 했다. 이처럼 질권의 효력이 소멸한 경우 질권자들은 질권의 해지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계약금이 보관된 은행에 교부하는 등 절차를 이행하기로 약정'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이 사건 인수계약이 현산 측 귀책 사유로 적법하게 해제됨으로써 현산 측이 아시아나 측에 지급한 계약금이 위약벌로서 질권설정자인 아시아나 측에 귀속됐다"며 "현산 측은 이 사건 질권설정계약에 따라 각 은행에 2019년 12월 27일에 설정된 질권이 소멸됐다는 취지의 통지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했다.

<끝>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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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계약금 분쟁]③ 아시아나가 질권 설정한 이유, 현산에 유리한 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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