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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 김태오 회장 1심]② 상업은행 전환 비용 '350만 달러'...재판부 "국제뇌물방지법상 뇌물"

Numbers_ 2024. 3. 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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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 김태오 회장 1심]② 상업은행 전환 비용 '350만 달러'...재판부 "국제뇌물방지법상 뇌물"

자본시장 사건파일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 임직원 4명은 지난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이들은 DGB SB(DGB대구은행 캄보디아 법인)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현지 에이전트에게 로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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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선우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DGB금융지주 홈페이지, 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 임직원 4명은 지난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DGB SB(DGB대구은행 캄보디아 법인)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현지 에이전트에게 로비 자금 350만 달러를 건넸고, 이중 300만 달러는 DGB SB가 사려던 부동산 매매대금을 부풀려 마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 등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이다.

지난 2022년 3월 대구지법에서 1심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무죄 판결이 나오기까지 재판에서는 어떤 쟁점들이 논의됐을까. 


350만 달러, 상업은행 전환 비용인 정황

 

재판부는 피고인 A씨(DGB SB 부행장) 등이 현지 에이전트에게 건넨 350만 달러의 성격부터 짚었다. A씨를 제외한 피고인들은 300만 달러를 부동산 매매대금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50만 달러(과거 DGB대구은행이 캄보디아 정부에 약속한 돈)에 대해선 피고인 모두 상업은행 전환과 무관하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350만 달러를  '상업은행 전환비용으로 전달된 금전'이라고 판단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부동산 매매가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DGB SB가 사려던 부동산의 실제 매매가는 1658만 달러다. 이는 A씨 등이 부동산 거래를 위해 현지 에이전트와 체결한 계약서상 매매가(1958만 달러)와 300만 달러 차이가 난다. 재판부는 "이 차액만큼이 상업은행 전환비용이라는 A씨 진술과 부합한다"고 했다. 

A씨와 에이전트는 DGB SB의 부동산 매입과 상업은행 전환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무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인물들이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A씨의 진술도 재판부의 판단 근거가 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합법적인 돈이 아니기 때문에 350만 달러를 마련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고민 결과 부동산 매입대금에 로비자금 300만 달러를 포함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련하여 (중략) 피고인 B씨(대구은행 글로벌사업부장)와 수차례 논의한 끝에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부동산 매입 절차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기 전인데도 DGB SB가 상업은행 예비인가증을 받은 날 현금으로 200만 달러를 에이전트에 지급한 사실도 있었다. 이 자금은 DGB SB가 캄보디아의 한 업체에서 빌린 것이었다. 

만약 위 자금이 부동산 매매대금이라면, 부동산 매매에 대한 DGB SB 이사회 결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돈을 빌리면서까지 미리 지급할 이유가 없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피고인 B씨 등도 300만 달러가 상업은행 전환비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나머지 50만 달러도 상업은행 전환 비용으로 인정했다.


뇌물 받은 사람 '외국공무원'...상업은행 전환 업무 수행해야


최종 수뢰자(뇌물을 받은 사람)가 국제뇌물방지법상 외국공무원인지, 해당 공무원이 상업은행 전환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는지 여부도 쟁점이었다.

국제뇌물방지법은 '국제상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①외국공무원 등에게 ②그 업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약속 또는 공여하거나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를 처벌한다(제3조 제1항).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1심 재판부는 A씨 등이 캄보디아 중앙은행 부총재를 돈을 받기로 한 사람으로 인식했으며, 해당 부총재는 상업은행 인가와 관련한 직무를 수행하므로 '외국공무원 등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부총재는 특정한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법령에 따라 설립된 공공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국제뇌물방지법에서 정한 '외국공무원 등'에 해당한다.

DGB SB와 대구은행 관계자 일부도 부총재가 실질적으로 상업은행 전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DGB SB 등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A씨·B씨 등이) 캄보디아 중앙은행 부총재 면담 시 상업은행 전환 관련 긍정적 의견을 피력함', '3월 20일 부총재와 면담했고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음'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피고인 C씨(DGB금융지주 미래전략본부장 겸 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는 김태오 회장에게 메신저를 통해 '캄보디아 중앙은행 부총재인 OO(상업은행 라이선스 발급에 도움)'이라고 남기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C씨와 김태오 회장도 OO가 캄보디아 중앙은행 부총재로서 DGB SB의 상업은행 전환에 도움을 준 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상업은행 전환 비용..."국제뇌물방지법상 뇌물"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현지 에이전트에게 전달한 상업은행 전환비용은 '뇌물'일까.

피고인들은 "캄보디아에서는 정부 업무에 절차 비용 즉 프로세싱 피(processing fee)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이는 공무원 개인이 착복하는 금전이 아니고 정부기관이 받아서 공무원에게 분배하는 비용으로 불법적인 로비자금과 성격이 달라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업은행 전환비용은 국제뇌물방지법에서 금지하는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국제뇌물방지법의 제정 배경이 된 OECD 뇌물방지협약은 '현지 관행의 인식, 현지 기관의 관용 등과 관계없이 외국 공무원 소속국의 판례, 성문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이익이 아니면 범죄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DGB SB 관계자들도 상업은행 전환을 위해 캄보디아 중앙은행 측에 금전 등을 지급할 경우 이는 위법한 뇌물에 해당해 문제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DGB SB 행장을 지낸 인물이 대구은행 측에 '캄보디아 부패방지국에 상업은행 전환비용에 관한 내용을 신고하겠다'는 취지로 연락한 적이 있었다. 이에 DGB SB의 한 직원이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이번 사건이 문제 된 후 DGB SB 직원이 작성한 문건에는 '캄보디아 부패방지국에서 DGB SB가 중앙은행에 상업은행 전환비용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할 경우, 상업은행 인가가 취소될 가능성뿐 아니라 DGB SB의 영업과 관련해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지 에이전트도 '변호사로부터 자문을 받았는데 상업은행 전환비용 3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은 위법행위이므로 오로지 부동산 매매대금에 관해서만 (자료를) 남기고 상업은행 전환과 관련한 것은 모두 삭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무엇보다 국내의 한 시중은행이 별도의 상업은행 전환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5년 동안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상업은행으로 전환한 선례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피고인들 주장대로 상업은행 전환비용의 지급이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