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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vs이스타 분쟁]② 1심 "이스타홀딩스, 제주항공에 230억원 반환"...항소심, 금액 줄어

Numbers_ 2024. 3. 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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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vs이스타 분쟁]② 1심 "이스타홀딩스, 제주항공에 230억원 반환"...항소심, 금액 줄어

자본시장 사건파일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이스타항공 옛 지주사) 간 주식매매계약이 파기되면서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 찾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던 제주항공은 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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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선우 기자. 제주항공 페이스북·게티이미지뱅크)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이스타항공 옛 지주사) 간 주식매매계약이 파기되면서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 찾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던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측에 계약 파기의 책임이 있다며, 지난 2020년 9월 계약금 등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측이 계약상 진술·보장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인수합병(M&A) 계약에서 '진술·보장' 조항은 매도인(이스타홀딩스 측)이 매수인(제주항공)에게 매도 대상 회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을 보장하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스타홀딩스 측의 진술·보장 위반을 인정하며 제주항공 승소로 판결했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살펴봤다.

 

 "공개목록에 없는 이스타항공 채무불이행 사실 등 있어"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1심 재판부는 양측이 맺은 주식매매계약의 거래 종결 시한(2020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공개목록'에 기재된 것 외에도 이스타항공이 △중요계약상 채무(약 860억원 상당)를 불이행하고 △임금(약 188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수사가 진행 중이며 △조세(약 103억원)를 미납한 사실 등이 있다고 인정했다.

공개목록(disclosure schedule)에 대해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의 박성남 변호사는 "진술·보장에 대한 예외사항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예컨대 '대상 회사는 행정 처분을 받을 법률 위반이 없다'고 진술하고 보장했더라도, 공개목록에 '대상 회사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라고 공개하면 진술·보장의 예외로 인정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공개목록은 매수인이 대상 회사의 하자를 인수합병 계약 전에 이미 알고 있다고 인정하여 향후 이를 이유로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제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사안처럼 공개목록에 담지 않은 사실이 있을 경우에는 '진술 및 보장의 원칙으로 돌아가서 매도인이 잘못된 진술 및 보장을 한 게 있으면 그에 따라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더불어 이스타항공이 부산지방항공청에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반납을 신청한 점을 제주항공이 뒤늦게 알게 된 사실도 재판에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스타홀딩스 측이 해당 내용을 2020년 3월 11일자(주식매매계약 체결 후 시점) 이메일을 통해 알리기 전까지 제주항공에 공개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슬롯의 반납 여부는 대상 회사(이스타항공)에 대한 이 사건 거래를 함에 있어서 매수인인 원고가 매매대금의 결정 등과 관련해 합리적으로 알아야 할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제주항공의 주식매매계약 해제 적법"


이스타홀딩스 측의 진술·보장 위반은 계약상 '중요한 면에서의 위반'이었다.

우선 계약의 거래 종결 시한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공개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한 진술·보장 위반의 총 규모는 약 1156억원에 달했다. 이중 공개목록에 기재된 사항과 관련되지 않은 것만 약 306억원에 이르는 반면, 이번 주식매매계약 매매대금은 총 500억원, 이스타항공의 2019년도 자산총액은 약 1145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위와 같은) 중요계약상 채무불이행, 임금 미지급 등의 규모는 이스타항공이 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수준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슬롯은 항공운송업자에게 있어 중요한 정부승인이자 권리라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스타홀딩스의 진술 및 보장 위반은 주식매매계약의 목적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만약 제주항공이 이를 알았다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결국 제주항공의 주식매매계약 해제는 적법했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스타홀딩스 측은 "제주항공이 실사 등을 통해 계약 체결 당시 진술·보장 위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일부) 진술·보장 위반은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 등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이스타홀딩스, 제주항공에 230억원 지급하라"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1심 재판 결과는 제주항공의 승소였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강민성 부장판사)는 이스타홀딩스가 제주항공에 230억원(계약금 115억원+손해배상예정액 11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가 맺은 주식매매계약상 손해배상예정액이 계약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정해져 있다"며 "손해배상예정액과 계약금을 동일한 액수로 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항공은 양해각서에 따라 이스타항공에 100억원을 대여하는 등 이스타항공에 대해 약 113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었다"며 "이스타항공의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바람에 대부분의 채권액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스타홀딩스에 대한 손해배상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다고 볼 수 없어 감액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이 사건 1심 판결문 일부)


재판부는 이스타홀딩스와 함께 주식매매계약 체결에 동참한 대동인베스트먼트(이스타항공 주주)에는 제주항공에 4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2심 "진술·보장 위반, 고의 아냐...제주항공에 138억원 돌려줘"


그런데 2심에서 이스타홀딩스 측이 제주항공에 반환해야 하는 금액이 줄어들었다.

지난 2월 서울고법 민사18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심과 동일하게 이스타홀딩스 측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이스타홀딩스가 138억원, 대동 인베스트먼트가 4억 5000만원을 각각 제주항공에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매도인이 진술과 보장 의무를 위반해 매수인이 손해를 봤을 때 매도인이 고의와 속임, 은폐 행위 등이 있던 게 아니면 손해배상액의 총액은 매매대금의 10%를 초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스타홀딩스가 중요한 면에서 진술과 보장을 위반하긴 했지만, 그것이 근본적 위반이라거나 고의와 속임수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후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 측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끝>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