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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라 쓰고 '임종룡의 수미쌍관'이라 읽는다

Numbers_ 2024. 3. 1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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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라 쓰고 '임종룡의 수미쌍관'이라 읽는다

우리금융지주가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을 매입해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민영화 신호탄을 쏜 지 약 8년 만이다. 우리금융은 즉각 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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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가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을 매입해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민영화 신호탄을 쏜 지 약 8년 만이다. 우리금융은 즉각 자사주 소각을 결정, 당국의 증시 저평가 해소 압박에서도 자유로워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13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 935만7960주(지분율 1.24%)를 자사주로 매입해 전량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 예정인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것으로 발행주식총수는 감소하나 자본금의 감소는 없다. 그 결과 우리금융 주가는 지난 14일 3.84% 상승한 데 이어, 이날 코스피가 전장보다 1.91% 내렸음에도 0.46% 상승 마감했다.

이번 매입은 지난해 10월 우리금융과 예금보험공사가 체결한 '주식 양수도에 관한 기본 협약'에 따른 이행 절차다.

우리금융의 예금보험공사 보유 잔여지분 매입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우리금융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뤄졌다. 거래는 지난 13일 종가(1만4600원)를 기준으로 이튿날 주식시장 종료 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금보험공사가 쥐고 있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우리금융은 2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에 공적자본이 투입된 시기는 지난 2001년이다. 당시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전신인 한빛은행에 공적자본 12조7663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예금보험공사는 15년 뒤인 2016년 우리은행과 체결한 경영 정상화 이행 약정을 해제하고 사실상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 결정을 주도한 인물은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임종룡 회장이다. 

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 재직 중 보여준 우리금융 민영화 시도의 대표적 예는 과점주주 매각이다. 과점주주 매각 거래에서 지분 매입에 참여한 곳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IMM PE,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이다. 이들이 가진 우리은행 지분은 29.75%까지 뛰었다.

우리은행 민영화 신호탄을 쏘아올린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7년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지내다 작년 3월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에서 시작된 우리금융 민영화가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가운데)이 금융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6년 12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우리은행 과점주주 대표자 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주주환원 확대다. 예금보험공사가 쥐고 있던 지분을 사들인 뒤 소각하면서 주식의 희소가치가 올라가는 영향이다. 잔여지분을 매각한 예금보험공사도 "26년에 걸친 우리금융 민영화를 최종 완성하는 한편 우리금융은 오버행 해소와 함께 정부의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부응해 매입한 자사주를 즉시 소각함으로써 주주환원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민영화를 통한 실제 주주환원 효과는 이미 지난 2021년 한 차례 나타난 바 있다. 이때는 우리금융 최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에서 민간주주로 바뀌었을 때다. 당시 우리금융 주가는 1만1000원대를 유지하다 2000원 이상 오르기도 했다.

우리금융의 자사주 소각은 당국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카드로도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외국은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이 기업문화로 정착됐다"며 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을 소극적인 주주환원정책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저성장·주주환원 소홀 상장사는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다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우리금융도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을 매입한 뒤 소각하기로 한 결정이 당국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작년 10월 체결한 주식양수도에 관한 기본협약에 따른 이행절차"라며 "최근 정부가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