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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마린솔루션(이하 마린솔루션)은 유사 기업 4곳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참고해 가치를 산정했다. 순이익이 1000억원대인 마린솔루션이 4조원에 육박하는 몸값을 받아낸 배경이다. 비교 대상 기업 중에는 마린솔루션 보다 순이익이 훨씬 큰 기업도 포함됐는데 마린솔루션의 PER이 더 높게 설정됐다. 이로 인해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이후 2년 만의 대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적정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PER 31.5는 어떻게 나왔나
마린솔루션은 가치 산정에 앞서 비슷한 업종 내에서 사업 구조, 재무적 특성 등 여러 지표로 볼때 공통 분모 안에 들어오는 유사 기업들을 추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IPO를 추진하는 모든 기업들이 이를 따르고 있다. 참고할 만한 가장 객관적인 지표가 경쟁사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등 HD현대그룹의 조선 계열사들이 비교군에 언급됐으나 선박 엔진을 취급하고 사업적 유사성이 가장 큰 HD한국조선해양만 최종 낙점됐다.
HD한국조선해양 외에는 노르웨이 콩스버그(Kongsberg Gruppen), 스웨덴 알파라발(ALFA LAVAL AB), 유럽 바르질라(WARTSILA OYJ ABP) 등 해외사가 유사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들이 선정된 이유는 해양 사업을 하면서 마린솔루션과 같은 AM(After Market) 서비스 수익 비중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유사 기업을 선정했다면 PER, EV/EBITDA, PBR, PSR 중 선택해 주당가치를 산출한다. 이 가운데 주로 PER, EV/EBITDA를 사용한다.
유형자산과 기계장비에 대한 감가상각비 및 무형자산상각비 등 비현금성 비용이 많은 기업들은 EV/EBITDA를 참고하는 게 유리하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EV/EBITDA를 활용했다. 마린솔루션처럼 철저히 수익성 중심의 평가를 받기 원하는 기업들은 PER을 택한다.
마린솔루션은 HD한국조선해양(36.5배), 알파라발(25.6배), 콩스버그(31.8배), 바르질라(32.1배) 등 4곳의 PER을 계산해 평균치를 참고했다. PER 계산에 활용한 순이익은 바로 직전 연도 연간 수치를 참고했다.
이렇게 산출된 마린솔루션의 적용 PER 거래배수는 31.5배다. HD한국조선해양, 바르질라 보다 낮으면서 알파라발 보다 높은 PER을 적용한 셈이다.
추정치도 깜깜이…투자자 설득할까
문제는 마린솔루션의 이익 규모가 비교군으로 언급된 회사들 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작년 순이익이 2217억원에 달했다. 알파라발은 순이익이 8128억원에 달했고 콩스버그 4647억원, 바르질라 3709억원을 각각 했다. 반면 작년 최대 실적으로 평가된 마린솔루션의 순이익은 1511억원으로 유사 기업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알파라발은 마린솔루션 보다 PER이 낮은데도 순이익이 8배 가까이 컸다. PER이 유사한 콩스버그 역시 마린솔루션 보다 작년 더 많이 벌었다. PER이 높다는 것은 회사의 실적 보다 주가가 높게 설정됐다는 의미로 고평가됐다는 얘기다.
일부 공모 기업들은 적용 PER에 향후 추정 이익을 곱해 시가 총액을 산정한다. 마린솔루션의 증권신고서에는 향후 추정 이익도 없다. 투자 판단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단 지적이 나온다. 마린솔루션은 작년 순이익 1511억원에 PER 31.5배를 그대로 곱해 시가총액 4조7613억원을 산출했다.
회사가 추정치를 밝히지 않은 것은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동 마린솔루션 대표는 "추정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별도 추정치를 밝히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는 향후 5년 안에 현 매출의 2배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혁 마린솔루션 CFO는 "작년 11월 NDR 당시 사업 모델을 중심으로 설명이 이뤄졌고 최근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투자자와 회사 밸류(기업가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며 "회사의 성장, 비즈니스 모델 관련 긍정적 평가가 오갔고 관심도 높았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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