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경영권 강화 '지주사 상장폐지' 카드 꺼낼까

Numbers_ 2024. 4. 4. 13:13

▼기사원문 바로가기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경영권 강화 '지주사 상장폐지' 카드 꺼낼까

김재철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최근 10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2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한 가운데 지난해 지주사로 공식 출범한 동원산업의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이

www.numbers.co.kr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승진한 가운데, 지난해 그룹 지주사로 공식 출범한 동원산업의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최근 10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2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한 가운데 지난해 지주사로 공식 출범한 동원산업의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행 상법상 지배주주·기업자사주 발행주식이 95%이상이면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다음달 예정된 동원산업의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81.3%까지 치솟는다. 김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한 동원산업의 상장폐지 시 경영권 강화와 상장 유지를 위한 절차적인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2일 동원그룹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다음달 2일 자사주 1046만 770주를 감자해 소각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동원산업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당시 동원산업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7%인 자사주 350만주를 소각하고 잔여 자사주를 앞으로 5년간 단계적으로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의 자사주 소각은 전체 유통 주식수를 감소시켜 남은 주식의 희소 가치를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주가 부양책'이다.

동원산업의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면 주식 발행 총수는 기존 4648만 2665주에서 3602만 1895주로 감소된다. 동시에 주식 발행 총수 감소로 인해 지배주주의 지분율도 대폭 상승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김 회장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46.40%(2156만 9875주)이며 김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16.66%(774만 2020주)이었으나 이후 김 회장과 김 명예회장은 지분율은 각각 59.87%, 21.49%로 상승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3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전환집단 소속 지주회사의 총수일가 평균 지분율은 46.6%다. 현재 동원산업의 경우 김 회장과 김 명예회장의 합산 지분율만해도 81.36%에 달한다.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지분율은 88.16%에 이른다. 동원산업이 코스피에 상장돼 있지만 사실상 '가족회사'로 보는 이유다. 현행 상법에선 지배주주와 기업 자사주 합계가 발행주식의 95% 이상일 경우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이에 동원산업은 소액주주가 보유한 6.84%의 지분만 추가로 확보하면 언제든 상장폐지 절차 돌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동원그룹은 2022년 11월 동원산업이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재편을 단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룹의 최상위 지주사를 비상장사로 뒀다. 동원그룹 측은 동원산업의 자진 상장폐지에 대해 전혀 고려한 적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당장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경우 상장사보다 비상장사가 가지는 메리트가 훨씬 크다. 별도의 주주총회 개최 없이 이사회 승인 만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단행할 수 있으며 상장 유지를 위한 공시 의무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맘스터치 등 기업들이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자진 상장폐지에 나선 적이 있다.

동원산업은 현재 주요 중속기업의 지분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에 문제가 없다. 동원산업은 상장된 동원F&B와 동원시스템즈의 지분 74.38%, 83.35%를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스타키스트·동원건설산업·동원로엑스는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향후 동원그룹 내에서 사업 확대나 M&A(인수합병)를 위해 자금 확보가 필요한 경우 자회사의 유상증자, 상장, 배당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동원산업의 자금력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동원산업이 자사주 516만 7269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김 회장과 김 명예회장의 지분율이 95%에 맞춰지게 된다. 이때 필요한 금액은 4월 2일 동원산업의 종가(3만 7750원) 기준 1945억 4768만원이다. 통상 잔여 지분 확보를 위한 공개 매수에는 약 20%의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2335억원이 필요하다. 동원산업은 2023년 연결기준 유동자산 3조 7707억원, 현금성 자산 6378억원에 달한다. 이를 별도기준으로 좁혀도 유동자산 7996억원에 현금성 자산 854억원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원그룹 입장에서는 오너일가의 경영권 강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고려했을 때 동원산업의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도 열려있다"며 "자진상폐 이후 부수적인 이득이 따라오기 때문에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le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