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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오케이금융 최윤의 꿈과 다모클레스의 칼

Numbers_ 2024. 4. 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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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오케이금융 최윤의 꿈과 다모클레스의 칼

대부업자 인식 지우고 은행 사업자 꿈 실현‘자리의 무게’에 걸맞는 사회적 평판 쌓아야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시라쿠스(Syracuse)는 순금과 합금을 판별하는 방법을 발견한 아르키메데스(BC28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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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자 인식 지우고 은행 사업자 꿈 실현
‘자리의 무게’에 걸맞는 사회적 평판 쌓아야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시라쿠스(Syracuse)는 순금과 합금을 판별하는 방법을 발견한 아르키메데스(BC287~212)의 모국이다. 디오니시우스 1세(Dionysius , BC430~367)가 운 좋게 왕이 됐다고 깐죽대며 부와 권력을 부러워하던 시라쿠스 금세공업자 대표 다모클레스(Damokles)가 살았던 나라이기도 하다. 디오니시우스의 특별허가로 다모클레스가 ‘하루 왕 노릇’ 하며 깨달은 최고 권력자의 삶에 내재된 ‘위험’과 ‘자리의 무거움’을 상징하는 ‘다모클레스의 칼’은 세익스피어의 연극 ‘헨리 4세’를 비롯한 여러 예술작품에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금융업을 리스크 프리미엄 순으로 좌우로 길게 펼치면 리스크가 가장 높은 제도권 밖의 사금융을 제외하고 제도권 내에서는 대부업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 증권 지방은행 시중은행 등의 순으로 스펙트럼이 형성될 것 같다. 비즈니스 영역의 스펙트럼이 좌에서 우로 한 클릭씩 움직일 때 마다 제도적 진입장벽이 높아지며 금융당국의 보호를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할 ‘자리의 무거움’도 커진다.

2024년 3월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의하면 오케이저축은행이 DGB금융 지분 9.55%(시가 1320억원)를 취득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오케이저축은행이 2021년 6월 지분 5.1%를 취득, 공시하며 주요 주주로 등재한 후 채 3년이 걸리지 않은 짧은 기간에 DGB금융의 최대주주가 됐다. 오케이저축은행은 3월 현재 JB금융 지분도 10.63%(시가 2562억원)를 보유, 삼양사 14.75% 얼라인파트너스 14.18%에 이어 3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오케이저축은행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오케이홀딩스대부는 재일교포 출신 최윤 회장이 1인 지배주주로 운영하고 있는 지주회사격 기업으로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군에 속한다. 오케이홀딩스대부는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대부업에서 시작, 2023년 12월말 공시자료 기준 자산규모 16조1538억원 영업이익 2조1221억원 연결대상 종속기업 9개를 거느린 대형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참고로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이면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된다.

오케이금융 최윤 회장은 2013년 대부업 비즈니스 철수를 금융당국과 약속하며 저축은행 라이센스를 취득한 이후 10년만에 지방은행 두 곳의 대주주로 등극하며 금융업 리스크 스펙트럼의 우측으로 한발짝 더 다가선 것이다. 최윤 회장은 그동안의 대부업자로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고국에서 존경받는 금융사업가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제도권 저축은행 진입을 위해 운영중인 대부업에서 2024년 6월30일까지 철수를 금융당국에 약속했고 이를 지키기 위해 2018년 원캐싱 2019년 미즈사랑 2023년 예스자산대부와 아프로파이낸셜대부를 정리해 각각 오케이캐피탈 오케이저축은행 등에 자산 양수도를 통한 M&A를 진행했다.

2013년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통한 제도권 금융업 진입 후 오케이금융이 가장 먼저 사업확장을 시도한 영역은 증권업이다. 2015년 LIG투자증권 2016년 리딩투자증권 2017년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증권사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실패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검토에서 ‘대부업 중심의 사업구조’라는 태생적 한계가 걸림돌이 돼 좌초됐다. 대부업자로 각인된 최윤 회장이 제도권내에서 한 클릭 오른쪽에 있는 금융비즈니스 영역으로 옮겨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하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오케이저축은행은 2024년 3월 DGB금융 지분 1.55%를 추가 인수하며 최대주주(9.55%)가 되면서 지분취득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했다. 2023년 오케이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46% 급감한 711억원이다. 반면 배당수익은 20% 이상 증가한 358억원이며 DGB금융과 JB금융 배당액 비중이 60%(약 2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저축은행의 수익 안정화에 배당투자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JB금융은 삼양사 지분이 14.61%로 지배구조가 안정돼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주주환원도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투자목적의 지방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전략은 DGB금융 보다 JB금융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JB금융 시가배당율(6..2%)이 DGB금융(5.8%) 보다 더 높다. ROE 역시 JB금융(12.23%)이 DGB금융(6.79%)의 두배에 가깝고 영업이익율도 JB금융(19.04%)이 DGB금융(6.79%)보다 월등히 높다.

최윤 회장이 단순한 배당수익 때문에 DGB금융의 최대주주가 되려고 한다는 공시 내용을 사람들은 잘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많은 에피소드를 남기며 DGB금융 수장에 오른 황병우 회장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는 금융당국 정책기조를 적극 활용해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중이다. 황병우 회장의 시중은행 전환 시도가 현실화되면 최윤 회장은 그동안 꿈에도 그리던 제도권 금융업 리스크 스펙트럼의 가장 우측 끝에 위치한 시중은행 비즈니스를 지배하는 최대 주주로 변신하게 된다.

은행법(제8조2항)은 은행업 인가시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능력,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을 갖출 것’을 요구하며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한다. 국민의 재산을 위탁 받아 운영하는 금융사의 대주주는 높은 수준의 재무적 능력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서도 최대주주가 최근 5년 이내에 조세범 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금융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금융당국이 10% 이상 보유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처분을 명할 수 있다. 지방은행에 대해 동일인이 취득할 수 있는 최대지분은 15%이므로 오케이저축은행은 아직 지분 추가 취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거나 오케이금융의 대주주 적격성에 이슈가 생기면 보유지분의 10%를 초과하는 물량은 처분해야 하므로 추가 취득은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

‘대주주 적격성’ 이슈는 단순히 최대 주주의 도덕성 문제에 그치지 않고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구체적인 제약요인으로 작동한다. 2023년 10월 4일 금융위원회가 상상인그룹 유준원 대표의 계열 저축은행에 대한 주식 처분을 명령해 10% 초과하는 지분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가 진행중이다. 정리 시한은 이달 까지다. 또 현재 진행중인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확보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조종 혐의도 유죄로 판결이 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2023년부터 부당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 혐의로 오케이금융그룹에 대한 공정거래위위원회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조치에 따라 최윤 회장의 꿈이 어떻게 바뀔지 그리고 DGB금융의 시중은행 전환에 미칠 영향은 없는 지 지켜볼 일이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떨어질까?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