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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에 뒤지는 이유

Numbers_ 2024. 4. 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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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에 뒤지는 이유

케이뱅크 역성장 후발 토스뱅크에 밀릴수도성과 개선 위해 CEO 이사회 자기역할 해야인터넷은행 두 곳이 국내 최초로 2017년 영업을 시작한지 8년이 지났다. 두 은행이 보여준 성과는 아주 대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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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역성장 후발 토스뱅크에 밀릴수도
성과 개선 위해 CEO 이사회 자기역할 해야


인터넷은행 두 곳이 국내 최초로 2017년 영업을 시작한지 8년이 지났다. 두 은행이 보여준 성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재무적인 외형성장 뿐 아니라 경영의 질적 수준에서도 무난히 안착한 모습을 보이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몇 개월 더 빨리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는 오히려 굉장히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2023년 실적 추세를 보면 후발주자인 토스뱅크의 맹렬한 추격을 심각히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 실적으로는 2022년 10월 중단했던 IPO 재개와 성공을 당분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지난해 이익 역성장을 기록한 케이뱅크는 앞서가는 카카오뱅크와 실적 차이가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2023년 카카오뱅크 당기순이익은 3549억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했다. 토스뱅크는 적자폭을 94% 축소하며 조만간 연간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당기순이익이 84.7% 감소한 128억원에 불과하다.

케이뱅크 당기순이익이 대폭 줄어든 원인은 두 가지의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우선 케이뱅크는 자금조달을 상대적으로 이자가 비싼 저축예금에 거의 100% 의존하는 고비용 조달구조다. 2023년 케이뱅크의 이자수익은 8741억원으로 전년대비 67.5%(3522억원) 늘었지만 이자비용은 4237억원으로 209.9%(2870억원) 증가해 이자비용 상승폭이 훨씬 더 컸다. 전반적인 시장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상승한 영향도 있지만 상대적 고금리 조달구조 영향을 무시할 없다. 그 결과 케이뱅크의 순이자수익은 4504억원으로 전년대비 17%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순이자수익이 각각 20.6% 155.2% 증가했다.

저축성예금에 조달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 케이뱅크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요구불예금으로 전체 예수금의 55%를 조달하고 있는데 카카오뱅크 요구불예금 잔액은 26조763억원으로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물론 카카오뱅크 요구불예금도 시중은행 요구불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기는 하지만 저축성보다 저렴하다. 원천적으로 두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에서의 경쟁력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차이가 크다.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더 신용위험을 많이 지는 모양이다. 케이뱅크는 비교적 신용위험이 낮은 주담대 비중이 35.6%로 카카오뱅크 55.1%에 비해 더 낮다. 반면 신용 위주의 가계일반대 비중은 케이뱅크가 57.4%로 카카오뱅크 42.4% 보다 더 높다. 또 케이뱅크는 기업대출 비중도 7%로 카카오뱅크 2% 보다 더 높다. 2023년 케이뱅크의 대손충당금은 2989억원으로 전년대비 108.1%(1473억원)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순이자이익 증가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대손비용을 상쇄하지 못해 영업이익이 82.1% 감소한 164억원에 그침으로써 역성장을 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좋지 못한 재무적 성과를 만들어낸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외국계 은행이 아닌 국내 은행에서 은행장이 두 번 이상 연임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카카오뱅크 윤호영 행장은 2017년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8년 동안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그만큼 은행 경영실적이 좋고 경영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케이뱅크는 2024년 1월 4대 은행장으로 최우형 행장이 취임했다. 케이뱅크 경영성과 부진이 행장 교체의 원인인지 아니면 반대로 잦은 행장 교체가 재무적 성과부진으로 연결된 것인지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어떤 기업의 재무제표상에 나타난 숫자는 그냥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의 철학과 보좌하는 경영진과 직원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가 재무 숫자로 표현된 결과다. 케이뱅크는 그동안 4명의 행장을 맞이했다. 초기 두 명의 행장은 KT 출신이고 후기 2명은 모두 외부 출신으로 컨설팅과 IT디지털 전문가들이 영입됐다. 2020년 2월까지 재임한 초대 심성훈 행장은 KT 출신의 정보통신 전문가였다. 출범 초기 자본금 부족으로 영업 중단 위기와 유상증자 과정에서 KT 대주주 적격성 이슈 등 많은 애로를 겪기도 했다. 2대 이문환 행장 역시 KT 출신으로 BC카드 사장을 역임했지만 정보통신 전문가로 분류된다. 3대 서호성 행장은 KT 출신이 아닌 외부 영입 인재다. 컨설턴트 출신으로 현대카드 HMC투자증권 현대라이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된다. 2024년 취임한 신임 최우형 행장 역시 컨설팅 업계와 삼성SDS 한국IBM BNK금융 등에서 경력을 쌓은 디지털전문가로 분류된다.

매년 4월 식목행사로 심은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 3년은 기다려야 한다. 회사 조직도 다르지 않다. 적합한 좋은 사람을 찾아 보임을 했으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꽃 피는 것은 보지 못해도 새순이 돋아 나뭇잎이 날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합리적인 지배구조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 CEO와 임직원들이 합심하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사회가 견제와 지원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차대한 일이다.

케이뱅크는 KT가 비금융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대신 지분 69.5%를 보유한 BC카드를 앞세워 BC카드가 케이뱅크 지분 33.72%을 보유한 대주주다. 그 밖에도 우리은행 12.58% 국민연금 7.99%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BCC KINGPIN) MBK파트너스(KHAN SS)가 각각 8.19% MG새마을금고 6.14% NH투자증권 5.52% 등이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 지배구조는 카카오와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27.16% 국민연금이 5.58%를 보유한 매우 단순한 구조다.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는 KT BC카드 우리금융 NH투자증권 사모펀드 등 다양한 비즈니스 배경을 가진 다수의 주주들로 지배구조가 구성돼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지배구조를 배경으로 이사회가 구성되어 운영되는 경우 이사회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경영의 지속 가능성 담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케이뱅크의 실적 부진 원인이 단순한 시장상황이나 최고경영자 역량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케이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IPO 성공으로 투자자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이 되려면 우선 경영실적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경영실적 개선은 CEO 뿐 아니라 임직원과 이사회가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자기자리에서 역할을 다할 때 나타난다. 새로운 수장을 만난 케이뱅크가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