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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기업의 역할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오너와 이사회 중심의 지배체제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너십을 구성하는 핵심 이슈인 승계 제도와 관련해 치열한 논의가 펼쳐지는 상황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체제에서 비롯된 다양한 현상을 진단하고 각자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책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주장과 함께 무기력한 사외이사 제도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주이익과 가치를 위한 고민과 함께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7일 서울 더플라자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블로터와 넘버스가 공동개최한 ‘2024 블로터 지배구조 포럼’에 연사를 맡은 전문가들은 오너십의 건설적 변화를 위한 의견과 주장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는 강성부 KCGI 대표,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원종현 국민연금 위험관리 성과보상 전문위원회 위원장, 심혜섭 심혜섭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등 연사로 나섰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강성부 대표는 ‘좋은 승계, 나쁜 승계’ 주제를 통해 기업의 승계 과정에서 과도한 상속세가 미치는 부작용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속세율을 30%로 낮춰 합리적으로 세금을 부과해 기업가치 하락을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최대 60%의 세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 대비 상속세의 절대적인 비중이 2%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주식 평가액을 세금 부과 기준으로 책정해 주가 상승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강 대표는 상속세율을 낮추면 오히려 효과적으로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북밸류와 마켓밸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세율을 낮춰도 세수 규모를 유지할 수 있고 주주하락 유인도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책임경영의 경험도 함께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파이낸셜캐피털(FC)을 물려주는 데만 급급하면 승계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지적인 능력과 인적자본, 사회적 자본 등을 통합적으로 넘겨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최준선 명예교수는 '사외이사제도와 오너경영체제는 버려야할 악습인가?'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외이사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사외이사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는 독립이사 재임기간이 9년인 경우 가장 훌륭한 성과를 낸다는 결과가 많다는 사례도 꺼냈다. 국내 상법상 사외이사 최대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됐고 계열사를 포함해도 9년을 초과할 수 없는 만큼 임기 단축이나 단임제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사외이사는 대표이사와 다른 직무의 집행을 감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외이사의 주요 임무가 지배주주 감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는 사외이사가 승계나 오너 경영체제에 반대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 번째 연사인 원종현 위원장은 ‘거버넌스와 한국형 소유 집중형 경영체제의 경쟁력과 과제’ 주제를 발표했다. 원 위원장은 오너 경영인 체제가 강력한 주인의식을 토대로 장기 투자 등 성장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주주이익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너경영의 가장 큰 문제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기타 주주와 사회적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결국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토대가 약하기 때문이라며 기반을 다지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위원장은 바람직한 기업 지배는 주주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와 대화하고 의견을 청취해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수렴할 수 있는 이사진과 경영인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가치 증진에 방해되는 요인을 독립적인 입장에서 지적하고 견제, 감시할 수 있는 사외이사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부분에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심혜섭 심혜섭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주주보호가 결여된 법체계가 나쁜 승계를 감행하는 전략적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주주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과 제도의 부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하는 궁극적인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심 변호사는 주주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후속 조치를 둘러싼 법률 개정 논의 본격화를 전망했다. 그는 증세법상 불공정 합병이 가능하고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이 낮은 점을 지적했다. 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상장법인 30%, 비상장법인 50% 이상 보유하는 부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심 변호사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자본이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법이 발생하고 사회적 부가 축소될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질서 훼손으로 인한 불신이 나타난다"며 " 국내시장에 있어야 할 자본이 미국 시장 등으로 넘어가고 국내에 머무르더라도 가치투자가 아닌 투기성 자본으로 변질된다"고 비판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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