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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세아그룹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2022년 쌍용건설을 품에 안으며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71위에 이름을 올리고 매출 5조원을 목전에 두는 등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다만 매해 수익성 개선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적인 M&A로 늘어난 차입금과 함께 핵심계열사인 세아상역의 부진이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세아그룹은 김웅기 회장이 최대주주인 지주사 '글로벌세아'가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단순한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현재 글로벌세아는 의류 제조·판매 세계 1위인 세아상역을 중심으로 태림페이퍼, 세아STX엔테크, 인디에프, 쌍용건설, 발맥스기술 등 다양한 종속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김 회장은 그간 수많은 M&A를 주도하며 국내외 법인 수를 늘려오며 글로벌세아 아래로 다수의 자회사를 배치했다. 연결대상 종속기업은 2023년 말 기준 총 53곳(국내 16곳, 해외 37곳)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 글로벌세아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4조6487억원, 영업이익 11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5% 급감했다. 당기순손실은 202억원을 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적자다.
글로벌세아 연매출은 2020년 처음으로 3조원을 넘긴 이후 2021년 3조5798억원, 2022년 3조9062억원 등 매해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세아는 2025년까지 M&A와 신사업 투자 등으로 연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규모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문제는 질적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점이다. 글로벌세아의 영업이익은 △2020년 2807억원 △2021년 2411억원 △2022년 1813억원 △2023년 1164억원 등 매해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8.3%를 기록했으나 이후 계속 하락해 2022년 5%가 무너졌고(4.7%) 작년에는 2.5% 수준으로 전락했다. 영업이익률 3% 미만은 이자와 세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어 좀비 기업(이익으로 이자 내기도 버거운 한계 기업) 수준으로 평가된다.
글로벌세아가 24년 만에 당기순손실을 낸 원인으로는 과다한 이자 비용이 꼽힌다. 지난해 영업외비용으로 처리된 이자 비용은 1084억원으로 2022년(554억원) 대비 2배가량 불었다. 연간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자금이 이자 비용으로만 빠져 나간 셈이다. 의류·제지·건설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 글로벌세아의 광폭 M&A가 외형 확장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금리 상승 영향까지 맞물리며 막대한 이자비용으로 이어졌다. 인수자금 일부를 대규모 차입금으로 충당한 결과다.
글로벌세아 M&A는 2018년부터 본격화됐다. 2017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부문(현 세아STX엔테크)을 인수해 플랜트업에 진출했고 2020년에는 국내 1위 골판지 제조사 태림페이어와 태림포장을 품에 안았다. 2022년 초에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발맥스 기술을, 같은해 12월에는 쌍용건설까지 인수하며 한층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M&A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8년 5000억원에 그쳤던 총차입금은 2023년 말 1조88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글로벌세아의 모태이자 '자금줄'인 세아상역의 부진도 실적 악화 배경으로 꼽힌다. 세아상역은 2015년 글로벌세아(당시 세아상역)가 물적분할을 하며 신설된 사업회사로 의류제조사업를 영위한다. 글로벌세아 계열사 매출액을 살펴보면 △세아상역 2조7505억원 △쌍용건설 1조4715억원 △태림포장 6781억원 △세아STX엔테크 2144억원 △인디에프 1264억원 순이다. 전체 매출액의 60%가 세아상역으로부터 나오는 셈이다.
세아상역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219억원, 62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64.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504억원으로 70.4% 줄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의류·섬유 시장 회복세가 더뎌진 영향이다. 또한 세아상역은 지난해 지주사인 글로벌세아와 세아STX엔테크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 최소 13번 자금 대여를 진행했다. 2022년 1708억원이었던 특수관계자와의 자금 대여 거래액은 지난해 2608억원으로 늘었다.
한편 글로벌세아그룹은 2025년까지 섬유·패션, 건설, 제지·포장, 식음료(F&B), 문화·예술 분야를 주축으로 매출 10조원에 영업이익 1조원을 올리는 그룹으로 발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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