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두산, 우르르 사업보고서 정정…회계 이슈 일단락

Numbers 2024. 4. 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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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우르르 사업보고서 정정…회계 이슈 일단락

지난 18일 두산이 무더기로 과거 사업보고서를 재공시했다. 같은 날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도 사업보고서를 정정 보고했다. 양사가 정정한 보고서는 2017년~2020년 회계연도 발행됐던 것들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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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두산타워.(사진=두산)

 


지난 18일 두산이 무더기로 과거 사업보고서를 재공시했다. 같은 날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도 사업보고서를 정정 보고했다. 양사가 정정한 보고서는 2017년~2020년 회계연도 발행됐던 것들로, 두산에너빌리티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분식 회계' 의혹을 지적받은 해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회계처리 위반으로 161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이번 사업보고서 재공시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의 핵심 계열사다. 연결 회계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덩달아 두산까지 사업보고서를 고쳤다.

 
흑자서 적자로…6년 만의 정정 보고


두산은 2018년 3월 직전 연도 연결 기준 45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6년 뒤인 지난 17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재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보면 두산은 2017년 42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8년 연결 기준 수치 역시 이전 보다 순손실액이 83억원 증가했으며, 이듬해 기존 4331억원에서 3138억원으로 순이익 규모가 감소했다.

반대로 2020년 회계연도 순손실은 기존 9639억원에서 7480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줄었다. 

6년 만에 4년치 보고서가 한꺼번에 수정됐는데 고무줄 처럼 손익이 늘었다 줄었다하고, 흑자가 적자로 뒤바뀌었다. 

이는 자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손자 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인도 법인 '두산파워시스템인디아'의 수치가 바뀐 탓이다. 

당초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파워시스템즈인디아가 △2017년 319억원 △2018년 291억원 △2019년 445억원 △2020년 3314억원 각 회계연도 순적자를 기록했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말 고친 보고서를 보면 해당 법인의 각 회계연도 순손실액은 △2017년 1275억원△2018년 302억원 △2019년 1626억원 △2020년 1167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2020년 집중된 손실분이 2017년, 2019년으로 배분됐다.  

 

현지 업체 제치고 공사 따냈더니 원가 발목


2016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은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 주 정부 발전공사로부터 총 2조 8000억원 규모의 화력발전소 2곳에 대한 수주 확정 통보를 받았다. 사업은 자회사 두산 파워시스템즈인디아가 주도했다. 당시 오브라-C(Obra-C) 발전소와 자와하푸르(Jawaharpur) 발전소 공사를 따내기 위한 인도 기업들의 물밑 전쟁이 치열했다. 이들과 맞붙어 두산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회사는 인도 시장 공략을 지속할 계획이었다. 당시 석탄화력발전소 발주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등 인도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오브라-C는 2020년, 자와하푸르는 2021년 완공이 예정됐다. 문제는 수주 후 건설 중 발생했다. 원가 상승에 따라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수주 직후 연도별로 손실을 나눠 인식하지 않고, 2020년 한번에 계상했다. 당초 발행된 보고서상 2020년 손실이 집중된 이유다. 당국은 이를 문제 삼았다. 손실을 과소 계상하다 특정 시점에 과대 계상했단 얘기다. 2021년부터 금감원의 감리가 진행되는 동안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주처와 분담 분쟁이 끝난 뒤 반영한 것이라며 고의성은 없었다고 소명했다. 

지난달 2년여간 이어오던 금감원 감리가 종료되고 이번에 두산까지 사업보고서를 정정 보고하면서 회계 부정 이슈는 일단락됐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