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이대로 안된다"…장인화 체제 포스코그룹, 투자 항로 수정

Numbers_ 2024. 4. 26. 15:13

▼기사원문 바로가기

 

"이대로 안된다"…장인화 체제 포스코그룹, 투자 항로 수정

포스코홀딩스가 장인화 회장 체제 들어선 직후 첫 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속도 조절'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한 손에 쥔 철강사업은 1조원에 달하는 원가 절감을 통해 다시 경쟁력을 되찾는데

www.numbers.co.kr

 

 

3월 21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스코 포항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포스코홀딩스
 
포스코홀딩스가 장인화 회장 체제 들어선 직후 첫 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속도 조절'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한 손에 쥔 철강사업은 1조원에 달하는 원가 절감을 통해 다시 경쟁력을 되찾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다른 손에 쥔 이차전지 소재사업은 투자 계획을 재검토 한다. 

올해 약 10조8000억원의 투자 예산을 잡아놨지만 이 역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의 과감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차전지' 소재 투자 잠시 숨고르기

 

25일 포스코홀딩스 1분기 실적 발표회에 참석한 정기섭 사장은 "최근 전기차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업황 조정기를 겪고 있다"며 "투자 시점을 합리적으로 순연하고 고수익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7월 밸류데이에서 이차전지 소재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2030년까지 1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각 밸류체인별 중장기 생산능력 구축 계획도 공표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3년간 생산능력에 관한 정정 계획이 나왔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주도한 밸류체인의 가장 선두에 있는 리튬·니켈의 경우 2024년 목표가 기존과 동일하다. 반면 니켈의 경우 2025년 기존 4만8000톤에서 2만3000톤으로, 2026년 7만3000톤에서 4만8000톤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이는 2026년까지 마치기로 한 일부 투자가 2027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폐배터리 수급이 여의치 않은 점을 감안해 리사이클링 사업 관련 투자가 연기됐다. 

자회사 포스코퓨처엠이 이끄는 양·음극재 투자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폭스바겐, GM, 테슬라 등 OEM사를 비롯해 여러 배터리사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가장 양호한 양극재사업은 당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음극재 사업은 대폭 조정됐다. 아직 중국 대비 원가 경쟁력이 열위하다고 보고 있다. 2026년까지 22만1000톤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던 것을 11만4000톤으로 축소했다.  천연 흑연 음극재와 인조 흑연 음극재는 일부 투자를 재검토하고 실리콘음극재는 투자 시점을 기존 보다 1년 미뤄 2027년으로 정정했다. 

올해 조단위 유상증자를 검토했던 포스코퓨처엠의 자금조달 계획도 물음표가 붙었다. 2021년 포스코퓨처엠은 모회사 포스코의 화끈한 지원으로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소재사업 투자 계획에 따라 추가 실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전처럼 포스코홀딩스의 지원이 불가능할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영 이차전지소재 사업팀장은 "자금 조달을 주주배정으로 할지, 제3자배정으로 할지 결정된 게 없으며 회사채 차입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검토하고 있다"며 "상반기 중 구체적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제공=포스코홀딩스

 

성장 둔화에 칼 뺐다 

 

전임 회장 시절 포스코홀딩스의 투자 예산을 살펴보면 2021년 6조8000억원, 2022년 8조9000억원, 2023년 11조원으로 매년 늘렸다. 

장인화 회장 1기에 접어든 올해 예산은 10조8000억원이다.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구축사업이 본격화되자 공격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던 전임 회장 시절과 대조된다.  

전기차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경영진은 신중을 거듭하기로 했다.  

이주태 경영전략 팀장은 "철강 산업은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이차전지 소재사업은 전기차시장이 캐즘에 접어들어 방향과 성장은 유지하되 속도조절을 수행해 사업 계획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과 경쟁력에 기여하지 못한 일부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겠다"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철강사업은 올해 1조원의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 복원에 앞서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한성화 재무실장은 "AI나 로봇을 활용해 제철소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제조원가 비중이 높은 원료비 혁신을 꾀하겠다"며 "고가에 구매하고 있는 원료는 저비용 국가로 전환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원료 관련 지분 투자로 구매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