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영풍제지 사태' 약 됐다…'미수이익' 버리고 체질 확 바꾼 키움증권

Numbers_ 2024. 5. 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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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지 사태' 약 됐다…'미수이익' 버리고 체질 확 바꾼 키움증권

지난해 영풍제지의 하한가 사태로 회수가 어려운 약 5000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한 일이 올해 키움증권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극약처방'이 됐다는 평가다. 올 1분기 신용공여와 미수금 이자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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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사진 제공=키움증권

 

지난해 영풍제지의 하한가 사태로 회수가 어려운 약 5000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한 일이 올해 키움증권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극약처방'이 됐다는 평가다. 올 1분기 신용공여와 미수금 이자수익이 크게 줄었음에도 키움증권은 주식매매중개(브로커리지), 기업금융(IB) 등 전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6433억원, 영업이익 3377억원, 당기순이익 244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1%, 13.2%, 16.3% 감소한 수치다. 다만 매출 기준으로는 사상 세 번째 최대 실적이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경우 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이자수익은 1664억원으로 전년 동기(1717억원) 대비 3.1% 줄었다. 이 중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773억원에서 729억원으로, 미수금이자를 포함하는 기타이자손익이 89억원에서 6억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금융상품 이자손익(운용 금융상품으로부터 수취한 이자수익과 조달 이자비용의 합)은 299억원에서 415억원으로 늘었다.

그동안 키움증권은 국내 리테일(소매금융) 업계 1위라는 점을 강조,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빚투' 투자자들에게 관대했다. 키움증권으로서도 증시 활황에 기대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꿀단지'였다. 신용위험 관리는 부실했다. 지난해 키움증권이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대규모 하한가와 영풍제지 사태를 연이어 겪는 결정적 단초가 됐다. '창업공신'이라 불린 황현순 키움증권 전 대표가 사임한 이유다.

지난 1월 취임한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구성민 기업금융본부장, 장지영 기업영업본부장 등 IB사업에 일가견을 가진 전문가들과 함께 단 한 분기만에 수익구조를 바꿨다. 올 1분기 키움증권의 기업금융 수수료수익은 544억원으로 전년 동기(245억원) 대비 122% 급증했다.

기업공개(IPO) 부문에선 코셈의 상장을 주관했다. 주당 8500원에 코셈 주식 11만7646주를 취득했다. 이달 3일 기준 코셈 주가는 1만8250원이다. 총 규모 5000억원의 SK엔무브(구 SK루브리컨츠)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주선한 것은 주요 M&A 딜로 꼽힌다. 부채자본시장(DCM)에선 LS전선, 현대카드, KB캐피탈, 우리금융지주, 롯데쇼핑 등의 딜을 맡았다.

올 1분기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1조5600억원 수준이다. 본PF 70%, 선순위 93%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고 브릿지론의 경우 30%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성 높다는 평가다.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을 가진 엄주성 대표의 실력을 엿볼 수 있다.

위탁매매 실적도 신용공여가 축소됐음에도 해외주식 점유율 증가에 힘입어 우상향했다. 키움증권의 올 1분기 주식 수수료수익은 1268억원으로 전년 동기(1094억원)보다 15.9% 늘었다. 국내주식 리테일 점유율이 29.5%로 전년 동기보다 약 1%포인트 하락했지만 해외주식의 경우 31.5%에서 34.5%로 3%포인트 올랐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시 호조에 힘입어 증시 거래대금도 안정적일 것으로 기대되며, 이에 따른 견조한 브로커리지 손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IB 부문에서도 대규모 딜 참여에 따른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익 체력이 한 단계 올라섰음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월간 순이용자(MAU) 수를 증대하고 금융상품 잔고 확대로 금융투자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리스크 관리 체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고도화하고 인공지능(AI) 역량을 바탕으로 한 초개인화 자산관리 솔루션도 준비 중이다. 인도네시아 법인 체질 개선, 싱가포르 자산운용 거점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사업 기반도 강화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키움증권 측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회(콘퍼런스콜)에서 "IB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북(Book·자금운용한도)을 활용하되 충분한 리스크 점검을 통해 총자산이익률(ROA) 6% 이상을 달성해 전체 자기자본이익률(ROE) 15%를 가져가려고 한다"며 "리스크 대비 수익성 감안 시 낮은 리스크의 경우 낮은 ROE라도 자원 할당을 추가적으로 해 수익성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강승혁 기자 ks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