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메리츠캐피탈, 발행예정주식수 7000만→8000만주 늘린 까닭은

Numbers 2024. 5. 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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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캐피탈, 발행예정주식수 7000만→8000만주 늘린 까닭은

메리츠캐피탈이 올해 들어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1000만주가량 늘렸다.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면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를 내 기업들은 통상 증자를 통해 자본비율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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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초롱 기자


메리츠캐피탈이 올해 들어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1000만주가량 늘렸다.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면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를 내 기업들은 통상 증자를 통해 자본비율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용한다. 증자 가능 한도는 상법상 회사 설립 때 작성된 정관으로 규정된다. 메리츠캐피탈은 우선 증자 한도를 늘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캐피탈의 수익 기여도를 보면 부동산금융과 해외부동산 관련 대체투자 자산 비중이 높은데 이는 국내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하며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7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늘렸다. 2018년 5000만주에서 7000만주로 높인 정관 변경 이후 4년여 만의 개정이다. 정관상 발행주식 1주당 금액이 5000원으로 정해진 점을 고려하면 증자 한도 규모를 500억원가량 늘린 셈이다.

메리츠캐피탈이 발행을 완료한 주식 총수는 2012년 설립 당시 400만주에서 11차례의 유상증자로 지난해 말 현재 5220만주가 됐다. 2021년 이후 변동은 없다. 이번 정관 개정은 향후 증자할 것에 대비해 미리 한도를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관 변경으로 한도 대비 발행주식 비율이 74.6%에서 65.3%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메리츠캐피탈이 증자를 위한 한도를 미리 확보한 것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데다 대체투자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메리츠캐피탈의 영업자산은 크게 자동차금융으로 대표되는 리테일금융 부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투자를 포함한 기업금융 부문이 4대6 비율로 나뉜다.

 

메리츠캐피탈 주요 영업자산 현황.  /자료 제공=한국신용평가


이 중 부동산PF와 부동산담보대출이 각각 1조8291억원, 8105억원으로 기업금융 부문의 61.7%를 차지한다. 해외부동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수익증권 및 지분투자 등으로 구성된 투자자산은 9647억원으로 비중이 22.5%다. 실적과 재무지표 등의 국내외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메리츠캐피탈은 2012년 설립 이래 순이익이 연평균 72.1% 성장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2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감소했다.

이에 따라 건전성도 악화됐다. 1개월 이상 연체율이 2022년 1.7%에서 지난해 말 6.1%로 1년 새 3.6배 뛰었다. 부실채권 직전으로 분류되는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은 4%에서 11.5%로 1년 새 두 배 넘게 높아졌다. 부실채권(NPL)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같은 기간 1.1%에서 4.4%로 4배나 늘어났다. 대출채권 건전성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나뉜다. 이 가운데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해 부실채권으로 부른다.

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해외 대체투자는 사후관리가 어렵고 투자의 성과와 회수 시기가 불확실한 점을 감안할 때 부실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고 판단한다"며 "자산건전성이 추가로 크게 저하되거나, 부실채권 회수 과정에서 대손비용이 확대될 경우 메리츠캐피탈도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적극적인 사후관리로 부실 위험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해외 대체투자의 건전성 저하 여부, 가치변동 및 회수 가능성 등은 주요 모니터링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캐피탈이 증자할 경우 1대주주인 메리츠증권에서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캐피탈은 메리츠금융지주 자회사로 출범했다가 2017년 4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메리츠증권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2017년 초까지 지주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메리츠캐피탈 자본금을 확충했으나, 이후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캐피탈을 직접 지원해왔다. 한국신용평가뿐 아니라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 모두 메리츠캐피탈의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1노치(notch) 상향한 'A+, 안정적' 등급을 매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캐피탈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제도 정비 측면에서 정관을 변경한 것"이라며 "당장 증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