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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캐피탈(이하 캐피탈) 실적이 꺾이고 있는 와중에 순이익의 4.5배에 달하는 현금을 대주주인 지주사에 헌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캐피탈은 한국투자증권 등 계열사의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2014년 출범해 기업금융·부동산금융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로 업황 자체가 비우호적인 데 대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자회사인 캐피탈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가 1년도 채 안돼 배당금으로 전액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캐피탈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의했던 결산 배당금 1150억원을 지난달 지주사에 최종 지급 완료했다. 지난해 중간 배당금 3800억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연간 결산 기준으로 총 4950억원의 현금이 지주사로 흘러간 셈이다. 한국투자캐피탈 모회사는 100% 지분율을 가진 한국투자금융지주다.
지난해 결산 기준 배당성향은 무려 448.29%에 달한다. 배당성향은 벌어들인 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한 현금 총액 비율이다. 한국투자캐피탈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5.7% 감소한 1104억원을 거뒀다.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적립 등의 이유로 한국투자캐피탈 설립 이래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실적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보다도 반토막 난 184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캐피탈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 등을 중심으로 구축한 인프라를 통해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을 취급하며 지속 성장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영업자산 4조9643억원 중 37%가 부동산금융자산이다. 여기에 가계대출에 포함된 중도금대출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부동산금융 관련 자산이 영업자산의 약 70%를 차지한다. 실적과 자산건전성 지표 모두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지속 부진했던 만큼 한국투자캐피탈도 관련 차주에 대한 신용집중위험에 대한 대손부담이 확대될 우려가 나오는 상태다.
부동산PF 부실화 우려가 2022년 말부터 차츰 불거져왔던 만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지난해 1분기 4400억원 규모 한국투자캐피탈 유상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8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가 실시했다. 1년도 채 안돼 유상증자로 투입된 현금 대부분을 배당을 통해 회수해 간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캐피탈의 재무 지표도 출렁였다. 한국투자캐피탈의 자본총계는 1조291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지주사에 지급한 배당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달한다. 기업의 타인 자본 의존도를 나타내는 재무 레버리지 배수도 2022년 말 7배에서 지난해 1분기 유상증자 단행 후 4.3배까지 낮아졌다가 중간배당으로 5.7배로 올랐다. 같은 해 10월 추가 유상증자로 다시 5배까지 내려왔지만, 이번에 마무리 된 추가 결산배당으로 5.5배까지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금융지주에 대한 기말 결산 현금배당 1150억원을 고려하면 레버리지배수가 5배에서 5.5배로 오르는 등 자본완충력 저하가 예상된다"며 "이번 결산배당 지급 이후 금융지주의 지원을 통한 한국투자캐피탈의 재무여력 회복 수준은 중요한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캐피탈로부터 중간 배당으로 회수한 현금으로는 한국투자증권 유상증자에 사용했다. 지난해 6월 한국투자증권은 4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기면서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기말 결산 배당금으론 그룹 내에서 유일한 상장회사인 지주사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현금 배당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결산 배당금으로 총 1550억원의 현금을 썼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캐피탈뿐 아니라 지주사 입장에서 계열사 별 포트폴리오 구성에 관한 경영전략적 차원의 자금 이동이라고 설명했다. 유사 시 지주 차원에서 캐피탈 지원도 가능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연결 기준 총 자산은 95조9012억원, 자본총계는 8조4451억원이다.
한국투자금융 관계자는 "각 계열사마다 속한 업종의 환경이 다르고 변화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전반적으로 보고 자본 재배치를 통해 경영 효율을 높이는 게 지주사 역할"이라며 "한국투자캐피탈의 이번 배당성향도 업황 환경과 재무비율, 성장성과 수익성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무리되지 않는 수준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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