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넥슨 곳간’ 네오플, 매출 줄고 현금 늘고…비결은 ‘외상대금’

Numbers_ 2024. 5. 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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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곳간’ 네오플, 매출 줄고 현금 늘고…비결은 ‘외상대금’

넥슨코리아 자회사 네오플이 대표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가 주춤한 가운데 미국 영화계 파업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외상대금을 회수하면서 되레 곳간 사정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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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코리아의 자회사 네오플의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 (사진=네오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넥슨코리아 자회사 네오플이 대표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가 주춤한 가운데 미국 영화계 파업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외상대금을 회수하면서 되레 곳간 사정이 좋아졌다. 네오플로부터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거둬들이는 넥슨코리아도 한시름 놓게 됐다. 

네오플의 유동성이 지금처럼 풍부하리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점이 우려된다. 매출이 감소하고 대금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조만간 중국에서 출시하는 던파 모바일 버전의 성공 여부가 중요한 시점이다. 

네오플의 실적은 악화됐다.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8% 줄어든 와중에 영업비용이 17%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11.2%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가운데 네오플의 자회사 넥슨US홀딩스가 투자한 미국 법인 아그보에서 4122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 네오플의 당기순이익은 78.2% 급감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배우와 작가들이 권익 향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해 아그보의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네오플의 2023년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96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약 900억원)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순이익을 기준으로 실제 현금 유입·유출 규모를 더하거나 뺀 값이다. 현금이 나가지 않은 비용과 부채를 더하고,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수익과 자산을 덜어낸 과정이 현금흐름에 나타난다. 

기업 회계는 재무제표 상에 수익으로 기록되지만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거래가 꽤 많다. 장부에 나가는 돈으로 산입되지만 정작 현금이 남아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회계상 수익인 당기순이익과 실제 회사의 현금은 차이가 난다. 

통상 기업은 운전자본을 조정해 현금흐름을 관리한다. 대표적인 운전자금이 매출채권이다. 일종의 ‘외상대금’이다. 매출채권 증가는 외상대금이 늘었다는 의미다. 매출로 인식되지만 현금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순이익에서 차감한다. 반대로 매출채권 감소는 외상대금을 회수했다는 의미로 순이익에서 가산한다. 

게임산업의 경우 게임 IP(지적재산권)의 수익이 인식되는 시기와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시기가 달라 일종의 ‘매출 착시’ 효과가 나타난다. 게임 이용자는 통상 PG사(결제대행사)를 통해 대금을 결제한다. 게임사는 PG사와 결제대행계약을 체결하고 PG사로부터 대금을 회수한다. 대금 회수 기간이 길어지면 매출과 현금 유입 시기의 차이가 커진다. 게임 배급을 담당하는 유통사가 PG사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네오플의 2023년 매출채권 규모는 929억원으로 전년 1528억원보다 39.2% 감소했다. 약 600억원 규모다. 네오플의 현금흐름 상세 내역을 보면 매출채권 유입 규모가 569억원 줄었고 줄어든 만큼 현금흐름에 가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은 7453억원으로 전년 보다 349억원 가량 개선됐다.

이를 근거로 네오플이 매출채권을 회수하면서 현금이 늘어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순이익에 영향을 준 손상차손은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회계상 비용이다. 네오플은 매출채권을 회수하면서 아그보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네오플의 매출채권은 주요 게임인 던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 규모는 754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5.6%를 차지한다.

현재 중국 내 게임 배급은 텐센트의 자회사인 텐센트게임즈가 맡는다. 텐센트가 중국에서 거둬들인 게임 매출의 일부를 네오플에 로열티로 지급하는 구조다. 중국 판매금 회수 기간이 길어지면 매출채권이 늘어나고 회수 기간이 짧아지면 매출채권이 줄어든다. 텐센트의 로열티 지급 기간에 따라 네오플 현금흐름의 건전성이 결정되는 셈이다. 

다만 넥슨 측은 "매출 하락 추세의 영향으로 매출채권도 감소했다"며 "네오플 매출채권이 회수되지 못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네오플 사업보고서

 
그렇다고 네오플의 자산 관리 효율성이 증가했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네오플의 매출채권 회전율은 △2015년 3.4회 △2016년 4.2회 △2017년 6.4회 △2018년 6.3회 △2019년 6.5회 △2020년 8.1회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듬해인 2021년 매출채권 회전율은 11.7회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22년 8.7회, 2023년 7회로 줄어드는 추세다. 

매출채권 회전율은 자산 관리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다. 외상 대금을 얼마나 빨리 현금으로 회수하는 지 나타낸다. 회전율이 높을 수록 매출채권 회수가 빠르고 현금 유동성이 높다는 의미다. 2022년부터 네오플의 유동화 효율성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넥슨 측은 "매출채권 회전율이 감소 추세가 됐다기 보다는 2021년에 일시적으로 높았고, 그 외 기간의 변동폭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래픽 = 박진화 기자


회전율 감소는 넥슨코리아의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넥슨코리아는 네오플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엔엑스씨(NXC)→넥슨→넥슨코리아→네오플로 이어지는 구조다. 넥슨코리아가 지난해 네오플로부터 챙긴 배당금 규모는 5606억원이다. 넥슨코리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5216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던파의 매출 감소도 우려된다. 던파는 넥슨의 핵심 수익원으로 ‘FC온라인’ ‘메이플스토리’와 함께 넥슨의 매출을 견인하는 ‘3대 게임’으로 꼽힌다. 2008년 중국에 진출한 던파는 중국의 국민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며 넥슨코리아의 화수분 역할을 했다. 최근들어 인기가 식으면서 매출도 줄었다. 

변수는 남아있다. 네오플은 오는 21일 던파 모바일의 중국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하성과용사: 기원’(地下城与勇士: 起源, 던전앤파이터: 오리진)'이란 이름으로 텐센트게임즈가 서비스를 맡는다. 앞서 이 게임은 지난 2월 현지 이용자 30만 명을 대상 테스트를 실시해 완성도를 높였다. 해당 게임이 원작 이상의 수익을 낼 경우 넥슨코리아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