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삼성전자, '재고·외상' 부담에 운전자본 '80조원' 돌파

Numbers 2024. 5. 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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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재고·외상' 부담에 운전자본 '80조원' 돌파

삼성전자의 운전자본이 재고와 외상 증가로 다시 80조원을 넘겼다. 운전자본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합한 다음 매입채무를 제외한 값으로, 외상으로 올린 매출(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의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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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운전자본이 재고와 외상 증가로 다시 80조원을 넘겼다. 운전자본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합한 다음 매입채무를 제외한 값으로, 외상으로 올린 매출(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의 규모에 따라 변한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삼성전자 재고자산의 가치가 올랐고,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매출이 소폭 늘면서 매출채권이 덩달아 증가해 운전자본을 불린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본의 과도한 증가는 자금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에 묶여있다는 의미로 운영 효율성에 부담을 키운다. 다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는 연중 지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운전자본 역시 연말로 갈수록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18일 삼성전자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운전자본 규모는 82조740억원으로 직전 분기 76조9534억원에서 6.7% 증가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은 각각 53조3477억원, 41조14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 12.3%, 3.3% 늘며 운전자본 규모를 키웠다. 매입채무가 12조4191억원으로 9.7%가량 확대됐지만 매출채권 증가세보다는 적었다.

매출채권은 통상 매출 증가에 비례한다. 다만 1분기에는 삼성전자의 전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인 6%보다 매출채권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나 정보기술(IT) 시장의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매출채권을 확대한 뒤 소진하는 흐름을 따라왔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가 초반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매출채권의 증가를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채권의 확대는 현금흐름에 부담이다. 외상으로 매출을 발생시킨 만큼 손에 쥐는 현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1분기 삼성전자의 단기차입금은 총 9조6345억원인데, 이 중 대부분인 9조3240억원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빌린 금액이다. 직전분기와 비교해 담보부차입금 규모는 41%나 늘었다.

재고자산이 작년 말 대비 늘어난 이유는 재고 가치의 상승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반영한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이 올해 들어 환입되면서 장부상 재고 가치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실질적인 재고량은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1분기 현금흐름표 상에는 6275억원 가량의 재고자산이 감소하며 영업활동 현금흐름 증가에 반영됐다.

50조원이 넘는 재고자산은 삼성전자의 운전자본 부담을 키우는 주범이다. 2020년 재고자산 규모가 30조원 안팎일 때 운전자본은 50조원에서 60조원을 오갔지만, 지난해 재고자산이 55조원까지 불어나자, 운전자본 역시 85조원까지 커졌다.

다만 올해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대부분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제품에 쏠리면서 서버와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 재고 규모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