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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인터넷보험사의 성공 조건

Numbers_ 2024. 5. 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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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인터넷보험사의 성공 조건

보험 비대면 사업모델 개념 융복합채널로 바꿔야 ‘성공’온오프라인 융복합 모델운영 가능토록 규제개혁 필요보험업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면 누구나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말이 있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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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비대면 사업모델 개념 융복합채널로 바꿔야 ‘성공’
온오프라인 융복합 모델운영 가능토록 규제개혁 필요

 

보험업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면 누구나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말이 있다. ‘보험은 인지(人紙)산업’이라는 이야기다. 보험 판매업은 ‘사람’과 ‘종이’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의미다. 알 수 없는 삶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일상의 걱정을 덜기 위해 개발한 보이지 않은 무형의 상품을 고객에게 제안하고 설득시켜야 거래가 성사되는 비즈니스가 보험이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막연한 위험을 사람들이 자각하고 비용을 미리 자발적으로 치르게 하는 일은 지난한 설득과정이 필요한 아주 고난이도의 업무다. 보험 뿐 아니라 금융 세제 문화 등 직간접적인 다방면의 풍부한 지식과 신선한 정보는 물론 감성적인 설득력이 조화를 이루는 높은 수준의 소통능력을 갖춰야 유능한 설계사로 인정받는다.

 

유능한 설계사는 대를 이어 고객관계를 이어간다. 보험설계사의 능력이 보험상품 판매와 보험사 규모성장에 장기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 확산과 인터넷 플랫폼 판매채널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보험사들이 대면 전속설계사 확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보험산업 지속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발전이다. 경이적인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등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저성장 수렁에 빠져 고전중인 국내 보험사들은 다각적인 성장전략을 고민중이다. 시니어케어 펫보험 헬스케어 등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한 전략이 추진되고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 등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디지털 플랫폼 확산을 활용한 인터넷보험 비즈니스 성공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은행이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보다 훨씬 더 일찍 출발한 인터넷보험사의 성과는 비참할 정도로 저조하다.

 

2024년 현재 국내 등록된 인터넷보험사는 5개다. 전체 인터넷보험사의 2023년 당기순이익은 2291억원 적자다. 전년도 모든 전통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크게 증가했지만 인터넷보험사들은 오히려 전년대비 당기순손실이 490억원 더 늘어났다. 전년보다 적자 규모가 49억원 개선된 신한EZ손보도 78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다. 교보라이프플래닛 마이너스 214억원을 비롯 캐롯손보(마이너스 760억원), 하나손보(마이너스 879억원), 카카오페이손보(마이너스 373억원) 등 나머지 4개 보험사 모두 전년보다 적자폭이 더 확대됐다.

 

특히 2013년 국내 최초 인터넷보험사로 출범해 유일한 생보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중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11년째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고 외부 전문가를 CEO로 영입했지만 아직 실적 반전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내 네번째 인터넷뱅크 출범을 앞두고 참여하려는 사업자들의 열기가 뜨거운 것은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선두주자들의 성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보험은 책임준비금 의무 적립 영향 등으로 손익분기점 달성에 소요되는 기간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11년차에 접어든 국내 인터넷보험 비즈니스는 아직 성공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생보 영역에서 인터넷 비대면 영업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아 보인다.

 

인터넷보험사의 성공은 보험업 전통 종자사들에게 익숙한 ‘인(판매조직)과 지(종이서류)’를 대체해 ‘비대면 플랫폼’과 ‘디지털 기술’로 구축한 새로운 ‘비즈니스 시스템’ 속에서 소비자들이 불편없이 니즈를 해소하고 활용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인터넷보험사의 수익모델은 판매수수료와 시스템 운용비용을 극도로 최소화하고 저렴한 보험료로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조기에 창출하는 것이다. 전통 보험판매업의 핵심인 사람의 관여를 없앤 인터넷 ‘직거래장터’를 구축해 중간 거간꾼(Middle Man)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을 소비자 편익으로 되돌려주는 구조이다. 또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용 최적화를 이뤄내고 밸류 체인을 재구성하여 규모의 경제와 유사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내야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된다.

 

현재 국내 인터넷보험사들은 아직 목표하는 시장확대와 규모의 경제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상품구조 복잡성과 소비자 신뢰확보 등 설계사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필요한 생보 비즈니스를 인터넷 비대면 운영모델로 성공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생보 운영모델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의 한계를 반면교사로 후발주자들은 모두 손보 비즈니스로 인터넷보험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아직 성공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보험사들이 적자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지(종이서류)’를 없애는 일보다 ‘인(판매조직)’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대체하기 더 어렵기 때문이다. 종이서류를 디지털서류로 바꾸는 일도 만만치는 않다. 전통 아날로그 비즈니스 모델에 최적화돼 있는 규제와 관행 그리고 데이터 축적과 디지털 변환기술 등 넘어야 할 문턱이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가치 전달자(설계사)를 없애는 일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어렵다.

 

상품이 복잡하고 소비자 니즈도 다층구조인 생보 비즈니스에서 미들맨을 없애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같은 나이에 비슷한 자산을 갖고 직업군이 같고 가족 구성이 유사하더라도 돈과 보험에 대한 태도와 생각은 모두 다르다. 어떤 기술로도 파악하지 못하며 결국 사람이 직접 자주 만나 예민하고 세심하게 관리해야 파악이 가능하다. 인터넷보험사들도 수익성 좋은 장기인보험상품 판매 비중을 높이고 보장성보험을 확대하고 싶지만 설계사 도움 없이 디지털 플랫폼과 비대면 프로세스 만으로 고객 확보와 판매 종결이 쉽지 않다.

 

인터넷보험사 수익성 확보를 저해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규제다. 인터넷보험사는 보험업법 시행령(제13조)에 근거해 통신판매전문회사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한다. 전화나 컴퓨터 등 ‘통신수단’을 이용한 비대면 판매비중이 9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는 판매상품 매출구성이 여행자보험 휴대폰보험 등 미니보험이나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자동차보험 등 수익성 낮은 보험상품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 밖에도 판매채널별로 제각각인 고객정보 마케팅활용 규제 등 융복합채널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수익성 좋은 장기보장성 인보험을 오로지 비대면 판매방식에 의존해 유의미한 시장확대를 만들어 내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 보험사가 수익성 확보를 통해 장기성장 가능성을 높이려면 규제완화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실질적인 비용 효율화를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상품구성의 차별화 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융복합채널 운영이 가능하도록 고객정보 활용, 보험료율 규제, 보험모집 방법 등과 관련된 각종 걸림돌이 선제적으로 제거돼야 인터넷보험사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