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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내홍’을 바라보는 대중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공격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수비가 반복되면서 양측의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그들이 지인과의 점심식사 자리나 카카오톡 채팅창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시시콜콜하게 알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쯤 되니 배임죄 성립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하이브가 민 대표의 배임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제출했다면 법원의 판단에 맡기면 될 일이다. 그게 방 의장이 하이브 내홍으로부터 하이브의 주주가치와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무의미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당히 의미 있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며 폭로전은 또 다른 양상을 맞았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언급되면서다. 하이브는 언론을 통해 “민 대표가 송 의장과 최 대표에게 어도어 인수를 부탁했다”고 알렸고, 민 대표는 “투자와 무관한 사적인 만남이었다"며 ‘사자대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송 의장과 최 대표가 각각 국내 가상자산과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인 만큼 관련 소식은 꽤나 자극적이라 대중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방 의장 측 여론은 ‘민 대표 측의 찬탈 시도가 실제로 있었다’고 맹공을 퍼부었고, 민 대표 측 여론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맞불을 놓았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이를 아는 사람은 방 의장, 민 대표 그리고 송 의장과 최 대표, 민 대표에게 송 의장과 최 대표를 소개한 민 대표의 지인 등이다. 이 중 하이브와 사적 관계를 넘어 공적 관계로 이어지는 인물이 송 의장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의 침묵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두나무는 하이브와 ‘혈맹’ 관계를 맺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 2021년 지분교환으로 하이브 주식 5.57%를 확보했다. 기업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면 주요주주로 분류된다. 현행법에 따라 보유 상황, 보유 목적과 보유 주식 등에 대한 주요 계약 내용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일반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다. 두나무가 하이브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체라는 의미다.
양사가 단순히 지분관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은 밀접도를 높인다. 두나무와 하이브는 합작법인 ‘레벨스’를 설립한 공동 주주다.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과 대체불가능토큰(NFT)이 결합된 팬덤 기반의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로 송 의장과 방 의장이 손을 잡았다. 두나무와 하이브는 레벨스 지분을 각각 65%, 35%씩 가지고 있다.
이를 보면 하이브 사태는 하이브 주주는 물론 두나무 주주들의 이해득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두나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 주식의 장부가액은 초기 투자금 대비 17% 하락한 5788억원이다. 송 의장이 이 사태를 하이브의 집안싸움으로 치부하고 거리를 두기 어려운 이유다. 무엇보다 자신의 요청으로 민 대표를 만난 것으로 알려진 송 의장은 이번 폭로전의 빌미를 제공한 인물로 볼 여지가 있다.
이전까지 방 의장과 민 대표 간 공방전의 진위는 법원만 판단할 수 있었다. 하이브가 송 의장과 최 대표를 폭로전의 중심으로 끌고 오면서 굳이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아도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송 의장은 누가 진실에 가까운 주장을 하는지, 나아가 누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아티스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는 키를 쥐게 됐다.
만약 방 의장이 민 대표의 사임을 위해 없는 사실을 지어내 언론에 유포했다면 송 의장은 조금이라도 이를 바로잡아 주주가치를 정립할 수 있다. 반대로 민 대표가 거짓으로 대응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송 의장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더 이상 자신의 이름과 두나무를 여론 호도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도 리더로서 필요한 행동이 아닐까 한다. 만약 송 의장이 입을 여는 것을 불편해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거짓을 주장하거나 거짓을 말하는 측을 옹호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 의견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송 의장이 직접 공식석상에서 진위를 밝히기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송 의장이 이번 하이브 사태를 진화할 책임이 있고 봉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송 의장의 침묵은 하이브 사태를 방관하는 것이자 방치하는 일이다. 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양측의 진실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와 아티스트를 둘러싼 팬덤의 갈등도 커질 것이다. 두나무도 영향권에 있다.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죄 성립 여부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지난주에 시작됐다. 송 의장은 자의와 무관하게 이번 하이브 사태의 진위를 가릴 핵심 증인이다. 그가 경찰이 진실에 가까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두나무의 최대주주이자 하이브의 주요주주인 송 의장이 하이브와 두나무의 주주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한다면 말이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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