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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AI 금융플랫폼 ‘해빗팩토리’를 아시나요?

Numbers_ 2024. 5. 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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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AI 금융플랫폼 ‘해빗팩토리’를 아시나요?

모든 보험상품 담보 빅데이터 구축이 핵심 경쟁력고객만 보는 ‘원시적 집요함’으로 美시장까지 진출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전 세계 유니콘은 1440여개, 100억 달러 이상의 데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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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보험상품 담보 빅데이터 구축이 핵심 경쟁력
고객만 보는 ‘원시적 집요함’으로 美시장까지 진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전 세계 유니콘은 1440여개, 100억 달러 이상의 데카콘은 60여개, 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헥토콘도 4개나 있다고 한다.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유니콘으로 성장할 확률이 0.07% 정도로 알려져 있으니 전 세계 스타트업은 100만~200만개는 될 듯싶다. 유니콘으로 성장할 확률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타트업 성공 가능성은 과장하면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수준일 것 같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국내 스타트업의 5년차 생존율은 29.2%라고 한다. 1년차 폐업율도 25%에 달한다. 유니콘으로 성장한 후에도 한 순간에 유니콥스(Unicorpse, 죽은 유니콘)가 되기도 하고, 좀비콘(Zombie Corn, 좀비 유니콘)이 되기도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험난한 스타트업 여정에 실패를 부르는 원인은 부지기수로 많다. 그 중에서도 투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스타트업 초기 비즈니스 본질과 고객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고 ‘우리 투자 얼마 받았다’는 식의 투자금 규모에 집중하는 일부 회사들의 빗나간 경영행태가 스타트업 생존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철저히 ‘고객’만 바라보며,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회사도 더러 있다. 2016년 설립한 ‘해빗팩토리’는 보험을 포함한 금융 브로커(중개인 또는 대리인)가 개입된 왜곡되고 비효율적인 시장에서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성과를 내고 있는 AI 금융 컨시어지 플랫폼이다.

해빗팩토리는 설립 3년차인 2018년 ‘시그널플래너’라는 설계사용 보험분석 서비스를 출시했고, 2019년에는 보험보장분석 고객용 앱을 내 놓았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기존에 가입한 보험을 담보(보장)단위로 정리해 보장분석을 해 주는 서비스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부족한 담보를 찾아주고 가입을 원할 경우 최적의 상품을 제공해 준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험사에서 수십년간 판매했던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한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지금까지 분석한 보험상품만 27만여건, 보험계약은 1270만건이 넘고 담보기준으로 보면 1억건이 넘는다고 한다. 초기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4년이 소요되었으며 지금도 보험시장에 신상품이 나오면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많은 보험상품과 보험계약을 분석한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해빗팩토리만의 핵심 경쟁력이다.

또 대부분의 보험설계사가 본인의 소득을 위해 높은 수수료의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 현실인데 해빗팩토리의 설계사는 정기급여를 받는 정규직 신분이라 무리한 보험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다. 만약 고객에게 무리하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 중징계를 하는 것이 회사 내부 방침이다. 이런 일관된 정책효과는 80점대의 높은 NPS(Net Promoter Score, 고객추천지수) 점수로 나타난다. NPS는 고객의 기업 충성도를 측정하는 지수로 포천 1000대 기업 중 3분의 2가 경영성과 핵심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마이너스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놀랄만한 수준이며 테슬라가 90점대이다. 참고로 2024년 4월 기준 해빗팩토리의 대표 앱인 시그널플래너의 앱스토어 평점이 4.8점이며 토스 4.4점, 굿리치 4.2점, 카카오페이 4.7점 등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경영방침을 수립할 때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과 함께 ‘고객만족’ 항목을 빼놓지 않고 설정한다. 하지만 경영을 하다 보면 ‘고객만족’ 항목이 점점 성장성과 수익성에 밀리게 된다. 아마 경영에 참여했거나 옆에서 지켜본 분들이라면 모두 느끼셨을 거라 생각된다. 해빗팩토리는 모든 경영의사결정의 기준이 고객이다. 고객을 추앙하다 보면 성장과 수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절대 신념을 해빗팩토리 창업자들은 갖고 있다. 높은 고객추천지수, 앱스토어 평점을 바탕으로 설립 8년차인 2024년은 당기순이익 흑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고객·성장·수익의 ‘선순환 고리’는 아마 해빗팩토리의 고객에 대한 신념을 더욱 단단히 해 줄 것이다.

해빗팩토리는 2023년 11월 206억원(시리즈 C )의 추가자금을 유치했다. 이 때 투자자들은 해빗의 앞서가는 AI활용을 높이 평가했다. 전체 업무의 86%를 AI와 디지털라이제이션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그 결과 보험설계사의 1인당 생산성(설계사 1명의 월납초회보험료 실적)이 기존 전통설계사의 6.5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4년 4월 1인당 생산성이 300만원을 초과했다고 한다. AI와 DT(Digital Transformation)가 대세이고 경영에 적극 활용할 필요성은 너무나 잘 알지만 경영 밸류 체인의 대부분을 AI와 디지털라이제이션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AI를 활용해 보험 종류와 특성 등 빅데이터를 자동 분석하고 1분내 추천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셀프로 이어지는 구매과정에서 고객이 도움을 요청하면 정규직 설계사가 해결해주는 하이브리드 영업을 하고 있다. 2024년 4월 해빗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AI 금융플랫폼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생성형 AI로 국내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경영 전반의 AI 활용과 디지털라이제이션이 가능했던 요인은 두 공동대표(이동익, 정윤호)의 ‘원시적 집요함’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보험 보장분석 서비스 이전에 지금도 제공 중인 가계부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14개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각각 만들어 결제와 취소를 번갈아 진행하면서 문자 메시지 패턴을 분석했다고 한다. 결제 문자 패턴을 알아야 고객의 소비패턴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한 번은 주유소에서 일시불승인 요청, 일시불승인 취소, 할부승인 요청, 할부승인 취소 등 카드당 네 번, 총 56번의 승인거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를 본 주유소 사장님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을 것이다. 멀쩡하게 생긴 젊은이들이 주유기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영업방해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2022년 해빗팩토리는 또 한 번의 도전을 한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3개주에서 미국 주택담보대출 브로커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AI 금융 컨시어지를 표방하는 해빗팩토리가 미국 오프라인 브로커 시장에서 DT와 AI를 무기로 고객혁신을 통해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집을 구매할 때 대출이 필요한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금융기관과 연계된 대출 브로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 중개수수료가 대출금액의 1~2% 정도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현재 영업지역에서 거래되는 집값이 평균 15억~20억원 수준이라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의 대출중개수수료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대출 브로커가 은행과 유대관계 등 능력이 떨어져 최적의 조건을 찾지 못하고 비싼 대출금리를 고객이 부담하는 문제에 주목했다.

해빗팩토리는 은행 등 자금공급자(lender)와 고객의 중간에서 AI를 활용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고객은 보다 저렴한 대출금리를, 보통 1개월 이상 소요되던 대출서비스를 단 몇 분내에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모기지대출은 매수자의 수입, 주택, 지역, 나이, 성별 등에 따라 신용도가 달라지므로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경우 보통 한달 정도 소요된다. 이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이동익 대표는 은행, 대출 중개인과 100번이 넘는 대출 상담을 직접 받아 봤다고 한다. 다시 한번 ‘원시적 집요함’을 느낄 수 있다. 조금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고객’만 바라보는 79년생 동갑내기 두 공동대표가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