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분야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투자사들이 'NHarvestX' 데모데이에 모였다. 투자사들은 공통적으로 '현장'을 강조했다. 농식품 스타트업이 직접 현장에 나가 농식품 산업을 둘러싼 문제점을 발견하고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달 14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데모데이에서 ‘국내외 농식품 투자 동향, 그리고 2024년’을 주제로 진행한 패널토론엔 이학종 소풍벤처스 투자총괄파트너, 김우영 농협중앙회 과장, 채승호 넥스트랜스 상무, 김민수 ADB벤처스 심사역, 조윤민 소풍벤처스 파트너 등이 참석했다.
NHarvestX는 농협중앙회가 농식품 분야 청년 창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청년재단,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소풍벤처스 등과 함께 올 5월 새롭게 론칭했다. 이번 데모데이는 1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9개팀이 지난 5개월 간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패널토론에서 투자사들은 현장을 강조했다. 김우영 과장은 “현장에 찾아가서 보고 많이 듣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예컨대 현장에 동떨어진 고스펙의 제품을 만든 다음 적용하려면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상호 간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PoC(개념검증), MVP(최소기능제품) 정도를 가지고 도전하면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 사례가 있다. 김우영 과장은 “제주도 귤이 나오는 시기가 몰려 있다 보니 노동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강원도에서 사람을 데려오기도 한다”면서 “상한 귤을 골라내는 작업은 사람이 육안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인공지능) 비전 기술을 활용한 기업이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해결은 작업자, 농협 관계자들과 오랜 기간 이야기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수십 년 간 해당 작업을 해온 현장에선 문제점으로 인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에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범농협 애그테크 상생혁신 펀드(530억원)를 만들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려고 했지만 대부분 스타트업이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에 갖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해보자는 생각에 다른 기관들과 힘을 합쳤다.
베트남 지역에서 주로 투자를 해온 채승호 상무도 “해외 진출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드릴 말씀은 그들의 삶으로 들어간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 산업을 바라보는 순간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전했다.
김민수 심사역은 “농업이라는 영역 자체가 국가마다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르고 시장마다 가치사슬도 다르다”면서 “개발도상국의 주 비즈니스는 농업이지만 모두 앞선 미국이나 중국 등과 같은 산업화 코스를 밟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농식품 분야 기술 경쟁력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이학종 파트너는 △제2의 농지개혁 △농업의 제조업화 △농업의 바이오화 △농업의 브랜드화 △농업의 금융화 등 5가지를 과제로 들었다. 그는 “규모화된 농장을 짓는 농업인이 있어야 애그테크 테스트베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데모데이에서 발표를 진행한 9개 스타트업은 △애논(아랍에미리트 지역에서 해수담수화와 빗물 저장장치 기술을 통해 물관리 솔루션 제공) △에코텍트(자체 기술로 바닷물에서도 내구성이 강한 대체 플라스틱 에코폼 개발) △올리프(곤충을 활용한 어종 맞춤형 프리미엄 사료 제작) △파이토리서치(농업인도 손쉽게 식물조직배양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구아바즈(국내 최대 규모 구아바 농장 운영) △넷(독자적인 배합기술을 통한 발포정 형태의 토닉워터 개발) △셀씨(버섯 균사체 활용 차세대 단백질 원료 생산) △팀웨일스(유통업체와 농가를 연결하는 플랫폼 개발) △프레시헬스(당뇨환자 맞춤형 커머스) 등이다.
에코텍트와 셀씨는 모두 버섯 뿌리 부분에 있는 균사체에 주목하고 있다. 배지환 올리프 대표와 김연준 파이토리서치 대표 등은 한국농수산대학교 출신이다. 이에 관련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데모데이에서 대상은 파이토리서치가 받았다. 애논과 프레시헬스는 각각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농민 소득 증대와 미래 농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청년들이 농산업에 유입되도록 하는 환경과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국내 농산업 혁신 기업 성장과 발전을 위해 앞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황금빛 기자 gold@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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