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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한계사업 매각 시나리오 무성…'10조 투자' 공수표 되나

Numbers_ 2024. 6. 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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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한계사업 매각 시나리오 무성…'10조 투자' 공수표 되나

극심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LG화학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자금줄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한계사업 정리, 자회사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녹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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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사진 제공=LG화학


극심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LG화학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자금줄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한계사업 정리, 자회사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도 조 단위 투자를 공언한 만큼 유동성 확보가 최대 과제지만 조율 과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약화된 이익창출력, 빚진 돈 15조

 

LG화학은 친환경 소재, 배터리 소재, 신약 개발 등 3대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10조원은 LG화학 몸집에 빗대어 보면 상당한 규모다. 지난해 LG화학 별도 기준 자산총액은 34조965억원으로 총자산의 30%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다. LG화학은 설비투자(CAPEX)에 지난해 3조4000억원을, 올해는 4조원 이상을 각각 투입할 방침이다. 자금조달 방안에 눈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LG화학은 2022년 이후부터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할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건설·가전 등 전방산업 수요 약세, 유가 상승 등에 따라 이익창출력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조6094억원, 2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67.1% 줄어들었다. 순차입금은 2022년 말 7조4522억원에서 2023년 말 12조7861억원으로 가파른 증가 추이를 보였다. 올해 1분기 말 순차입금은 15조4199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몇 개월 사이 빌린 돈이 3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자료=LG화학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최근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규모 설비투자 예고에 따른 차입금 등 재무 부담을 고려한 판단이다.

 

한계사업 매각 타진…"다양한 방안 검토 중"

 

LG화학은 일찌감치 자금 마련을 위한 한계사업 재편에 나섰다. 지난해 9월 IT소재사업부가 담당하던 편광판 사업을 1조1000억원에 중국 기업에 매각한 게 대표 사례다. 지난해부터 충남 대산 비스페놀A(BPA)·페놀 공장을 국도화학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최종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설은 꾸준히 제기된다. NCC는 나프타를 분해해 범용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LG화학 NCC 2공장은 연간 에틸렌 80만톤, 연간 프로필렌 48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이 맞물리며 구조조정 주요 대상으로 지목됐다.

LG화학은 NCC 2공장 매각으로 범용제품 생산 비중을 크게 낮추고 자산 유동화를 확보해 장기 투자가 예정된 신사업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외 업체들과 벌인 매각 협상이 불발되자 쿠웨이트석유공사(KPC)로 눈을 돌렸다.

LG화학은 현재 합작사(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통매각보다는 몸집을 줄여 매수자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현실적인 고육책이다. 현재 여수 NCC를 포함한 일부 석유화학 사업을 분할해 KPC와 함께 JV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석유화학 부문의 자산 15조원 가운데 일부를 자회사로 떼어내 소수지분을 매각한다는 내용이다.

JV 설립이 추진되면 LG화학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약 3조원에 달한다. 당초 올 1분기 중 JV 설립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분할 범위와 지분 가격 등을 두고 협상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NCC의 자산가치를 두고 LG화학과 잠재 매수자 간 의견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LG엔솔 지분매각은 시간문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LG화학으로써는 손쉽게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약 82조7000억원이다. 단순계산으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만 매각해도 LG화학은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가져갈 수 있다.

LG화학은 2022년 1월 기업공개(IPO) 이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한 번도 매각하지 않았다. 최근 시장에서는 LG화학이 홍콩과 싱가포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을 타진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올 5월31일 열린 '2024 아시아석유화학회의(APIC)'에서 취재진과 만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재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했다. 다만 신 부회장이 '현재'라는 전제를 건 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앞서 신 부회장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원료 경쟁력 확보 방안의 일부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을 활용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결국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대두된다. 이와 관련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진 의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높은 순차입금과 올해부터 시행된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추가 납세 부담을 고려하면 매각 실행 가능성은 높다"고 설명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