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CFO 리포트] 은행 해외사업 성공 보상체계에 달렸다

Numbers_ 2024. 6. 18. 12:45

▼기사원문 바로가기

 

[CFO 리포트] 은행 해외사업 성공 보상체계에 달렸다

2030년 국내은행 해외비중 목표 30%도 부족해외사업 실패 위험 상응 보상시스템 갖춰야2023년 더뱅커(The Baker)가 발표한 세계 은행 순위에서 자산이나 자본 기준으로 50대은행에 포함된 국내은행은

www.numbers.co.kr

 

2030년 국내은행 해외비중 목표 30%도 부족
해외사업 실패 위험 상응 보상시스템 갖춰야

 


2023년 더뱅커(The Baker)가 발표한 세계 은행 순위에서 자산이나 자본 기준으로 50대은행에 포함된 국내은행은 없다. 자본건전성 기준으로 KB금융이 60위 신한금융이 63위이고 총자산 기준으로 KB금융이 64위 신한금융이 66위 수준이다. 저평가된 국내 주식시장을 감안하면 시가총액기준으로는 아마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더 형편없는 수준일 것이다. 은행업은 기본적으로 내수산업특성이 강하고 그 나라 경제규모와 인프라 발전수준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글로벌 10대 경제대국 반열을 오르내리는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세계 금융시장내 존재감이 너무 떨어진다.

2024년 3월말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해외 종속기업 자산은 약 113조원이며 총자산의 5.6%로 전년 동기대비 3% 성장했다. 4대 은행이 금년 1분기에 해외 종속기업을 통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1900억원으로 은행 전체 순이익의 6.8% 수준이다. 1분기 ELS 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이익 감소 영향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의 손익구조가 지나치게 국내에 편중돼 있는 것은 확실하다.

4대 시중은행 중 해외부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한은행의 2024년 1분기 해외 종속기업 순이익이 14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 이상 증가했다. 신한은행 1분기 전체 순이익의 18.2%에 달하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해외 종속기업 자산비중은 은행 총자산의 8.3%로 여전히 10% 이하에 머물러 있다. 얼마전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은 해외 투자자 대상 IR에서 2030년까지 해외부문 순이익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해외부문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다른 경쟁 시중은행들도 해외부문 비중이 은행 전체 실적의 5~6%대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모두 2030년까지 해외실적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큰 포부로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중이지만 아직 성과는 크지 않다. 참고로 2030년 해외부문 중장기 수익목표 비중을 KB금융 30% 하나금융 40% 우리금융 25%로 계획하고 있다.

국내 인구증가가 역성장하고 경제성장율이 2%대 이하로 추락하여 저성장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그동안 은행들도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로 해외진출 전략을 꾸준히 시도해 왔지만 여전히 기대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금융업을 하는 것은 벤처기업에 맞먹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국내 시장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는 아주 고위험 사업이다. 관습과 법령이 다르고 사람들의 경제활동 양태와 생각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금융사 해외진출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투자기간이 보통 10~20년은 족히 소요된다. 그 마저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이처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성공 확률도 낮은 사업영역을 강제적 인사명령이나 특별한 개인적 이해 동기 없이 책임지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설 임직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익숙한 국내시장에서 나름 성공해 인정받고 있는 우수 임직원이 전혀 다른 환경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을 스스로 맡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선택하는 모험이다. 금융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 정치 법령은 물론 노동 문화 금융거래 관행 등 생각지도 못한 장애요인과 불확실성이 너무도 많다. 국내 사업보다 해외 사업의 성공 확률이 더 낮을 수밖에 없다. 경영자 입장에서 국내와 해외사업 중 어디에 더 우수한 자원을 배분해야 하고 성과보상을 어느 쪽에 더 높게 가져가야 하는 지 등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불행히도 지금까지 상당수 우리 금융기관들은 위험과 보상이 합리적으로 매칭돼 운용되지 않았다. 인적 역량이 핵심 경쟁력인 금융업에서 우수 자원 투입이 어렵다면 실패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내 본사 CEO 눈에 자주 띄는 자리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해외에 나가 성공 가능성도 낮은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외에서 일하는 것이 특혜로 인식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보상 관행 때문에 해외사업의 실패 확률만 더 높인다는 걱정을 하던 때도 있었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사업에 실패하고 성과가 부진한 이유는 많다.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서두르거나 부실하고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결단한 과도한 자신감이 화근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해외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위험과 보상을 일치시키는 합리적 보상체계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사업 담당을 보임 받아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하면 책임지고 물러나는 페널티성 보상시스템이 사업 성공보다 실패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사업성공은 불확실성으로 위험이 높은데 성과보상은 성공하면 평균수준이고 실패하면 무한책임이 미리 확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임직원 입장에서 해외사업은 고위험 저수익 사업 영역이다. 고위험 저수익 사업은 실패한다. 사업이 성공할 경우 상응하는 충분한 보상이 명시적으로 제시돼야 동기부여가 된다.

위험과 보상의 일치는 금융상품 선택시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근본원리가 위험과 보상의 합리적 매칭이다. 기업의 사람관리도 동일한 원리가 작동한다. 어느 조직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하는 일이 사업성공의 관점에서 얼마나 위험한 지를 따져서 보상체계를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국내 금융지주들은 소유가 분산되어 지배주주 없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 경영자들이 장기적 성과를 염두에 두고 자본과 우수 인적자원을 해외사업에 우선 배분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해도 10~20년 후에나 성패를 확인할 수 있다. 사업을 성공시킬 묘안을 고민하기보다 안되는 이유를 찾는데 익숙해진다. 하지만 안되는 이유를 찾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잘 되게 할지를 고민해야 사업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영은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금융그룹 중 해외 비지니스를 가장 잘 한다는 평가를 받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박현주 회장이 오너이다. 미래에셋의 해외사업은 오너인 박회장이 긴 호흡으로 책임지고 진두지휘한다. 위험이 도사린 신사업 추진과 위험이 검증된 기존 사업에 대한 평가 보상체계가 달라야 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