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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혁신없는 인터넷전문은행 증설 실익없다

Numbers_ 2024. 6. 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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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혁신없는 인터넷전문은행 증설 실익없다

경쟁자수 확대만으로 금융 양극화 해소 어려워특화된 대안 신용평가모델 구축이 핵심 경쟁력금융당국이 금년 하반기 중에 제4 인터넷뱅크 추가 허용을 예고하면서 신한, 우리 등 시중은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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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수 확대만으로 금융 양극화 해소 어려워
특화된 대안 신용평가모델 구축이 핵심 경쟁력


금융당국이 금년 하반기 중에 제4 인터넷뱅크 추가 허용을 예고하면서 신한, 우리 등 시중은행까지 가세한 4개의 컨소시엄이 신규인가를 경쟁적으로 준비중이다. 기존 인터넷은행 3사가 은행시장 진입에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카카오뱅크에 이어 케이뱅크도 하반기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어 관심이 더욱 뜨겁다. 케이뱅크가 2017년 4월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처음 영업을 시작한 지 7년이 지났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당초 제도 시행 의도대로 안착해 잘 작동되고 있는지는 아직 이견이 있는 것 같다.

2018년 제정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운영 특례법에서 내세운 제도 도입 목적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번째가 ‘중금리대출 부족’으로 심화되는 금융 양극화를 완화하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과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활용해 중저신용의 개인 소상공인 등 신용 중간층의 금리 단층을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해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혁신성 있는 경영 주체들을 금융산업에 참여시켜 정보통신기술과 금융의 융복합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개선되고 가격경쟁을 촉진하는 등 금융산업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는 대부분 동의한다. 이를 근거로 금융당국은 2023년 7월 ‘언제든지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인터넷은행 인가를 ‘상시 신청’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제도 디자인 의도에 비쳐볼 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도 많다. 정보통신, 기술기업, 플랫폼기업, 핀테크 등이 협업해 기존 은행들이 놓치고 있는 새로운 금융시장과 미래 신성장 동력을 만들고 시장 파이를 키우는데 충분한 역량을 발휘했다는 증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차별적 성공을 보여주기에 7년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2024년 3월말 원화대출 69조9449억원(일반은행의 4.6%) 중 주택담보대출이 44.9%로 1년 전보다 11.8%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36.5%로 오히려 0.8%포인트 감소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확대를 안정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2024~2026년 신용대출 평잔 목표를 30% 이상으로 설정했다. 덕분에 2024년 3월말 인터넷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35조원으로 1년 동안 3조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신용대출 비중은 63.2%에서 50.1%로 13.1%포인트 하락했다. 신용위험이 낮은 안전한 담보대출에 끌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금융시장은 전이효과가 매우 빠르고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 펜더믹 이후 시장금리 급등과 고금리 지속으로 금융시장 전반의 중저신용 차주의 연체와 고정이하 여신이 2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금융사들에게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2024년 1분기 저축은행 당기순이익이 1543억원 적자였다. 부동산PF 부실 영향이 크지만 3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마감하고 2023년 3월부터 5분기 연속 적자다. 저축은행은 2024년 1분기 ‘고정이하 비율’도 10.32%로 높다. 수익과 건전성 악화로 2022년 9월부터 저축은행은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2024년 3월말 총대출이 101조3000억원으로 전고점 대비 15조원 줄었고 신용대출도 35조8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 감소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2024년 3월 일반은행 신용카드부문 연체율이 3.1%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보수적인 신용정책으로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카드 단기금융이나 인터넷전문은행의 편의성에 기댄 신용대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저신용대출 목표 달성이 화급한 인터넷은행의 신용평가모델 정합성과 변별력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대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4년 3월말 시중은행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20%로 매우 안정적이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0.64%로 2022년 3월말 0.32% 대비 0.32%포인트 상승하여 시중은행 보다 3배 이상 높고 상승폭도 가파르다.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 연체율도 0.74%로 2022년 3월 0.29% 대비 0.45% 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 연체율은 같은 기간 0.16%에서 0.29%로 0.13%포인트 상승했다.

인터넷은행은 건전성 악화에 대응해 신용평점이 높은 고신용자에 집중하는 것 같다. 2024년 4월 신규취급 일반신용대출 신용평균점수가 카카오뱅크 895점, 토스뱅크 928.7점, 케이뱅크 951.5점으로 상당히 높다. 일반신용대출 신규금리 6% 미만 비중도 토스뱅크 47.5%, 카카오뱅크 63.4%, 케이뱅크 90.4%다. 참고로 시중은행 일반신용대출 신용평균점수는 신한 914.5점, KB국민 915점, 하나 933점이며 일반신용대출 신규금리 6% 미만 비중은 신한 65.6%, KB국민 80.1%, 하나 82.9%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으로 절감된 비용구조를 바탕으로 레거시 은행들이 감당하지 못할 가격경쟁력을 발휘하거나 아니면 신용평가모델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기존 레거시 은행들이 놓치는 타입(Type) 1 오류(우량 차주를 불량 차주로 판단하는 오류) 영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인터넷은행들이 신용리스크 통제가 수월하고 어느 정도 수익 확보도 가능한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통해 기존시장을 잠식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신용평가모델의 정합성과 변별력을 높여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 3사 모두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모델 접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각 회사 사정에 맞게 통신, 이커머스, 쇼핑, 부동산, 가맹점 등 제휴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역량을 높여왔다. 여신심사가 어려웠던 중저신용자나 금융이용 이력,정보가 없는 사람들을 평가해 자금을 공급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신용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연체율이나 고정이하 비율이 시중은행에 비해 추세적으로 높은 것은 대안신용평가모델에 개선할 부분이 여전히 있다는 뜻이다. 복잡하고 다층적 정보 축적과 온오프라인 직간접 경험이 필요한 은행업에서 인터넷뱅크들은 비대면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해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 인터넷뱅크 허용 목적의 하나가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정확한 신용평가를 위한 전문화된 심사방법이 있어야 기존 레거시 은행과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 비대면 프로세스와 IT인프라 구축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플랫폼과 기술기반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특화된 신용평가모델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허용을 위해 기존 인터넷뱅크 3사의 운용 효과를 분석해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예비인가 신청도 한두 달 내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통 레거시뱅크 뿐 아니라 기존 인터넷뱅크 3사가 놓치고 있는 금융 소외 영역을 포용하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를 충분히 살려야 의미가 있다. 단순히 은행시장 참여자수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은 제도 특성상 업무영역이 레거시 은행에 비해 예금대출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의 비즈니스 리스크 분산에 한계가 있는 점은 깊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거시적 금융편익 증진효과는 크지 않는데 금융산업의 리스크만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