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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돈으로 본 민희진

Numbers_ 2024. 6. 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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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돈으로 본 민희진

분쟁 이유는 어도어 급성장…26년 2조원 가치‘競業금지’는 과하지만 ‘주주계약’ 상식적 내용법원도 ‘배신’ 지적 ‘타격’…타협해 실리 찾아야온갖 요인이 뒤엉켜 문제가 생기고 싸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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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이유는 어도어 급성장…26년 2조원 가치
‘競業금지’는 과하지만 ‘주주계약’ 상식적 내용
법원도 ‘배신’ 지적 ‘타격’…타협해 실리 찾아야

 

온갖 요인이 뒤엉켜 문제가 생기고 싸움이 벌어져 핵심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 쉽게 찾아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돈의 논리로, 자본시장의 눈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상대로 싸우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방시혁-민희진 분쟁’의 본질도 핵심은 돈이고 자본시장의 눈으로 보면 잘잘못이 쉽게 가려집니다. 누가 손해를 보는지도 드러납니다.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대표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탈취’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지만 더 들어가면 ‘주주간 계약’에 있습니다.

경영권 탈취를 둘러싼 논란은 민희진이 제기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 판결에서 법원이 민희진의 손을 들어주면서 1차 판정을 내렸습니다. “배신은 있었지만 배임은 아니다.”는 것입니다. 법원도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나가 하이브의 지배에서 벗어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매도하게 함으로써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주주간 계약’은 기업을 새로 창업할 때 주요 주주들끼리 맺는 협약입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있을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당연히 민희진도 신생 엔터테인먼트 회사 어도어 대표를 맡고 18%의 지분을 가지면서 하이브와 주주간 계약을 맺습니다. 주주간 계약은 당사자 외에는 비밀 유지가 기본이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민희진이 대표를 맡고 있는 어도어는 2021년 11월 하이브의 100% 지분 투자로 설립됐는데 처음에는 민희진에게 787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주기로 했다가 지난해 3월 스톡옵션 대신 어도어 지분 18%를 액면가로 주는 것으로 바꿉니다. 이때 주주간 계약이 체결됩니다. 

민희진은 보유지분 18% 중 13%에 대해서는 어도어의 2년간 영업이익 평균치의 13배 값에 총발행주식 수를 나눈 수준으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내년 초 민희진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주식 13%를 1000억원 정도에 사주는 것이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다 하이브는 민희진에게 추가 10%의 주식 보상도 구두 약속했습니다.

하이브와 민희진이 맺은 주주간 계약에는 이 밖에도 18% 지분 중 5%에 대해서는 하이브 동의를 받아야 매각이 가능하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특히 ‘공동매도 청구권’(드래그 어롱, Drag-along) 조항이 있어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50% 이상을 팔 때 민희진 소유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함께 팔 수 있는 권한도 갖습니다. 또 하이브와 민희진의 주주간 계약에는 ‘경업금지’ 조항이 있어 민희진이 어도어 주식을 갖거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동안은 동일 업종에서 창업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3월 이렇게 맺은 주주간 계약을 놓고 채 1년이 안돼 하이브와 민희진은 갈등을 빚고 드디어 경영권 탈취 논란으로까지 비화됩니다.

올들어 민희진은 풋옵션 행사 가격을 기존 영업이익의 13배에서 30배로 높여 달라고 주장합니다. 이 경우 민희진의 어도어 지분 가치는 1000억원 수준에서 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또 경업금지 조항을 ‘노예계약’이라고 비난합니다. ‘공동매도 청구권’ 조항에 대해서도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을 싸게 매각하면 자신이 크게 손해를 본다며 반발합니다.

이것 만이 아닙니다. 하이브가 공개한 민희진과 공인회계사이자 M&A 전문가인 어도어 부대표 사이의 이른바 ‘경영권 탈취’ 관련 카카오톡 대화도 지난 4월 초에 이루어졌습니다. 또 민희진이 벤처캐피탈 투자자 모임에 참석해 “소액주주가 대주주나 모회사의 견제를 뚫고 회사의 실질적 주인으로 자리잡는 것은 자본시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격려받은 시점도 올해 초입니다. 하나같이 진짜 순진한 얘기들입니다.

민희진은 왜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 지 채 1년도 안돼 이렇게 불만이 쌓였을까요? 하이브 주장처럼 경영권 탈취 시도는 아니라고 해도 왜 오해를 살 만한 여러 말과 행동들을 하고 다녔을까요? 이런 말과 행동은 오너 입장에서는 당연히 ‘역린’(逆鱗)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주주간 계약서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민희진이 대표를 맡고 있는 어도어의 경영실적이 ‘4세대 걸그룹’이라는 뉴진스의 엄청난 성과로 빠르게 호전되고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화근입니다. 

2021년 출범한 어도어는 2022년에만 해도 41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33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여기에다 자신의 어도어 지분 가치가 1000억원은 된다고 말한 민희진의 발언을 토대로 유추해 보면 올해 8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증권사는 어도어가 2025년과 2026년에 각 900억~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합니다. 이 정도 이익을 낸다면 엔터 업종의 특성을 감안하면 어도어의 기업가치는 무려 2조원 수준이 될 것입니다. 

이 예상대로 회사가 성장한다면 2021년 11월에 출범한 엔터회사 어도어는 민희진의 탁월한 프로듀싱과 경영으로 5년만에 2조원짜리 회사로 급성장하는 것입니다.

2024년 상반기 엔터업계 뿐만 아니라 경제계 전체를 뜨겁게 달군 ‘하이브 내홍’ 또는 ‘어도어 사태’의 본질은 미래의 2조원짜리 회사를 놓고 벌어지는 분란이고 분쟁입니다. 기업이 급성장하면 주주 간에 분쟁이 벌어지는 것은 필연입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민희진은 법원이 자신의 손을 들어준 뒤 2차 기자회견에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얻기 위한 싸움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어도어의 급성장이 싸움의 본질입니다. 

‘음식필유송’(飮食必有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음식에는 반드시 송사가 따른다는 뜻이지만 돈에도 반드시 송사가 따릅니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습니다. 재벌가에서 부부끼리 형제끼리 부모와 자식 간에 왜 그렇게 싸우겠습니까. 모두 돈 때문입니다. 

민희진도 누구보다 이 싸움의 본질을 꿰뚫고 있고, M&A 전문가든 벤처사업자든 주변에서도 여러 사람이 그를 부추긴 것으로 보입니다. ‘지긋지긋하다’고 했지만 싸울만합니다. 2조원짜리 회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인데 ‘개저씨’든 ‘맞다이’든 비속어가 문제겠습니까?

그런데 민희진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법원이 1차 판정을 내렸으니까 ‘경영권 탈취 시도’는 아니라 해도 주주간 계약에 대한 여러 가지 불만들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민희진의 말대로 회계 및 M&A 전문가인 어도어 부대표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들을 그냥 ‘업무상 푸념’이라고 인정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들인가요?

우선 주주간 계약서에 있는 풋옵션이나 경업금지, 공동 매도 청구권 등은 대부분 통상적이고 상식적입니다.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은 민희진 대표에게 18%의 지분을 액면가에 주고 특히 13%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조건으로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에다 10%의 주식을 더 주겠다고도 했습니다. 프로듀싱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엔터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정도면 결코 섭섭한 수준이 아닙니다. 어도어가 예상대로 2조원짜리 회사가 된다면 민희진은 적어도 2000억원, 잘하면 4000억원 가까이 챙길 수도 있습니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CEO나 전문가 한두사람의 능력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금융업 쪽에서도 수천억원, 수조원짜리 회사를 만든 창업 공신이 돈 한 푼 못 받고 빈손으로 떠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씁쓸하지만 그게 자본주의입니다. 그런 점에서 18%의 지분을 액면가에 준 방시혁은 대인(大人)입니다. 민희진이 평생 감사해야 할 은인입니다.

민희진이 노예계약이라며 반발하는 ‘경업금지’ 조항은 어도어 지분을 1주라도 갖는 한, 대표이사 포함 사내 이사직에 있는 한 동업계에 취업하거나 같은 업종에서 창업하지 못하도록 해 다소 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업금지는 대부분의 주주계약서에 들어가는 내용입니다. 두 자릿수 지분을 액면가로 받는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합니다. 

지난 4월초 M&A 전문가라는 어도어 부대표가 민희진에게 보낸 카카오톡에는 민희진이 풋옵션을 내년 1월에 행사해서 1000억원 이상을 챙겨 나가고 어도어를 빈껍데기 회사로 만들며, 외부에서 투자자를 구하고, 하이브에 어도어를 팔라고 압박하자는 등의 내용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민희진은 ‘대박’이라고 호응하는 데 민희진 말대로 그냥 의미 없는 ‘푸념’이라고 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어도어는 기본적으로 100% 하이브 자회사로 출발해 현재도 하이브가 80%의 지분을 갖습니다. 51%의 지분만 가져도 경영의 전권을 행사하는 게 자본주의입니다. 하이브가, 방시혁이 바보가 아닌 한 이런 모의가 통할 수 없는 게 상식인데 ‘대박’이라고 반응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주주간 계약서에는 민 대표가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배임 횡령 등의 위법행위를 하거나, 중대한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사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더욱이 계약을 위반하면 민희진 지분 18%를 액면가인 30억원 수준에 되사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민희진이 이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어떻게 이런 카톡 대화를 했을까요? 

민희진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희진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민희진은 2차 기자회견에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얻기 위한 싸움인지 잘 모르겠다며 “타협점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답은 민희진 본인 말에 나와 있습니다. 타협해서 실리를 찾는 길밖에 없습니다. 법원이 민희진 대표의 해임은 막아줬지만 이번 사태는 이제 경찰 조사가 본격 시작되는 등 초입 단계입니다. 하이브나 방시혁 입장에서는 배임 등 민희진 대표의 주주간 계약 위반을 법원에서 판결받는다면 민희진에게 돌아갈 2000여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끝까지 가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엔테업종의 특성상 갈등이 오래 지속될수록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결국 금전적 손해로 돌아온다는 점은 민희진에게 다소 희망적입니다. 무엇보다 여론의 절대적인 응원이 민희진에겐 큰 우군입니다.

서로가 타협하고 노력해서 어도어의 기업가치가 2조원 수준만 된다면 민희진 대표도 최소 2000억원, 잘하면 4000억원 정도까지 챙겨 나올 수 있습니다. 이 돈으로 다시 자기 사업을 하면 됩니다. 

다만 앞으로는 외부 투자자를 구하는 일은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태 이후 만나본 시장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배신하고 뒤통수치는 사람한테는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민희진이 이번에 가장 크게 잃은 것은 바로 자본시장의 신뢰입니다. 두고두고 민희진에겐 상처로 남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민희진이 뭐를 하든 앞으로 자본시장에서 펀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업 오너를 가까이에서 오래 모신 CEO나 임원들이 우스갯소리로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오너의 욕심, 오너의 의심, 오너의 변심입니다. 오너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아직은 젊은 민희진 대표가 앞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참고할 만합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해 금융과 법률에 대한 상식이 없다고 자인했지만 민희진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더 공부하길 바랍니다. 

아울러 너무 슬퍼하지도 마시길. 셰익스피어의 비극작품 ‘맥베스’에는 너무도 유명한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인생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 자기가 맡은 시간만은/ 무대 위에서 거들먹거리고 돌아다니지만/ 그것이 지나가면 얼마 안 가서 잊혀지는/ 가련한 배우일 뿐.”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