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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보험사 CSM이 전부 아니다

Numbers_ 2024. 6. 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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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보험사 CSM이 전부 아니다

K-ICS비율 해약환급금준비금도 살펴야상황 논리로 운영원칙 허물지 않아야“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 장편소설 ‘안나 카레리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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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S비율 해약환급금준비금도 살펴야
상황 논리로 운영원칙 허물지 않아야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 장편소설 ‘안나 카레리나’ 첫 구절이다. 나처럼 소설을 끝까지 다 읽어보지 못한 사람도 알고 있을 정도로 널리 회자되는 문장이다. 행복한 가정이 되려면 필요한 여러 요건이 있다. 그 중 어느 하나라도 엇나가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행복한 가정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가 보다.

 

요즘 우리 보험사 경영환경을 보면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 생각난다.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으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가 CSM(Contract Service Margin)이다. CSM이 보험사 장래 이익을 가늠하는 지표로 간주되고 모든 경영활동이 CSM 확보로 모아진다. CSM만 확보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듯했다. 하지만 행복한 보험사 조건이 CSM만은 아니다. 신회계제도 도입과 함께 작년에 시행된 킥스(K-ICS, 신지급여력제도)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도 보험사 경영에 큰 영향을 준다.

 

올해 6월 캐나다에 이어 유럽연합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금리정책 추세전환(Pivoting)을 시작했다. 미국 한국도 경기하락

으로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면 보험사 자본관리에 관심이 커질 것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는 시가부채가 자산보다 더 크게 증가하여 자본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듀레이션 갭과 K-ICS비율 등을 챙겨봐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매각이 급한 KDB생명은 최근 산업은행을 통해 3000억원의 자본확충을 추진 중이다. KDB생명 MG손보 ABL생명 등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보험사 대부분은 K-ICS 비율이 좋지 않다.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보험사 뿐 아니라 상장 대형사 중에도 K-ICS 비율이 빠듯한 회사도 다수 있다.

 

2024년 1분기 현대해상의 장기보험 CSM은 전년말 대비 420억원 증가한 9조2000억원이다. 신계약 CSM이 4050억원 증가했지만 경험조정 2000억원 상각 2390억원 등으로 차감돼 증가폭이 줄었다. 반면 현대해상 K-ICS 비율은 167.8%로 전년동기 대비 5.4%포인트 하락했다. 회사 IR자료에서 2024년 3월말 기준 금리민감도는 금리 1%포인트 하락시 K-ICS비율이 11.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 1%포인트 하락시 자산은 3조2000억원 증가하고 부채는 4조2000억원 늘어 자본이 7000억원 감소한 결과다.

 

현대해상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Duration Gap) 구조상 향후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K-ICS비율이 규제 가이드라인 150%에 근접하게 된다. 보완자본 확충 등 선제적 자본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한화생명 역시 2024년 3월말 CSM 잔액이 9조2440억원으로 1분기중 60억원 소폭 증가에 그쳤다. 반면 2024년 3월말 듀레이션 갭이 0.58년으로 전년동기 대비 0.38년 축소됐다. 부채증가로 K-ICS비율은 같은 기간 184%에서 174%로 10%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금리하락기를 앞두고 M&A 시장에 나와 있는 보험사들도 괴롭겠지만 지급여력이 부족한 다른 보험사들도 사전 자본관리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들어서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하 ‘해약준비금’)’이 논란거리다. IFRS17 시행으로 ‘최저준비금’ 제도가 폐지된 부작용을 보완하려고 ‘시가부채’가 ‘해약환급금’과 ‘미경과보험료’를 합친 금액보다 적은 부족분을 ‘해약준비금’(법정준비금)으로 이익잉여금계정에 적립하도록 했다. 경제적 가정(할인율)과 계리적 가정(위험율, 해약율 등)이 바뀌면 시가 보험부채가 변동하게 되고 계약해지시 돌려줄 해약환급금이 부족해 뱅크런(Bank Run)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준비금 항목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보험사 건전성이 악화되고 시장금리는 급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 경영상태는 악화되는데 금리(할인율) 상승으로 시가부채가 줄어들면 회계상 자본은 증가한다. 보험사가 해약환급금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보유자산이 줄어들 수도 있다.

 

또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해도 역시 시가부채 규모가 줄어든다. 시가부채 감소로 K-ICS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해약환급금이 부족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해약준비금’ 신설은 경제적 가정이나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보험사의 시가부채가 해약환급금 적립액 보다 작은 경우 그 차액(부족액)이 회사 밖으로 유출(배당 등)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조치다.

 

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으로 ‘해약준비금’을 손금산입하여 세금은 면제해 주고 상법상 법정준비금으로 분류하여 ‘배당가능이익’ 산출시는 제외하도록 했다. 또 감독회계기준(SAP)과 건전성회계기준(PAP)으로 산출한 ‘해약준비금’의 차이는 K-ICS비율 산출시 보완자본으로 분류하여 자본성을 낮게 평가하는 등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산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4년 1분기 한화생명의 ‘해약준비금’ 추가적립액이 9075억원으로 당기순이익 6162억원보다 많다. 현대해상 역시 추가적립액이 5528억원으로 당기순이익 4772억원를 초과했다. 신한생명 추가적립액은 3334억원 순이익은 1557억원이며 KB생명은 추가적립액 1432억원 순이익 1053억원이다.

 

이들 모두 1분기 ‘해약준비금’ 추가적립액이 당기순이익 보다 많다. ‘해약준비금’은 기업회계에서는 비용처리를 하지 않고 재무상태표상 이익잉여금만 부풀려지지만 세무회계에서는 손금산입으로 과표에서 제외된다. 보험계약자 몫으로 떼어놓은 장래비용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보험사 순이익이 급증했음에도 상응하여 세수 증대로 연결되지 않자 세무당국이 원인을 뜯어보면서 ‘해약준비금’이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조치가 나올지 궁금하다. 또 ‘해약준비금’은 배당가능이익을 산출할 때 대상에서 제외한다. ‘해약준비금’ 규모가 증가하면 배당가능이익도 축소된다.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 분위기 확산에 편승해 ‘해약준비금’을 배당가능이익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24년 1분기 ‘해약준비금’ 적립 잔액은 5대 생보사(한화 신한 KB 농협 미래, 삼성과 교보는 적립 안함)가 10조354억원이며 5대 손보사(삼성 DB 현대 KB 메리츠)는 12조634억원이다. 상위 5대 생손보사 ‘해지준비금’ 잔액이 22조988억원이며 금년 1분기중 추가적립 규모만 8조 686억원에 달한다. 세원 확대를 고민하는 세무당국이나 배당 확대에 목을 매고 있는 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IFRS17 회계제도 K-ICS 비율 해약준비금 등 제도시행 초기단계의 혼란이 정리되고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야 모두가 행복해진다.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보험사 경영은 지속가능성 확보에 실패할 것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