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지원군' 필요했나...SK E&S '3조 현금' 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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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지원군' 필요했나...SK E&S '3조 현금' 두둑

 

SK서린빌딩 /사진=최지원 기자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SK그룹의 확장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신규 먹거리로 기대가 높은 배터리 사업이 성장하는 데 공을 세웠다. 자회사 SK온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룹은 이처럼 사업을 잘게 쪼개며 계열사를 늘려 확장을 도모했다.

그러나 지배구조를 흔드는 대내외 리스크가 불거지며 그간의 방식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SK온의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SK이노베이션의 부담도 장기화되고 있다. SK그룹은 새로운 생존전략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내부 검토 중이라고 알려진 합병 소식도 이런 상황이 배경이다.

 

계열사 증식 한계…새로운 생존전략 고민

SK그룹은 그동안 계열사 분할로 신규 먹거리를 늘리는 경영전략을 구사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21년 물적분할을 단행해 배터리 전문업체 ‘SK온’과 석유개발(E&P) 기업 ‘SK어스온’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분열을 통한 성장전략은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에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에 따른 이차전지 사업 기대감 등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전략도 각종 문제에 맞닥뜨렸다. 무엇보다 기대가 높았던 이차전지 신사업은 캐즘(일시적 수요정체)를 맞았다. 캐파(생산능력)가 자리 잡기까지 꾸준히 자금을 투입하는 가운데 부담도 누적됐다. SK온은 설립 이후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고민의 중심에 있다. 이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그룹 전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그룹은 새로운 생존전략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재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소식이 흘러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해명 공시에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하며 부인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외형성장에 집중했던 투자전략이 방만경영의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SK그룹은 이전과 다른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각종 사업 재편과 생존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다. 회의는 그룹 경영의 방향성을 정하고 개편전략을 세우기 위해 개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자(CEO) 간 토론이 일정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자산 주목' SK E&S, 구원투수 오를까

 

 

SK그룹 경영전략회의의 중대 관심사로는 실적이 부진한 SK온 지원방안을 꼽을 수 있다. SK온의 재무건전성은 지속적인 적자로 악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결손금 2조5284억원을 기록했다. 캐파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오면서 부채도 크게 늘었다. 부채총계는 2021년 말 연결기준으로 6조8579억원이었지만 올 1분기 말에는 242.5% 증가한 23조4908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여전히 SK온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SK온은 올해도 7조5000억원의 자본적지출(CAPEX)을 예고했다. SK이노베이션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말 부채총계는 55조618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SK E&S와의 합병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K E&S가 합병 대상으로 거론된 배경으로는 안정적 실적에 따른 풍부한 유동자산을 꼽을 수 있다. 비상장사라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에 부담이 작다는 것도 장점이다. SK E&S의 2022년, 2023년 연결기준 매출은 각각 11조5409억원, 11조1672억원으로 2년 연속 11조원을 넘겼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조7111억원, 1조3317억원으로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5693억원, 457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5.2%, 94.9% 증가하는 호실적을 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1분기 말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5조1431억원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현금자산만 3조2465억원을 쌓았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합병 이슈 관련 공시에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한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