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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판결]⑩ 로직스 공장 바닥서 확보한 18TB 서버..."왜 증거로 못 쓸까?"

Numbers_ 2024. 7. 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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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심 판결]⑩ 로직스 공장 바닥서 확보한 18TB 서버..."왜 증거로 못 쓸까?"

자본시장 사건파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일부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지난 2월 이 회장에게 적용된 19개 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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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그래픽=박선우 기자, 자료=게티이미지뱅크·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일부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이 회장에게 적용된 19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박정길 부장판사)는 "검찰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 이 사건 영장에 기재된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을 위반했다"는 등의 지적을 했다. 판결문에는 100쪽 이상에 걸쳐 '위법수집증거 목록'이 기재돼 있는데, 아래 자료와 관련된 것들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8테라바이트(TB) 백업 서버
·삼성바이오에피스 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NAS) 서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휴대전화에서 추출된 문자메시지 등


검찰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판결문에서 확인해 봤다.

 

"증거 선별해 복제·출력해야"

 

검찰은 2019년 5월 7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을 압수수색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3공장 회의실과 1공장 통신실 바닥 아래에서 메인 및 백업 서버, 외장하드 2대, 업무용 PC 26대 등을 발견하고 저장매체 자체를 봉인해 반출했다.  

얼마 뒤, 검찰은 로직스 측에 로직스 서버 등은 증거은닉죄의 증거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장매체 자체와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하겠다고 통지했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정보저장매체 자체가 증거은닉의 증거물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가 증거은닉의 증거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검찰과 다르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 사건 또는 징계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했을 때 성립되는 범죄로, '타인의 형사 사건 또는 징계 사건과 관련된 증거'만 선별해 복제·출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영장의 '압수할 물건'에도 정보저장매체와 그 안에 저장된 자료가 별도 항목으로 기재돼 있고, 전자정보 압수의 경우 혐의 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 압수할 수 있다는 것이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영장에 비춰봐도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부를 선별 과정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전자정보 탐색 및 선별 과정에서 피의자와 변호인 측의 참여 기회가 보장되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변호인 등에게 참여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영장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무분별한 압수와 임의적인 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영장 집행 과정에서 저장매체 복제 등의 과정에만 변호인 참여가 허용됐다"고 했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삼성바이오에피스 NAS 서버 역시 압수 과정에서 별도의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에피스 서버 상세 목록에는 '휴직복직관리 기준.gul', '국내출장기준.gul' 등 혐의 사실과 관련 없는 자료들도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에피스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 중 관련성 있는 전자정보만을 선별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하지만 그러한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가족 간 메시지, 경조사 공지도 압수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들도 비슷한 이유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이 피고인들의 변호인 측에 제공한 파일에는 가족들과 주고받은 사적인 메시지, 경조사 공지 등 혐의 사실과 무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압수된 전자정보 상세 목록이 장 전 차장에게 제공되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압수된 전자정보 내역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춰 보면, 상세 목록이 제공되지 않은 것은 장 전 차장의 권리보호를 위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자료=이 사건 1심 판결문


'재전문진술이 기재된 서류에 해당한다'며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자료들도 있었다.

재전문진술은 A씨가 B씨에게 말하고, B씨가 C씨에게 다시 그 내용을 전달한 경우 C씨가 진술한 것을 의미한다. 법률사무소 충용의 이충용 변호사는 "재전문진술은 경험적 사실을 경험자가 직접 법원에 진술하지 않고 다른 형태로 간접적으로 보고하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전문증거는 그 과정에서 진술이 오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법적으로 증거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재전문진술에서 C씨의 진술은 피고인이 그 진술에 동의하지 않는 한 피고인의 유죄 입증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11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