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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공통 키워드로는 버거와 테크, 경영 공백, 계열분리 등이 거론된다. 이 중에서도 최근 둘의 행보로 미뤄 식음 현장에 기술적 요소를 더한 푸드테크가 화두다. 허 부사장과 김 부사장 모두 그룹 업무에 복귀한 지 4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형제들 사이 생존을 위한 경쟁력으로 ‘첨단기술’을 낙점했다는 평가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허 부사장은 생성형 AI, 김 부사장은 로봇에 집중해 역량 검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주력 계열사로는 각각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와 한화로보틱스가 꼽힌다.
AI가 만든 아이스크림과 로봇이 굽는 피자
먼저 비알코리아의 전략총괄임원을 담당하는 허 부사장은 배스킨라빈스 메뉴 개발 과정에서 구글과의 연계를 늘리고 있다.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챗GPT와 제미나이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신메뉴를 개발하거나 현장에서 고객 맞춤형 메뉴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지난 15일 출시한 ‘트로피컬 썸머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비알코리아는 상품 기획에 맞는 원료나 재료 등을 제미나이에 질문한 뒤, 답변에 따라 비주얼과 맛 구성을 설계했다. 여름 시즌 인기 검색 키워드까지 반영해 배스킨라빈스 만의 제조 노하우로 개발을 완료했다.
허 부사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열린 상품 출시 행사에서 “배스킨라빈스는 앞으로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등 차세대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브랜드 변화와 혁신을 실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2월 허 부사장이 주도해 선보인 해당 워크샵 매장은 AI 역량의 집합체다. 여기서 운영되는 '배스킨라빈스 AI NPD(New Product Development)' 시스템은 SPC그룹의 정보통신 계열사 섹타나인이 관리하는 해피포인트 멤버십 데이터를 토대로 챗GPT와 협업해 신제품을 구현한다. 섹타나인 역시 허 부사장이 신사업을 맡고 있어 향후 AI 시너지를 이끌 계열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허 부사장이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푸드테크를 내세운다면 김 부사장은 하드웨어를 활용한 푸드테크에 좀 더 가깝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을 맡으며 로봇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기존 승계 구도로 굳혀졌던 외식, 백화점, 레저 등 전통 유통업을 벗어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김 부사장의 행보는 거침없다. 2월 한화푸드테크의 출범과 함께 미국 로봇피자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고 4월 서울 용산구에 조리 로봇을 도입한 파스타엑스를 오픈했다. 이어 5월 경기도 판교 한화로보틱스 사옥 인근에 한화푸드테크 R&D 센터를 개소하며 시너지를 예고했다. 내부적으로는 내년 스텔라피자 오프라인 출점을 목표로 한화로보틱스 및 한화푸드테크 인력이 긴밀히 협력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푸드테크에 진심인 이유
두 사람의 푸드테크 경영 행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를 국내에 안착시켰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허 부사장은 2016년 쉐이크쉑을, 김 부사장은 지난해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왔다. 쉐이크쉑 국내 1호점인 강남점의 경우 전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1주년을 맞은 파이브가이즈 역시 국내 4개 매장 모두 글로벌 톱10에 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외식 프랜차이즈 역량을 입증한 셈이다. 그럼에도 첨단 기술을 융합해 경영 보폭을 확대하는 데엔 신사업이라는 명분 외에도 그룹 내 불안정한 입지가 한몫한다는 평가다. 허 부사장과 김 부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느즈막이 복귀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허 부사장은 2018년 그룹을 떠나 2021년 11월 섹타나인 신규사업부 임원으로 복귀했고 김 부사장은 2017년 퇴사했다가 2020년 12월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 담당으로 재입사했다.
모두 4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그룹 내 입지를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형제 승계 구도에서 이들이 물려받을 사업의 경중을 비교하더라도 ‘푸드테크' 경쟁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판단이 깃든 것으로 보인다.
허 부사장은 2형제 중 차남, 김 부사장은 3형제 중 삼남이다. SPC그룹은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지주사격인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을 물려받고, 허 부사장이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핵심인 신재생에너지·방산·항공우주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을, 김 부사장이 유통 및 로봇을 챙기는 구도다.
두 그룹 모두 승계 구도가 비교적 명확한 탓에 형제간 분쟁의 여지는 적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계열분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허 씨 형제의 경우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의견이다. 허 사장의 파리크라상과 허 부사장의 비알코리아는 지분 관계가 얽히지 않은 탓에 분리가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파리크라상에 속해있던 쉐이크쉑 한국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독립 법인을 세우고, 앞서 8월 비알코리아 배스킨라빈스 부문과 섹타나인만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SPC2023’ 신사옥으로 이전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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