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반도체 장비기업 주성엔지니어링, 현금 대폭 줄어든 배경은?

Numbers 2023. 12. 1. 09:11

주성엔지니어링 용인 R&D 센터 전경. (사진=주성엔지니어링)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의 현금 보유량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줄었다. 반도체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이 심화하면서 주성엔지니어링의 주력 반도체 장비 판매가 감소하는 등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올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량을 크게 늘린 여파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성엔지니어링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각각 861억원, 6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79.7% 줄었다.

전년 대비 악화된 실적과 함께 현금흐름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주성엔지니어링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69억원으로 부진하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 271억원으로 비교적 양호했던 수치는 올해 2분기 -449억원으로 크게 꺾이더니 3분기에도 -291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에비타(EBITDA)도 올해 3분기 누적 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1084억원보다 78.2% 부진하다.

유출되는 현금이 늘면서 주성엔지니어링의 재무상태표에 찍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규모도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말 1210억원 규모였던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초 1390억원으로 늘었다가 2분기 788억원으로 감소한 뒤 3분기에는 472억까지 감소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20년 이후 현금을 크게 늘리는 재무 전략을 펼치며 1000억원이 넘는 보유량을 유지해 왔지만, 올해 들어 유동성이 고갈되는 흐름이 눈에 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음수라는 말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빠져나가는 현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70억원으로 1년전 같은 기간 847억원에서 대폭 줄어든 영향이 크다.

(단위:십억원,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이는 주력 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공급량이 감소한 여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장비 매입을 포함한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감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현금 원가 수준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올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장비 고객인 LG디스플레이 역시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실적 악화와 더불어 지난해 대규모 실적에 따른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따른 부담도 현금 유출을 키운 원인이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186억원 정도가 활용되며 현금 규모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에는 2022년 결산 배당으로 약 93억원을 배당금으로 사용했다. 이어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총 93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추진했다. 지난해 매출 4379억원 영업이익 1239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배당 부담이 커졌다.

현금 유출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주성엔지니어링의 실적도 반등할 전망이다. 주력 고객사인 SK하이닉스가 D램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 확대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확대되는 해외 매출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 비중은 국내가 18.6%, 중국이 81.1%다. 금액으로는 국내 218억원, 중국 1137억원으로 격차가 크다.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지만, 중국 매출은 비교적 감소폭이 크지 않았던 결과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4년부터는 미국과 대만 신규 고객사 확보에 따른 매출 발생, 태양전지 신규 장비 출시로 영업이익률이 20% 후반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객사와 제품 라인업 확대로 내년 매출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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