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의 유동성 리스크가 재점화되고 있다. 올해 실적 부진으로 4개 분기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무 부담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다올투자증권은 다올인베스트먼트(현 우리벤처파트너스)와 다올신용정보 등 자회사를 잇달아 매각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동성 위기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다올투자증권의 기업신용등급(ICR)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투자은행(IB)부문 수익 급감으로 영업실적이 저하된 점과 부동산 PF 등에 따른 건전성 부담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올투자증권은 현재 영업활동을 통해 유의미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IB 부문의 수익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은 리테일 규모가 작고 PF 사업 등 IB 부문에서 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사업구조상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부동산 경기 시장이 침체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고 유동성 위기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2022년 기준 다올투자증권 영업이익의 70%는 인수주선에서 발생했다. 인수주선 수수료는 부동산PF 사업과 연관된 이익이 대부분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5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115억원, 2분기 228억원의 영업손실 등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엔 324억원의 영업손실과 124억원의 순손실을 내고 있다.
문제는 과중한 우발채무다. 다올투자증권의 올 9월 말 우발채무 규모는 5554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74.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 및 기업여신 규모가 4829억원(자기자본 대비 64.7%)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한 점을 감안할 때 재무적 불안감이 여전히 큰 셈이다. 우발채무란 현재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가까운 장래에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다.
건전성 지표도 눈에 띄게 악화됐다. 그간 다올투자증권은 지방 사업장 PF론에 대부분 후순위로 참여해왔는데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미분양 등으로 사업성 악화가 진행되면서 다올투자증권의 건전성도 악화됐다. 올 3분기 현재 다올투자증권의 수정NCR(순자본비율)과 순자본비율은 172.7%, 274.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말(280.5%, 403.9%) 대비 대폭 하락한 수준이다.
NCR은 은행의 BIS(자기자본) 비율처럼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간주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올투자증권은 코로나19로 저금리 기조를 타고 유동성이 풀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이룰 당시 PF사업을 크게 확장했다”면서 “그러나 팬데믹 이후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화 되면서 지방 등 사업장이 어려워지면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희망퇴직과 인력 감축에 이어 벤처캐피탈사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각하기도 했다. 올해도 다올신용정보를 매각하고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에 힘 쓰고 있지만 여전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태국 법인 다올타일랜드는 원하는 밸류를 제시한 인수 후보가 없어서 딜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IB업계 주요 관계자는 “지난해 다올투자증권이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각해 유동성을 일부 확보했지만 실적 부진 등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PF 대출이 지방 사업장이 많은 데다 당분간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턴어라운드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전망으로 재무적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태국 법인 등 자회사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당장 원매자가 없는 만큼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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