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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M&A’ 입질할까

Numbers_ 2024. 8. 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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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M&A’ 입질할까

에어프레미아의 지분 매각이 예고된 가운데 제주항공이 여기에 눈독을 들일지 주목된다. 그동안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되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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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의 지분 매각이 예고된 가운데 제주항공이 여기에 눈독을 들일지 주목된다. 그동안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되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장 의지를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 1·2대 주주인 AP홀딩스·JC 컨소시엄은 이르면 내년 초 지분을 매각한다. 현재 에어프레미아의 최대주주는 AP홀딩스지만 JC파트너스와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경영하기 때문에 합산 지분이 매물로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홀딩스·JC 컨소시엄의 지분율은 약 74.7%다.

상세한 일정을 정해지지 않았으나 AP홀딩스·JC 컨소시엄은 2025년 초중순께 공개경쟁입찰(공개매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A 관계자는 "AP홀딩스·JC 컨소시엄이 함께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내년 초중순께 매각할 예정"이라며 "현재 최대주주인 AP홀딩스가 JC파트너스의 잔여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지만 에어프레미아가 새로운 대주주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영권 지분이 매물로 나오면서 유력한 매수 후보로 제주항공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지난 4월부터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전에 의지가 없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객 항공사 위주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꾸준히 나왔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자리한 티웨이항공 등이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당시 “티웨이항공 대주주 JKL이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며 “제주항공이 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지난 7월 임직원에게 필요시 M&A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미의 CEO 메시지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배 대표는 해당 메일에서 "PEF가 투자자로 항공사에 들어가 있으니 언젠가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할 것이다”라며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발언은 LCC 업계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대한항공와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한 LCC가 출범한다. 이들 LCC 3사의 작년 매출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2조4786억원으로 LCC 업계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는 기존 LCC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제주항공의 매출액인 1조7240억원을 훌쩍 웃도는 규모다. 제주항공은 통합 3사 LCC 출범 시 업계 1위 자리를 내줘야 한다.

제주항공이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게 된다면 통합 3사 LCC와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는 상황이다. 에어프레미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750억원 수준이다. 제주항공 매출과 단순 합산 기준 2조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단거리 노선 중심의 제주항공이 미주·유럽 등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할 경우 노선을 확대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제주항공은 다른 LCC들이 장거리 노선을 확대할 때도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중장거리 노선까지 취항지가 더 확대된다면 탑승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741만여 명의 국제선 탑승객을 운송했다. 같은 기간 에어프레미아의 전체 탑승객은 67만1500명이다.

특히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주요 매출처로 두는 항공사는 계절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노선을 운항해 비수기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 편이다. 다만,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은 봄이나 여름철 휴가에 탑승률이 높아 계절적 영향이 큰 노선에 속한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뉴욕·샌프란시스코,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장거리 여객 노선 취항지를 두고 있다. 이 중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 승객(15만8600명)이 지난해 기준 가장 많다. 미국 뉴욕(7만700명)과 독일 프랑크푸르트(5만6500명), 스페인 바르셀로나(1만9400명) 등 특화 노선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장거리 노선인 LA, 뉴욕,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오슬로(7800명), 앙카라(5000명), 호놀룰루(300명) 노선의 여객이 31만8300여명으로 전체 탑승객의 47.4%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양사의 인수합병 성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대형항공사(FSC)와 하이브리드 저비용항공사(HSC) 모델이 될 수 있는 기회다 보니 제주항공도 관심을 가질만 한 것“이라며 “합병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주항공이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한 사업 전략을 갖고 있는 점 등은 변수로 꼽힌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취임 2주년이던 2022년 기자간담회에서 "신기종을 도입해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항공업계 2위 사업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심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장 잘하고 자신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다른 LCC들이 관심을 보이는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보다는 중단거리 노선에 비중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CEO 메시지는 M&A와 특정 항공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며 “통합 3사 LCC, PEF 운용사의 엑시트 등 변화하는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CC 본연의 모델인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