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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한양학원이 2450억원을 써낸 KCGI를 한양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가운데 매각 작업 완료 시 계열 회사들의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양증권 매각이 공식화된 것은 한양학원이 영리 목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한양대병원과 HYD한양(옛 한양산업개발)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이뤄지고 있어서다.
한양대병원 유동비율 61%…HYD한양도 101% 불과
9일 한양학원 감사법인인 신한회계법인에 따르면 한양대 의료원의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는 1565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동부채는 만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은 빚으로 연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다. 반면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1000억원도 채 안되는 948억원에 불과했다.
이를 토대로 한양대 의료원의 유동성 비율을 계산하면 60.6%로 집계된다. 유동성 비율은 유동자산 대비 유동부채 비율을 나타낸 지표로, 수치가 크면 클수록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상적인 기준선은 200%를 넘어야 한다. 즉, 한양대 의료원은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연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상태라는 이야기다.
유동자산을 포함한 한양대 의료원의 총자산은 2578억원이다. 유동부채를 포함한 총부채는 이보다 더 많은 3165억원이어서 결손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은 (-)58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2022년 (-)449억원보다도 커졌다.
한양대병원은 코로나19가 종식 됐음에도 의료파업 등으로 인해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간 결산 손익계산서를 보면 의료수익은 5617억원인 반면 의료비용은 인건비 등을 포함해 5744억원을 기록하면서 127억원 적자를 냈다. 당기순손실 금액은 139억원으로, 적자폭이 5.3배 증가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HYD한양도 유동자산 1888억원, 유동부채 1859억원 등을 토대로 유동성 비율을 계산해보면 101.6%로 턱걸이 상태였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들을 모두 처분해야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들을 겨우 갚아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부채는 4009억원에 이른다. HYD한양은 지난해 37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당기순손실은 496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도 7개월가량이 지났기 때문에 최근 공개 자료인 지난해 결산 재무제표보다 유동성 위기가 더욱 악화됐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기가 1년 넘게 남은 부채는 통상적으로 유동부채가 아닌 장기차입금 등 비유동부채로 분류되는 탓이다.
HYD한양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결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채무의 만기 분석 결과, 만기가 1년 이상~2년 이내에 돌아오는 차입금 잔액은 82억원이다. 현 시점에서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할 경우 유동부채로 분류되는 잔액이다. 한양대병원의 경우 만기 구간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른 계열사는 괜찮나…유동성 위기 전이 가능성은
한양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CGI는 한양증권 주식 1주당 6만5000원씩 총 2448억5342만원을 제시한 바 있다. 거래 대상은 한양학원(지분율 11.3%)과 특수관계사인 백남관광(10.85%), 에이치비디씨(7.45%)가 보유한 한양증권 주식 376만6973주(총 29.6%)다. 실사 등의 과정에서 변수가 없다면 지분율을 토대로 한양학원에 935억원, 백남관광에 838억원, 에이치비디씨에 616억원이 흘러가게 된다.
다만 이번에 한양증권 지분을 매각하는 백남관광과 에이치비디씨도 재무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백남관광의 유동비율은 102.9%, 에이치비디씨 유동비율은 0.8%에 불과하다. 이들 회사가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는 HYD한양 때문에 재무 상태는 지속 악화하고 있다.
백남관광과 에이치비디씨는 HYD한양 지분을 각각 34.77%, 65.23%씩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PF 부실 사태를 겪고 있는 계열사 HYD한양에 유상증자 및 차입금 출자전환, 채무보증 등 다방면으로 지원했다.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이 취득하게 될 매각대금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 내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다른 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한양학원의 지원 없이 해소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종합하면 한양증권 매각 대금만으로도 계열사 유동성 위기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백남관광과 에이치비디씨 유동부채도 각각 55억원, 498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각각 104억원, 183억원에 달해 현금 창출 능력은 좋지 않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한양증권 매각 관련 타임라인을 보면 교육부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인수의향서(LOI)를 받은 뒤 우선협상자 선정이 곧바로 이뤄졌다"며 "통상적인 인수·합병(M&A) 절차와는 달리 본입찰도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은 그만큼 한양재단 측이 급하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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