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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상속세 대납?…NXC의 유정현 자사주 매입 문제 없나

Numbers_ 2024. 8. 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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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상속세 대납?…NXC의 유정현 자사주 매입 문제 없나

유정현 엔엑스씨(NXC) 이사회 의장이 자사주를 NXC에 매각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상속세 리스크(위험요소)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배력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만약 NXC 기타 주주의 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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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블로터DB

 
유정현 엔엑스씨(NXC) 이사회 의장이 자사주를 NXC에 매각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상속세 리스크(위험요소)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배력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만약 NXC 기타 주주의 지분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면 추가 과세나 계약 무효 등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다. NXC는 법적인 요건을 모두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유동화 & 지배력 ‘두 마리 토끼’


이번 자사주 거래는 유 의장 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반면 NXC와 NXC의 주주는 별다른 이득을 보지 않는다. 되레 1000억원이 넘는 추가 세금으로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NXC가 매입한 자사주를 어떻게 관리할 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유 의장 일가는 자사주 매각으로 6662억원의 상속세 납부 재원을 확보했다. 총수 일가는 NXC 주식 12만8410주를, 유 의장의 두 자녀 김정민·정윤씨는 와이키즈가 보유한 NXC 주식 3122주를 NXC에 매각한다. 정민·정윤씨는 NXC 계열사 와이키즈의 최대주주로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했다. 사실상 NXC가 상속세를 대납하는 구조다.

이번 매각 대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면 약 6338억원의 상속세가 남는다. 잔여 상속세는 NXC로부터 받는 배당금으로 납부할 전망이다. 상속세는 분할 납부할 수 있다. NXC의 지배구조는 NXC→넥슨 재팬→넥슨 코리아로 이어진다. 

유 의장 일가의 상속세는 총 6조원이다. 정부는 유 의장의 남편인 고(故) 김정주 창업주가 보유하던 NXC 지분 67.49%에 대한 가치를 약 10조원으로 봤다. 여기에 상속세율 60%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유 의장 일가는 지난해 지분 29.29%, 약 4조70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기획재정부에 물납했다. 

이번 NXC의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더라도 유 의장 일가의 지분율은 66.2%로 여전히 과반의 지배력을 갖는다. 지분율이 4.51%p 가량 감소하지만 지배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NXC가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유 의장 일가의 지분율은 69.3%로 상승한다. 

NXC는 “소각에 대해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며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각하지 않을 경우 약 20%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할 수 있다.  

세연회계법인의 서동기 회계사는 “이같은 형태의 자사주 거래가 이뤄진 이유는  총수 일가가 지배력은 확보하면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라며 “유 의장 일가는 상속세를 해결하면서도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NXC가 사실상 세금 납부를 위한 유동화 창구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 의장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지분을 매각하고 그 자사주를 시장에 다시 유통하지 않고 소각함으로 사실상 직접 보유하는 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자사주 매입 단가 ‘관건’...증여세 부담 위험도


통상 기업은 주가 안정과 경영 승계 등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 오너일가의 상속세 마련을 돕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번 거래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자사주 매입은 목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체적 요건은 없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즉 최대주주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자사주 매입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다만 다른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관건은 매입 단가다. 서 회계사는 “현행법은 비상장사의 주가 계산법을 정해놨다. 만약 특수관계자(NXC)가 법률이 정한 기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면 그 이익은 매도자에게‘증여’로 과세될수 있다. 특수관계자간의 거래에 대해서 상증법상 주식의 평가가액을 기준으로 과세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NXC가 매입한 자사주만 감자할 경우 불균등감자에 해당하게 되어, 특수관계자인 대주주는 상증법상 감자에 따른 이익의 증여(상증법 39조의 2)에 해당 할수 있다"고 부언했다. 

만약 현행법이 유 의장 일가의 주식 평가액이 5000억원이라고 본다면, 유 의장 일가가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확보하는 6662억원과의 차액 1662억원의 50%인 831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즉 목적이 아닌 매입 단가를 기준으로 자사주 매입을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셈이다. 

NXC는 별도의 회계법인의 가치평가를 통해 자사주 매입 단가를 518만8000원으로 책정했다. 정부의 계산을 역산하면 NXC의 기업가치는 약 14조8170억원이 된다. 여기에 유 의장 일가의 매각 지분 4.51%를 곱하면 약 6682억원이 나온다. 매각 대금 6662억원과 20억원 차이다. NXC가 매입 단가를 적정하게 책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 매각기회 제공 강제 의무


자사주를 매입하려면 상법이 규정한 절차적 요건도 갖춰야 한다. ‘주주평등 원칙’을 유지했느냐다. 현행법은 모든 주주에게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주도록 강제한다. 상장사는 공개매수를 진행하거나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 비상장사는 주주들에게 매도를 희망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무법인 디엘지의 안희철 변호사는 “주주가 가진 지분 비율에 따라 균등하게 매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은 위법할 수 있다”며 “통상 자기주식취득통지서를 통해 주주들의 매각 의사를 묻고 주주로부터 주식매각신청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원은 회사가 특정 주주와 특정한 금액으로 주식을 매수하기로 약정할 경우 무효로 본다. 법무법인 디케이엘파트너스의 권단 변호사는 “대법원은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안에서 주주총회를 거쳐 법률이 정한 방법에 의한 경우에만 자사주 매입을 위한 주식매매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면서도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춘 경우외에는 무효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로펌 소속의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최대주주의 자사주 매각은 상법에서 취득 요건을 엄격하게 정해놓고 있다. 이같은 요건을 갖췄다는 전제하에 매각 단가는 ‘시가’로 책정한다. 앞서 거래가 있다면 그 가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시기적으로 가깝고 기업의 재무에 유의미한 변동이 없다면 정부가 과세를 위해 책정한 지분가치도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NXC 측은 “모든 주주에게 자기주식 취득 거래 참여 기회를 균등한 조건으로 제공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추가 자사주 매입 결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